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 벚꽃이 만개했다. 여의도 벚꽃축제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부다성 서쪽 외곽을 감싸는 토스 아르파드 산책로(Tóth Árpád Promenade)에 벚나무가 만개하며 봄의 신호탄을 쏘았다.
< 부다성 서쪽 외곽길 토스 아르파트 산책로에 벚꽃이 만개한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올해는 유난히도 봄이 늦었다. 지난 4월 초 카르파티아 분지(Carpathian Basin)에서 유입된 북극 기단으로 서리를 동반한 한파가 부다페스트 전역을 덮치고 겨울은 좀처럼 끝날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벚꽃길로 유명한 토스 아르파드 산책로가 지난 13일 개방됐다는 소식에 만개한 벚꽃을 즐기기 위한 현지인들과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 부다페스트 관광청은 벚꽃 구경을 위해 몰려드는 인파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른 새벽이나 오전에 방문할 것을 권유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토스 아르파드 산책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 시대로 돌아간다. 당시 이곳은 부다성을 지키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에 속한 좁은 골목길로 사용됐다. 1720년경 기독교 세력이 부다성을 탈환한 후 부다페스트 최초의 이중 행목이 조성되면서 군사적 기능만을 위해 사용되던 이 길은 도시 미관을 크게 개선하는 문화적 전환의 시발점이 됐다. 18세기 초 부다페스트 도심에 녹음을 선사한 이 역사적 조치는 오늘날 도시재생 사업의 전형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 토스 아르파드 산책로 초입에는 관광객을 위해 부다 성 지구 관광 안내 지도가 마련돼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어 1934년에서 1936년에 걸쳐 기독교 재탈환 250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복원 사업을 통해 산책로는 현대적인 산책로의 형태로 탈바꿈됐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군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고 1966년부터 1970년 사이에 진행된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쳐 오늘날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회복됐다. 특히 헝가리 정부는 2006년부터 2009년에 걸쳐 산책로 외곽의 모든 나무들을 일본 벚나무로 교체함으로써 매년 봄이면 수십 그루의 벚꽃이 만개하는 새로운 도심의 랜드마크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토스 아르파드 벚꽃길은 단순한 산책로의 복원을 넘어 부다페스트 역사와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재해석하는 대표적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던 옛 골목길이 도시재생과 문화복원 사업의 성공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변모한 것이다. 더욱이 소셜미디어의 힘을 빌려 전 세계 여행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곳은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부다페스트 벚꽃(budapest cherry blossom)'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소개되고 있다.
< 인스타그램에서 '부다페스트 벚꽃(budapest cherry blossom)'을 검색하면 수많은 사진이 추천된다 - 출처: 인스타그램 >
실제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루마니아 출신의 마리아 로드리게스는 "교환학생 생활 중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길을 경험하는 것이 처음이며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으로는 단연 최고"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들은 부다성과 벚꽃길의 환상적인 조합에 매료돼 자신만의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실제로 해당 키워드(#budapestcherryblossom)를 검색하면 토스 아르파드 산책로에서 촬영된 수많은 피드와 포스트들이 경쟁적으로 업로드돼 부다페시트 봄 풍경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부다페스트 벚꽃'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irisenbudapest) >
이러한 문화재복원 사업과 소셜미디어 기반의 홍보는 헝가리 정부와 부다페스트 도시 당국에 큰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다. 문화유산 복원과 현대적 관광 인프라의 결합은 단순한 미학적 가치를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벚꽃길을 체험하며 주변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가게 등 다양한 업종에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 아르파드 벚꽃길은 수백 년의 역사와 함께 부다페스트의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장소다. 낡은 군사적 기능을 넘어 문화와 예술,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이 산책로는 헝가리의 지난 시간과 현대의 창조적 도약을 상징한다. 더불어 헝가리 문화재복원 사업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가 어떻게 도시의 경제와 문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explore/search/keyword/?q=%23budapestcherryblossom - 인스타그램 계정(@irisenbudapest), https://www.instagram.com/irisenbudapest/ - 부다페스트인포(Budapestinfo) 홈페이지, Spring awakening: stroll around the most beautiful places of the capital in bloom!, https://www.budapestinfo.hu/en/spring-awakening-stroll-around-the-most-beautiful-places-of-the-capital-in-bloom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