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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필리핀, 영화 및 드라마 촬영 인센티브 확대 시행

2023-11-0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필리핀에 영화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당시 필리핀을 지배하던 스페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897년 1월 1일 스페인 사람들이 들여온 영화가 필리핀 최초로 상영됐다. 1919년 9월 12일에는 필리핀인이 제작한 최초의 영화인 < Dalagang Bukid >가 상영됐다. 한국 최초의 영화 상영은 1903년 6월 23일 전후로 보지만 외국 기록에는 1897년 10월이 최초라는 설도 있다. 이후 1919년 김도산 감독의 <의리의 구토>가 상영됐으니, 양국 최초의 영화 상영과 제작은 시기적으로 비슷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서 영화를 이야기를 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부산국제영화제이다. 지난 4일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로 포문을 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폐막작으로 선정된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를 끝으로 열흘 동안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쳤다. 총 209편의 작품이 초청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2023년에 제작된 필리핀 영화도 두 편 포함됐다.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영화 <도살>로 감독상을 수상한 브릴란테 멘도자(Brillante Mendoza) 감독은 <모로>로, 2016년 제73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떠나간 여인>으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라브 디아스(Lav Diaz) 감독은 <호수의 깊은 진실>로 부산을 찾았다.
브릴란테 멘도자 감독의 모로 -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브릴란테 멘도자 감독의 '모로' -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필리핀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에는 한국과 필리핀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필리핀 독립영화의 계보학'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을 마련해 총 14편의 영화가 소개됐다. 당시 브릴란테 멘도자 감독의 영화 <도살>과 라브 디아스 감독의 <콘셉시온 구역의 범죄자>가 한국 관객을 만났다. 또한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필리핀 영화 10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의 특별전이 마련되기도 했다. 2018년 에디 로메로 감독의 <그때 우리는>은 스페인에 맞선 무장봉기와 이후 미국과 맞선 투쟁의 시대를 배경으로, 마리오 오하라 감독의 <신이 없던 3년>은 일본이 필리핀을 침략한 시기를 배경으로 필리핀계 일본군의 이야기를 통해 모두가 희생자가 되는 전쟁의 비참함을 그려냈다. 두 작품 모두 식민지 경험과 전쟁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시대 속에서 절망하는지를 그려낸 것이다. 한국처럼 독재의 상처를 안은 필리핀이기에 그 당시를 그려낸 작품도 한국에 소개됐다. 치토 S. 로뇨 감독은 영화 <70년대>를 통해 계엄령을 선언한 당시 대통령 마르코스가 자신의 정적들을 잔혹하게 다루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2002년 설립된 필리핀영화개발위원회(The Film Development Council of the Philippines, FDCP)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자리에서 필리핀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경우 5%의 문화 보너스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 영화개발위원회 티르소 크루즈 3세(Mr. Tirso Cruz III) 위원장은 "해외 촬영은 여러 면에서 힘든 일이며 그렇기에 비용적인 혜택은 매력적인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아무리 큰 영화사나 제작사라도 이는 마찬가지다."라고 언급했다. 위원장은 "영화를 통해 필리핀을 홍보할 수 있기에 이러한 지원책은 필리핀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상생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에 따라 필리핀 제작사와 협업해 필리핀 내에서 촬영하는 해외 영화사의 경우 기존 필리핀 내 촬영에 대한 인센티브 20%에 추가로 5%의 문화 보너스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2020년 1월부터 필리핀 촬영 인센티브 프로그램(Film Location Incentive Program, FLIP)을 시행 중에 있다. 필리핀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나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되지 않는 영화라면 어떠한 장르(포르노그래피 제외)의 영화든 신청 가능하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우 최소 제작비는 2,000만 페소(약 5억 200만 원), 다큐멘터리는 800만 페소(약 2억 원) 이상이어야 하며, 단편 영화와 8편 이상으로 기획된 드라마는 편당 300만 페소(약 7,800만 원) 이상 제작비를 지출하는 경우에 해당 프로그램에 신청할 수 있다. 촬영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최대 2,500만 페소(약 5억 9,000만 원)을 환급받을 수 있었지만 신설된 문화 보너스 인센티브 5%가 추가돼 최대 3,000만 페소(약 7억 8,000만 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아세안 내에서 필리핀과 경쟁 관계라 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역시 다양한 현지 촬영 인센티브를 운용하고 있다. 2018년부터 촬영 인센티브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태국은 올해 2월 기존 20%에 10%를 추가하는 새로운 인센티브 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영화 제작의 최대 30%, 액수로는 1억 5000만 바트(약 56억 원)에 달하는 인센티브가 지급될 수 있다. 태국보다 5년 앞선 2013년부터 관련 제도를 운용 중인 말레이시아는 영화 제작비 500만 링깃(약 15억 원) 이상인 경우에 인센티브를 신청할 수 있으며 제작비의 최대 30%를 지원하고 있다. 2009년부터 관련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아세안 최고의 혜택을 자랑한다. 싱가포르는 현지 제작비의 최대 50%를 되돌려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제작비 지원만이 아니라 필름과 촬영 장비 통관에 관한 세금도 면제 처리하고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인근 국가들과 비교할 때 필리핀의 촬영 인센티브제는 늦은 편이다. 거기다가 시행이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필리핀을 찾는 해외 영화사가 많지 않아 작년까지 인센티브를 받은 영화는 다섯 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브릴란테 멘도자, 라브 디아스, 라야 마틴 등 실력 있는 감독들을 배출한 만큼 필리핀 영화산업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또한 촬영 인센티브 이외에 국제공동제작기금(International Co-Production Fund, ICOF)와 아세안 공동제작기금(Asean Co-production Fund, ACOF)도 중복 신청할 수 있기에 영화 주제에 따라 추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979년 개봉한 미국의 <지옥의 묵시록>, 1997년 개봉한 한국의 <마지막 방위> 그리고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카지노>의 촬영지이기도 한 필리핀은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열대 지방이면서 비행편도 많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의 인센티브 확대 시행은 한국 콘텐츠의 촬영지 섭외에 강점으로 작용될 것으로 사료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https://www.biff.kr/kor/
- 필리핀영화개발위원회 홈페이지, https://filmphilippines.com/incentives
- 샌디에고필리피노시네마 홈페이지, http://sdfilipinocinema.org/philippine-cinema-history/
- 말레이시아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 https://filminmalaysia.com//
- 싱가포르 영화위원회 홈페이지, https://www.imda.gov.sg/about-imda/research-and-statistics/support-for-industry-sectors/media/film
- 《지지앤지》, 우리나라 첫 영화 상영과 극장 변천사, https://zznz.co.kr/archives/4091
- 《Variety》 (2023. 2. 3). Thailand Approves 30% Film Production Incentive, Aims to Remain a Competitive Location, https://variety.com/2023/film/news/thailand-film-production-incentive-1235516809/

통신원 정보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