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산하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문학 진흥 단체인 리트프롬(Litprom)은 《문학소식(Literatur Nachrichten)》이라는 발간지를 통해 일 년에 두 번 다양한 국가의 문학에 대한 소식을 전한다. 지난 3월 6일 발행한 소식지에서는 한국 여성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했으며, 최근에는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독일 언론이 뽑은 '4월 최고의 추리소설'로 선정되면서 독일 내 한국문학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문학소식》의 편집장인 아니타 드야파리는 한국 여성 문학을 주제로 선정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한국은 농업 중심의 개발도상국에서 고도기술을 이끄는 산업 국가로의 급속한 성장을 겪으면서 전통과 현대 사이의 긴장감이 커진 곳이다. 성별은 물론 가족 간, 세대 간의 긴장도 크다. 또한 성과와 완벽함을 위한 압박은 공동체 사회에 여러 문제점을 낳았다. 한국의 작가들, 특히 여성 작가들은 이런 점을 글에서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이런 점을 매우 흥미롭게 느끼고, 읽을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여성 문학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독일의 '문학소식'>
《문학소식》은 전면 2면을 할당해 한국 작품을 소개했다. 이제는 유명 인사가 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그대의 차가운 손>,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종의 기원>,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 <두근두근 내 인생>, 편혜영의 <홀>, 김려령의 <완득이>, 그리고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도 함께 소개됐다. 《문학소식》은 특히 “정유정의 <7년의 밤>은 한류가 그동안 추구해오던 밝고 다채로운 케이팝 중심에서 어둡고 깊은 심연을 보여주면서 한류에 새로운 물결을 더했다”라고 소개했다. 한국 여성 작가들은 가족과 부부관계의 밑바닥에 대해 매우 끈질긴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도 작품 내 처절한 감정표현으로 유명하다. 또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는 학업 스트레스, 성과 압박, 한국의 미의 기준에 맞춰 살아야 하는 부담감 등이 나타나 있다.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 등이 소개됐다>
《문학소식》은 이어 “국제 출판시장에서 한국 여성 작가들은 점점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아직 작품과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종종 복수를 바탕으로 하기에, 진정한 여성 해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한 최근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과거보다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전쟁, 산업화, 농촌이탈 등과 같은 주제는 더 이상 소설의 주제가 아니다. 박경리, 박완서와 같은 20세기 중요한 작가들과도 완전히 다르다. 한강이나 공지영 작가 등이 1980년 광주의 민주화 운동을 다룬 것과 같은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 현대 소설은 정치적인 것과는 멀고 북한도 더 이상 중요한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버닝'과 '기생충'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급진적인 시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는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작품 내 등장인물 대부분은 유교적 가족과 개인의 인생 사이에 놓여 있으며, 어딘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 이들은 가족이란 울타리 밖에서 닥칠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가족 안에서도 외로움을 겪으며 고뇌한다. 작가는 피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진솔하게 묘사하며, 작품은 매우 강력하다.
<4월 최고의 추리소설로 선정된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4월 초에는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최고의 추리소설(Krimibesteliste)'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간지인 《차이트》가 2015년 발표한 이 리스트는 2017년부터 독일 유력지 《FAZ》와 공영 라디오 방송 채널인 도이칠란트풍크 쿨투어(Deutschlandfunk Kultur)가 함께 발표하고 있다. 문학 평론가 토비아스 고힐스(Tobias Gohils)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민첩하고 완벽하게 쓰여진 책”이라면서 “삶의 목적과 삶의 이유 등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글은 바흐의 푸가의 기법과 비슷하다. 하나의 주제가 모든 가능성으로 펼쳐진다”고 덧붙였다.
※ 참고자료 https://www.litprom.de/jubilaeum-nachrichten/literaturnachrichten/1-2020-koreanische-autorinnen/ https://www.deutschlandfunkkultur.de/young-ha-kim-aufzeichnungen-eines-serienmoerders-das-boese.2150.de.html?dram:article_id=473935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