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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를 파헤치는 영화 〈주전장〉 상영회

2022-11-0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10월 17일 케임브리지 대학 코퍼스 크리스티 컬리지(CorpusChristi College)의 맥크룸 강의실(McCrumLecture Theatre)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主戰場, Shusenjo)>의 상영회가 열렸다. 케임브리지 대학 동아시아학부 세미나 시리즈 중 하나로 진행된 이 상영회에서는 영화 관람뿐만 아니라 영화의 감독인 미키 데자키와의 대화도 마련됐다. 행사 시작 시간이 되자 해당 학부 학생들을 비롯한 수십 명의 관객이 강의실에 모였다.

감독 미키 데자키는 미국에서 자란 일본계 미국인이다. 수년 전 일본에서 영어 교사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내 인종차별에 대한 영상을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는데 이 때문에 많은 극우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됐다. 그 후 위안부에 대해 기사를 쓴 일본 기자 또한 극우 세력에게 공격을 받는 것을 지켜본 그는 대학원 과제의 일환으로 위안부 문제를 더 깊게 파헤친다.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교수 등 이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이를 하나의 영화인 <주전장>으로 만들어 냈다. 영화는 2019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고 이듬해에는 일본에서도 개봉됐다. 하지만 영화의 인터뷰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고소를 당하거나 일본의 영화제에서 상영 중단을 요구 받는 등 영화의 운명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미키 데자키 감독의 유럽 대학교 투어 일정 - 출처: 미키 데자키 트위터 계정(@MikiDezaki)

<미키 데자키 감독의 유럽 대학교 투어 일정 - 출처: 미키 데자키 트위터 계정(@MikiDezaki)>


최근 미키 데자키 감독은 대학교를 중심으로 상영회와 감독과의 대화 자리를 만들고 있고 미국 투어에 이어 현재 영국과 독일에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에든버러 대학교, 요크 대학교, 케임브리지 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 UCL을 방문했으며 앞으로 26일부터 31일까지 독일의 카셀 대학교, 베를린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함부르크 대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상영회에서 나눠준 영화 팸플릿 - 출처: 통신원 촬영

<케임브리지 대학교 상영회에서 나눠준 영화 팸플릿 - 출처: 통신원 촬영>


17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열린 상영회는 영화와 감독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시작됐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21분으로 짧지 않았지만 위안부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깊이 있게 다루는 영화의 강렬함에 매우 몰입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역사 수정주의자의 빈약한 역사관에 실소를 터트리는 청중들도 많이 보였다. 영화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외교 문제를 넘어 역사 교육, 국가주의, 성 차별, 인종차별 등 보편적인 문제로 이어지며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 출처: 미키 데자키 트위터 계정(@MikiDezaki)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 출처: 미키 데자키 트위터 계정(@MikiDezaki)>


뜨거운 박수와 함께 영화 상영이 끝나자 동아시아학부 교수의 진행 하에 감독과의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관객들이 자리에 남아 질문을 쏟아 냈다. 한 시간 동안 영화 제작의 동기, 제작 과정, 영화에 등장한 인터뷰이의 반응, 차기 영화에 대한 계획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고 미키 데자키 감독이 모든 질문에 열정적으로 답변했다. 모두가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연이어 질문을 하는 모습이었고 행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질문을 그만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해당 행사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를 통해 언급했듯,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다룰 때는 양국의 혐오 감정이 중심이 된 담론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이외의 사람들이 이 문제의 본질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 영화는 제3의 시선으로 위안부 문제의 맥락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머물던 담론의 범위가 확장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영국, 독일의 대학교에서 연이어 상영되고 있는 그의 영화가 어떤 반향을 불러 일으킬지 기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케임브리지 대학교 동아시아학과 웹사이트, https://www.ames.cam.ac.uk/whats-on/east-asia-seminar-series-michaelmas-2022/east-asia-seminar-shusenjo-film-screening-miki
- 미키 데자키 트위터 계정(@MikiDezaki), https://twitter.com/mikidezaki

통신원 정보

성명 : 윤태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케임브리지 통신원]
약력 : 전) 카카오, 로엔 엔터테인먼트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