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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연정 구성 합의한 사민당의 문화정책... 인공지능 규제 보완, 노동자 예술인 적극 지원

2025-04-0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5년 2월 23일 독일 총선이 끝났다. 선거 결과는 중도 보수계열 정당 기민/기사연합(CDU/CSU)이 28.52% 득표해 208석, 극우로 평가받는 독일대안당(AfD)이 20.8% 득표해 152석, 진보계열로 분류되는 사민당(SPD)이 16.41% 득표해 120석, 녹색당(Die Grüne)이 11.61% 득표해 85석, 좌파당(Die Linke)이 8.77% 득표해 64석을 획득했다. 자민당(FDP)과 자라바겐크네히트 정당(BSW)은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독일 문화협의회(Deutscher Kulturrat)은 독일 내 문화 단체들의 연합체다. 연방정부, 주정부, 유럽연합 산하 기관과 협력해 문화정책 수립 및 집행에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동 단체는 총선 이후 문화정책과 관련해 각 정당의 입장을 묻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기민/기사연합,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 좌파당이 응답했으며 독일대안당과 자라바겐크네히트 정당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득표율 순으로 각 정당의 문화정책에 관한 입장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 사민당 공식 로고 - 출처: 사민당 페이스북 계정(@SPD) >

사민당은 독일 사회민주당(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의 준말이다. 중도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사민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출신 정당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번 연방선거 이후 기민/기사연합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이기도 하다. 독일 일간 《FAZ(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2월 28일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이 이미 금요일에 연방선거 이후 가능한 연정에 대한 탐색 회담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는 처음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지는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예술과 문화, 국가 목표로 헌법에 명시해야

사민당은 "예술과 문화는 헌법에 국가 목표로 포함돼야 한다."는 비교적 진보적 입장을 견지했다. 기민/기사연의 문화정책에 대한 입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언급이다. 더불어 사민당은 "연방정부의 문화정책이 단순히 주정부의 권한을 보완하는 것 이상이어야 하며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 질서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독립적인 문화부의 설치를 지지하며 외교적 문화 및 교육 정책을 통해 문화와 과학을 이용한 국제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인공지능 사용에 따른 저작권 보호 취약점 보완 필요해

사민당은 유럽연합의 인공지능 규제에 대해서는 보다 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유럽연합의 인공지능 규제는 저작권자에게 투명성을 요구하고 그들 또한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며 인공지능의 훈련을 목적으로 데이터가 채굴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민당은 "이러한 규제가 실제로 어떻게 이행될지, 인공지능 사용에 따른 저작권 보호의 추가적인 취약점을 보완할 필요성에 대해 살피겠다."고 밝혔다. 개발자와 콘텐츠 제작자 간 균형 유지를 위해 현행 저작권법이 충분하다고 본 기민/기사연합의 인식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플랫폼 기업에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 규칙을 만들고 유럽 문화가 검열이나 대형 플랫폼의 분열적 알고리즘에 희생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활동에 방해되지 않도록 인공지능 규제의 적용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 기민/기사연과는 달리 플랫폼 기업의 저작권 침해나 알고리즘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 발달에 따른 저작권 보호 문제가 기민/기사연과 사민당의 이른바 '흑적연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합의될지 주목된다. 
 

차별과 증오의 시대… 모든 형태의 배제 강력 반대

사민당은 "극단적 우익과 다른 집단적 적대감으로 인한 차별과 증오가 증가하고 있다."며 "모든 형태의 배제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모두를 위한 문화'라는 핵심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문화 인프라 운영 주체들이 재정적, 조직적으로 더 강하게 지원받고 모든 시민들이 저렴한 문화적 기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민당은 독일 내 유대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독일 내 유대인의 삶과 문화를 우리의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에 대한 신뢰의 특별한 표현으로 인식하며 이를 보호하고 촉진하며 가시화하는데 전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홀로코스트의 기억, 기념관 지원, 교육 활동 및 모든 분야에서 유대인의 안전 보장, 유대인 학생들을 위한 안전한 대학 환경, 반유대주의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포함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했다. 반유대주의 철폐와 기억 문화를 강조하는 점에서 기민/기사연의 응답과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속가능 발전 목표 문화산업 연계... 실현 방안은 추상적

사민당은 "문화 및 창의산업은 지속가능 발전의 주체로 인정되고 지원돼야 한다."라며 "문화 주체들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형성하는데 적극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문화 및 창의산업의 동력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문화정책과 지원이 지속가능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문화 및 창의산업에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생태적 전환을 위한 혁신적 잠재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민당의 응답에서도 지속가능성을 문화산업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노동자로서의 예술인 지원 눈에 띄어

사민당은 "예술가들이 소득이 없는 시기에도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기민/기사연이 "박물관, 극장, 콘서트홀과 같은 문화 공간의 역할을 보호하고 강화해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문화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반면, 사민당은 예술 분야의 특수한 노동조건 및 생활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민당은 "목표는 사회보장제도가 예술 분야의 특수성에 보다 잘 부합하도록 개선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취업자들이 법정 연금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사민당은 기민/기사연합과 차기 연립정부 구성에 참여할 가장 유력한 정당이다. 대안당의 약진으로 원내 제3당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독일 주요 정당들이 대안당과 협력할 것을 거부하는 이른바 '방화벽'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번 3월 8일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은 차기 연립정부 구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민/기사연합은 오는 4월 20일 부활절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 독일 역사상 다섯 번째 대연정(기민/기사연과 사민당이 합작해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이루어진다. 
 

위 두 정당의 정책 방향이 향후 독일 내 문화정책 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산업에서 유럽연합과 독일이 가지는 영향력은 크다. 유럽연합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규제법(EU AI Act)을 도입했고,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공지능 관련 법안을 지난해 12월 통과시켰다. 한국의 인공지능 기본법은 2026년 1월부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독일의 인공지능 규제법 적용의 선례가 한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AI 도입이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최대 3.2%, GDP를 최대 12.6% 높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규제를 차기 독일 정부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사민당 페이스북 계정(@SPD), https://www.facebook.com/spdbundestagsfraktion/
- 한국은행 (2025. 2. 10). [제2025-2호] AI와 한국경제, https://www.bok.or.kr/portal/bbs/P0002353/view.do?nttId=10089704&searchCnd=1&searchKwd=&depth2=201156&depth3=200433&depth=200433&pageUnit=10&pageIndex=1&programType=newsData&menuNo=200433&oldMenuNo=200433
- 《연합뉴스》 (2025. 3. 8). 독일 좌우 대표 정당, 연정 구성 원칙적 합의, https://www.yna.co.kr/view/AKR20250308055100099
- 《FAZ》 (2025. 2. 24). Ergebnisse der Bundestagswahl 2025, https://www.faz.net/aktuell/
- 독일문화위원회(Deutscher Kulturrat), Antworten der Parteien auf die Fragen des Deutschen Kulturrates, https://www.kulturrat.de/bundestagswahl/fragen-zur-kulturpolitik-an-parteien-zur-bundestagswahl/
- 《FAZ》 (2025. 2. 28). Union und SPD starten Sondierungsgespräche am Freitag https://www.youtube.com/watch?v=Ky8gOY3qt4U

통신원 정보

성명 : 최경헌[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프랑크푸르트 통신원]
약력 : 『솔직한 유럽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