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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케이팝 독일어 사전 발행-케이팝을 다루는 공공기관의 역할이란

2022-03-0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케이팝은 시장의 상품이 된 지 오래다. 전략적 정책으로 진흥하거나 지원하지 않아도 충분히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유지되는 문화 상품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독일도 마찬가지다. 국제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독일 내에서도 관련 상품이 자생적으로 생겨난다. 재외 문화원의 케이팝 프로그램이나 행사는 그래서 케이팝을 진흥한다기보다는 케이팝의 ‘덕’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한국 문화를 알리고 교류하는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인 재외문화원은 케이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케이팝 그 자체 보다는 케이팝을 통한 관심을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하는 역할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독일에서도 대면 문화 행사가 쉽지 않은 요즘, ‘케이팝 독일어 사전’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출판 산업과 출판 문화가 탄탄한 독일에서 ‘케이팝 책’을 보는 것은 매우 독일스러우면서 또 매우 한국스러운 일이었다.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주독한국문화원의 문선혜 프로젝트 매니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독한국문화원 문선혜 프로젝트 매니저 - 출처: 통신원 촬영

<주독한국문화원 문선혜 프로젝트 매니저 - 출처: 통신원 촬영>


케이팝 독일어 단어장을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일단 가장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케이팝과 관련된 대면 행사가 전면적으로 중단되면서, 대체 프로그램을 찾아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두번째로는 케이팝 자체 보다는 케이팝을 활용해 한국 문화를 홍보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했습니다. 처음으로 케이팝 온라인 콘텐츠 공모전을 하고, 참가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케이팝을 통해서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된 한국문화가 뭐냐는 질문에 한국어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래서 케이팝과 한국어 콘텐츠를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케이팝 단어장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케이팝 영역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은어들, 케이팝 팬들이 쓰는 흥미로운 단어, 케이팝 팬이라면 접할 수밖에 없는 한국 문화들에 대해 독일어로 소개하고 해설하고 있습니다. 독일어권 팬들에게도 케이팝을 접근하는데 조금 진입 장벽을 낮춰줄 수 있는 독일어 판이 있으면 어떨까를 생각했고 그렇게 기획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주독문화원에서 펴낸 케이팝 독일어 사전 - 출처: 통신원 촬영

<주독문화원에서 펴낸 케이팝 독일어 사전 - 출처: 통신원 촬영>


주독문화원에서 펴낸 케이팝 독일어 사전 - 출처: 통신원 촬영

<주독문화원에서 펴낸 케이팝 독일어 사전 - 출처: 통신원 촬영>


제작 과정에서 실제 케이팝 팬 두 명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처음에 기획할 때는 내부 작업으로 할까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저도 늘 궁금했던 게 있었습니다. 케이팝 팬들의 실체(웃음). 다른 국가에 비해서 서유럽권에서는 반응이 좀 낮은 편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독일 팬과 함께 하면 그들의 시각을 접하고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물론 독일어 텍스트도 팬들이 직접 사용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케이팝 ‘찐팬’을 찾는다고 공지를 올렸고 40여 명이 지원해서 그 중 선발하였습니다.

어떤 분들인가요?
같이 작업한 두 분의 캐릭터도 서로 달라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질케씨는 현재 출반 분야에서 일하는 분인데 2016년부터 아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면 소피는 현재 함부르크 대학에서 일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으로 지난해부터 케이팝 팬이 된 친구입니다. 두 분이 케이팝 팬이 된 계기나 세대가 달라서 그 점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공통적인 관심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굉장히 협조적이고 모든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라서 자주 만나기 어려웠을 거 같은데, 제작 방식과 기간은 어땠나요?
한 명은 함부르크 부근, 한 명은 쾰른에 거주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미팅을 자주 하기 어려웠습니다. 지난해 9월에 첫 모임을 해서, 어떠한 단어를 넣을지 선별하고 카테고리를 나누는데 두어달이 걸렸습니다. 단어 리스트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본문을 쓰고, 수정하고… 주로 온라인으로 작업하면서 한 달에 한 번은 오프라인 미팅을 진행하였습니다.

독일 케이팝 팬이자 단어장을 펴낸 저자 두 명 - 출처: 통신원 촬영

<독일 케이팝 팬이자 단어장을 펴낸 저자 두 명 - 출처: 통신원 촬영>


케이팝 팬의 실체가 궁금하다고 했는데, 직접 경험하고 협업한 소감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독일 케이팝 팬들을 보면 특정 가수, 그룹보다는 케이팝이라는 분야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팬 문화가 특정한 누구의 팬 이런 경향이 있었는데, 이들은 한 그룹으로 시작했더라도 케이팝 전체 분야, 혹은 한국이라는 문화 전체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 동시에 한국처럼 특정한 그룹의 팬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팬들도 있고, 양상이 다양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케이팝을 통해서 접하고 배워가는 한국 문화가 생각보다 진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작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한국에서 생각보다 정말 영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많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지만 해외 케이팝 팬들이 사용하는 용어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인클루션, 스탄 같은 것들.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쓰는 컴백이라는 용어는 이들에게는 완전히 은퇴를 했다가 다시 나올 때 사용한다고 해요. 그래서 컴백무대라는 말을 들으면 이 가수가 은퇴했었나하고 찾아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차이점을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1쇄로 1,000부를 발행했는데요, 현지 반응은 어떤가요?
저희가 온라인으로 사전 주문을 받았는데 거의 800부 가까이가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혹시나 인기가 없을 때를 대비해 한국어 관련 학과나 시민대학 등 다양한 기관에 배포 계획도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이제는 적극적인 홍보를 자제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인쇄 분량 대비 수요가 많은 편입니다. 또한 케이팝 팬뿐만 아니라 한국어 학습자 중에서도 수요가 많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2쇄 발행 계획도 있나요?
초판은 거의 텍스트로만 구성이 되었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쇄가 나온다면 일러스트나 이미지를 추가해 좀 더 다채로운 사전이 되도록, 혹은 케이팝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사전으로 개선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간 현지에서 진행된 케이팝 행사는 케이팝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 즉 댄스나 노래 경연대회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쇼’는 행사 성과적으로는 좋지만, 모든 케이팝 팬들이 댄스나 노래로 케이팝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팬아트를 만들고, 에세이를 쓰며 무대에 서지 않는 방식으로 케이팝을 향유하는 팬들도 많다. 코로나로 인해 대안을 찾던 와중에 진행된 케이팝 콘텐츠 공모전이나 케이팝 단어장 제작은 좀 더 다양한 케이팝 팬들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회로 보였다. 케이팝이라는 문화 안에서도 시장이 주목하지 않는 영역을 보듬고, 장르와 팬들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통신원 정보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