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국제적인 출판 저작권 거래의 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저명한 도서전 덕분에 독일 출판업계는 자국에서 전 세계 출판인들을 만나 독일 출판시장을 홍보할 기회를 얻는다. 독일은 또한 독일문화원인 괴테인스티튜트 등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독일 도서를 해외에 소개하고 저작권을 교류할 기회를 만든다. 독일 출판시장에는 어느 나라의 도서가 가장 많이 출간되고 있을까? 우리나라 도서는 독일 시장에 얼마만큼 소개되고 있을까? 독일 출판서점상협회는 연례보고서 'Buch und Buchandel in Zahlen'를 통해 독일 출판시장의 현황을 분석, 통계를 내고 있다. 독일 출판산업에 종사하는 5000여 명의 회원들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출판산업의 동향을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각국으로 판매되는 출판 저작권, 독일 출판시장에 소개되는 해외 도서의 통계도 확인할 수 있다.
▶ 독일 → 해외로
독일 출판서점상협회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매년 6000종 이상의 독일 출판 저작권이 해외로 판매되었다. 2017년 기준 7,856종의 독일 도서가 각 국과 저작권 판매 계약을 맺었다. 2016년 7,310건, 2015년 7,521건, 2014년 6,443건, 2013년 6,466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매년 뛰어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큰 폭의 하락 없이 꾸준한 거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계속해서 7,000건 이상이 거래되고 있는데, 2017년에는 그 이전 해보다 7.5%의 증가율을 보였다. 독일 출판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분야는 아동 청소년 도서다. 이 분야에서만 총 3,037건의 저작권 거래가 이루어졌다. 문학 분야는 1,294건, 논픽션 분야에서 849건의 도서가 해외로 팔려나갔다.
위에 제시된 <표1>은 독일 출판 저작권이 판매된 국가를 순위별로 나타낸 것이다. 독일은 중국으로 매년 1,000건 이상의 출판 저작권을 판매하고 있다. 여느 나라의 출판업계가 그렇듯 중국은 독일 출판업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 중 하나다. 그 외에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체코 등 인근 유럽 국가에서 많은 수의 독일 책이 소개되고 있다. 한국도 꾸준하게 10위권 내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 소개되는 독일 도서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독일은 매년 300여 종의 출판 저작권을 한국에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독일 저작권 거래 전체 비율에서 약 4% 정도에 이른다. 독일이 매년 한국에 판매하는 출판 저작권의 연도별 자세한 통계는 <표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 출판 저작권 총 295건이 한국으로 판매되었는데, 분야별로는 아동 청소년 도서가 94건으로 가장 많다. 그 외 실용서 47종, 논픽션 45종, 문학 19종, 인문학/예술/음악 분야 41종, 과학/의학/IT/기술 분야 33종, 사회학/법/경제 분야 7종, 학습서 7종이 거래되었다. 주로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분야 이외에 학술 분야에서도 많은 수의 도서가 판매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해외 → 독일로
그 반대는 어떨까? 독일어로 번역되어 독일 출판시장에 소개되는 책은 얼마나 될까? 2017년 기준 9,890종의 도서가 새롭게 독일어로 번역되어 출간됐다.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된 전체 도서 중 13.6%에 이르는 수치다. 이는 2쇄나 재발간 등을 제외한 순수한 신간 도서만을 집계한 것이다. 언어별로는 영어 도서가 6,347종(64.2%)로 압도적 수치를 보인다. 이어 프랑스어 도서 1,136종, 일본어 도서 612종이 독일에 출간되었다.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가 차례로 뒤를 잇는다.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5년간 순위 변동 없이 각각 1, 2, 3위를 지켰다. 눈에 띄는 점은 일본어인데 이는 만화 장르 덕분이다. 독일에 소개되는 일본 도서 중 문학은 약 0.7%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만화책으로 분류되고 있다.
독일에 출간되는 한국도서의 수치는 아쉽게도 20위 순위 내에 들지 못해 보고서에 소개되지 않았다. 다만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24종의 한국도서가 독일어로 번역되어 출간됐다고 한다. 전체 번역서의 0.2%에 이르는 수치다. 이는 한국-독일 사이 저작권 거래의 불균형을 보여준다. 독일에서 한국도서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이었던 2005년 당시 말고는 뚜렷한 주목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정유정의 <7년의 밤> 등 개별적인 도서가 현지에서 주목받은 정도다. 무엇보다 한국과 독일 간의 출판 저작권 거래를 조사하며 참고할 수 있는 자료 자체가 매우 부실했다. 독일 측에서 분석하는 자료 이외에 어느 분야에서 총 몇 건의 한국도서가 독일에 소개되었는지 등을 찾아볼 수 있는 국내 자료는 전무 했다. 관세청 자료를 통해 전반적인 수출입 통계만 알 수 있을 뿐 개별 저작권 통계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어떤 분야를 발전시키거나 개선하거나, 튼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현황을 치밀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저작권 거래 현황을 나라별로, 분야별로 매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독일을 참고해볼 만하다.
※ 참고자료 : 독일 출판서점상협회, 'Buch und Buchandel in Zahlen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