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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 바늘로 피어난 왕실의 위엄, 이정숙 자수 명인 헝가리 개인전

2025-05-1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한 올 한 올 실이 엮여 왕실의 이야기와 위엄을 피워내는 섬세한 예술의 세계, 바로 한국 전통 자수다. 동유럽의 심장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한국 왕실 복식 자수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원장 유혜령)은 2025년 4월 3일부터 7월 3일까지 국가무형문화재 자수장 이정숙 명인의 개인전 '왕궁 - 한국 전통 자수(Royal Palace – Korean Traditional Embroidery)'를 개최해 헝가리 시민들에게 한국 전통 자수의 눈부신 아름다움과 섬세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다채로운 한국 자수의 세계: 궁중, 생활, 그리고 종교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이정숙 명인은 반세기 이상 한국 전통 자수의 맥을 이어오며 그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헌신해 온 장인이다. 이 명인은 잊혀가는 전통 자수 기법을 복원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한국 자수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공예를 넘어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국내외에서 큰 찬사를 받아왔다.
왕궁 - 한국 전통 자수(Royal Palace – Korean Traditional Embroidery)' 전시장 입

< '왕궁 - 한국 전통 자수(Royal Palace – Korean Traditional Embroidery)' 전시장 입구 - 출처: 통신원 촬영 >

'왕궁 - 한국 전통 자수'라는 전시 제목은 궁궐의 자수를 넘어 한국 자수가 지닌 역사적 깊이와 예술적 가치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자수의 대가 이정숙 명인이 오랜 시간 탐구하고 재현해 온 한국 전통 자수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한다.

전시 중심에는 조선시대 궁중 자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자리한다. 왕비의 화려함과 기품을 드러내는 '활옷', 그리고 부귀영화와 장수를 기원하는 문양이 수놓아진 '병풍'과 '흉배' 등은 궁중 자수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정숙 명인은 용, 봉황, 모란, 십장생 등 전통 문양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금실과 은실을 포함한 다채로운 색실과 정교한 기법으로 왕실의 권위와 염원을 화려하게 되살려냈다.
부귀영화와 장수를 기원하는 문양이 수놓아진 '십장생 병풍' 및 '납패함'과 '보자기'가 전시된 모습

< 부귀영화와 장수를 기원하는 문양이 수놓아진 '십장생 병풍' 및 '납패함'과 '보자기'가 전시된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궁중 자수의 화려함과 더불어 전시는 보자기로 대표되는 한국의 실용적인 생활자수의 매력 또한 놓치지 않는다. 보자기는 본래 물건을 싸거나 덮는 실용적인 용도로 사용됐지만 정성스러운 자수를 더함으로써 복을 기원하고 예를 갖춘 예술품으로 승화했다. 전시된 보자기 작품은 조각보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과 자수보의 섬세한 문양을 통해 실용성과 예술성을 넘나드는 한국적 조형미를 잘 보여주며 일상생활 속에서 꽃피운 한국 자수의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나아가 전시는 불교 자수를 통해 한국 자수의 종교적인 측면까지 깊이 탐구한다. 불화(佛畫)를 자수로 표현한 작품 등은 관람객에게 경건함과 장엄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불교적 상징들이 섬세한 바늘땀으로 표현된 작품들은 자수가 단순 장식을 넘어 신앙심과 염원을 담아내는 중요한 매개체였음을 방증한다. 이정숙 명인의 불교 자수는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종교 예술의 깊이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이정숙 명인은 궁중 자수의 화려함, 생활 자수의 실용적 아름다움, 불교 자수의 종교적 숭고함까지 아우르며 한국 전통 자수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능숙하게 펼쳐 보인다.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한국 자수의 다양한 매력과 그 안에 담긴 풍부한 문화적 의미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다. 

헝가리 현지 언론과 관람객의 찬사
이정숙 명인의 전시는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주요 일간지 《Daily News Hungary(데일리 뉴스 헝가리)》는 "전통 한국 자수 전시가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시를 상세히 소개했다. 해당 기사는 "정교하고 섬세한 자수 기술은 경이로울 정도이며 화려한 색채와 문양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고 평했다. 또한 전시장을 찾은 많은 헝가리 관람객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과 바늘로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놀랍다.", "한국 전통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헝가리 전통 자수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등의 감상평을 남기고 있다. 특히 일부 관람객들은 헝가리의 칼로차(Kalocsa)나 마초(Matyó) 자수 등 자국의 자수 전통과 비교하며 섬유 예술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문화적 유사성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감상평을 남겨 눈길을 끈다.
왕비의 화려함과 기품을 드러내는 '활옷'

< 왕비의 화려함과 기품을 드러내는 '활옷'- 출처: 통신원 촬영 >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 자수로 잇는 한국과 헝가리
이정숙 명인의 전시는 단순 작품 소개를 넘어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와 왕실의 위엄을 헝가리에 알리는 중요한 문화 외교의 장이 되고 있다. 섬세한 바늘땀 하나하나에 담긴 장인의 혼과 예술성은 시대를 초월해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헝가리 관람객들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헝가리 역시 다채롭고 아름다운 전통 자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지역마다 독특한 문양과 색채를 자랑하는 헝가리 자수는 삶의 기쁨과 염원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한국 전통 자수와 공통점을 지닌다. 이번 전시가 한국과 헝가리 양국의 섬유 예술에 대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나아가 양국 간 문화교류를 더욱 활발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과 바늘로 엮어낸 한국 자수의 이야기가 부다페스트에서 아름답게 피어나 오래도록 많은 이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Daily News Hungary》(2025. 4. 7). Traditional Korean embroideryexhibition opened in Budapest, https://dailynewshungary.com/traditional-korean-embroidery-exhibit-opens-in-budapest/

통신원 정보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