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스페인에서도 수상 보도를 통해 한강 작가를 재조명하고 있다.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로 2016년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스페인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소년이 온다(actos humanos)』, 『흰(Blancos)』, 『희랍어 시간(la clase de griego)』이 스페인어로 번역 출판됐다. 한강 작가는 여러 번 스페인을 방문했는데, 2023년에도 『희랍어 시간』스페인어 출판 기념으로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를 방문해 직접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바 있다.
< 스페인 대형 서점 체인의 한강 작가 소개와 스페인어판 소개 - 출처: 카사 델 리브로(Casa del libro) 서점 홈페이지 >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스페인 언론들은 스페인과 한강 작가와의 인연과 작가의 도서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한 일간지는 『채식주의자』를 2016년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에서 소개받고 밤새 읽은 뒤 스페인어와 카탈란어(바르셀로나어)로 번역 출판을 결정하고 계약을 진행했던 출판사 레이블 라타(Rata)의 창립자 이올란다 바타예(Lolanda Batalle, 현 Ona Llibres 출판사 국장)의 인터뷰를 전했다. "한강 작가와 집에서 자신의 아들과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아들에게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견했고 10여 년이 흐른 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바로 아들에게 전화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 프낙(Fnac) 서점 주간 베스트셀러 2위에 등극한 한강의 '채식주의자' - 출처: 프낙(Fnac) 서점 홈페이지 >
현재 프낙(Fnac: 문화 전자 제품을 하는 유럽 대형 리테일 체인) 서점에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는 등 스페인 독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대형 서점 체인 카사 델 리브로(Casa del libro)에서는 노벨 문학상 섹션에서 작가 한강의 프로필과 스페인어 번역본을 게재했다. 현재 한강의 『흰』은 해당 페이지에서 이 주에 가장 많이 팔린 책 1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뒤 《EL PAÍS(엘 파이스)》의 기사는 "한류는 문화 전반을 포괄한다."며 오스카상을 받은 < 기생충 >, 세계적인 가수가 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넷플릭스의 < 오징어 게임 >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 그리고 전 세계적 인기 콘텐츠인 웹툰, 이제 트렌디한 레스토랑이라면 빠질 수 없는 김치 등 한국문화가 어마어마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분석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는 "1990년대 한국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한국 예술가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을 이유로 꼽으면서 현재 독재 체제에 의해 경직된 중국의 현대 문화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류의 성공과 관련해서는 한국문화와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정부의 노력에 대해 언급했다. 문화 부문에 대한 투자, 예술 및 인문학 교육 그리고 해외 홍보를 향한 과감한 투자 등 국가 정책에 대해 칭찬했다. 그러면서 "예술가 및 민간의 예술적인 능력과 국가의 추진이 만나 한류가 폭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만 쓰이는 한국어로 적힌 한국 문학과 관련해서는 한국문학번역원을 설립해 한국 문학의 번역을 촉진하고, 전 세계의 한국문화원을 통해 한국 작가들을 초대해 현지 독자들에게 알리는 행사들을 주도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가 오늘날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국 예술가들의 재능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적극적인 정부의 정책과 지원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다시 한번 스페인은 한류의 파워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작은 국가의 문화 지원 정책은 한 나라의 문화를 보편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낸 것이다. 존재감 없던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문화를 무기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한국문화, 이번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한 스페인 언론의 기사는 "한국문화: 멈추지 않는 파도의 꼭대기에 선 한강"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케이팝이 인기를 얻고 있을 때 그 인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거나 괴짜 문화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했던 부정적인 목소리는 이제 한류의 거센 물결이 어디까지 도달할지 바라보는 감탄의 환상으로 바뀌고 있다. 케이팝에서 문학까지. 다음 한류의 주자는 무엇이 될지 기대가 더해지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El Mundo》 (2024. 10. 10). La surcoreana Han Kang, inesperada ganadora del premio Nobel de Literatura, https://www.elmundo.es/cultura/literatura/2024/10/10/67079fe421efa0e90e8b457b.html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