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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일 관객 눈길 사로잡은 '퓨전국악'... 악단광칠(ADG7) 인터뷰

2024-11-0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악단광칠(樂團光七)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결성된 창작국악밴드다. 북한 지역의 민요와 현대 음악을 엮어낸 독특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국악의 세계화 및 대중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2017년 8월 첫 정규앨범인 < 악단광칠 >을 선보인 이래 세계 각지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뉘른베르크, 칼스루에, 보훔, 라이프치히 등 독일에서도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악단광칠의 김약대(이하 김), 이만월(이하 이), 연홍(이하 연), 홍옥(이하 홍) 씨를 만나봤다.

< 악단광칠 - 출처: 악단광칠 제공 >

안녕하세요. 악단광칠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홍: 악단광칠은 2015년에 만들어졌고요, 그때가 광복 70주년이었습니다. 팀 이름을 뭘로 할까 하다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광칠(光七)로 하자."해서 이름을 지었습니다. 저희는 모두 국악 전공자들이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중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신나는 음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저희 음악은 이북 지역 옛 민요, 서도 민요라고 하거든요. 황해도 지역 서도 민요를 저희가 현대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 악단광칠 - 출처: 악단광칠 제공 >

소개 감사합니다. 해외 공연하셨을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이: 독일의 작은 마을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페스티벌이었는데요. 관객들이 아무래도 악단광칠의 공연이 생소하니까 뒤편에 앉아계셨어요. 그런데 공연이 조금 진행되니까 적극적으로 다가오셔서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가 한국어로 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도 큰 관심을 주신 것이죠.

홍: 저는 많이 놀랐는데 저희 노래를 이미 알고 계신 관객분들이 있더라고요. 이분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시는 거예요. 한국어를 하실 줄 안다는 것도 신기한데 노래를 따라 부르시는 게 특히 신기했어요. 어떤 분은 심지어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전부 외우고 계시더라고요. 악단광칠을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셨고 노래를 다 외웠다고 하시더라고요.

연: 저는 핀란드 극장에서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함께했던 자리가 기억에 남아요. 현지에 한 남성분이 판소리를 배우셨다고 하시면서 "악단광칠이 한국 팀이라고 해서 찾아오셨다."고 말씀하셨어요.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으시더라고요.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 악단광칠 - 출처: 악단광칠 제공 >

에피소드를 들어보니 악단광칠의 노래가 독일 관객분들에게 통한 것 같은데 어떤 매력 때문이라고 보시나요?
홍: 제 생각에는 독일 관객분들의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예열이 조금 필요하고 분위기에 따라서 호응을 해주시는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굉장히 진지하시고요.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을 유지해 주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관심이 국악 연주자로서 굉장히 감사했습니다. 미국에서 공연할 때는 공연 시작하자마자 '같이 일어나 뛰세요'라는 식으로 호응을 유도하거든요. 그런데 독일에서는 이렇게 하면 관객분들이 조금 놀라세요. 저희는 주눅 들지 않고 계속 밀어붙이지만요(웃음). 저희가 쉼 없이 현지어로 멘트도 건네고, 호응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통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독일에서 공연을 10회 넘게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으신가요?
이: 2023년 투어에서는 독일 뉘른베르크 공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큰 광장에서 무료 공연으로 진행을 했는데요. 비까지 내렸는데 광장이 꽉 찼습니다. 무대에서 보면 관객분들이 얼마나 왔는지 알 수 있잖아요. 그때 너무 행복했습니다. 

홍: 저는 독일 칼스루에 공연이 기억에 남는데요. 공연 당시 현지분들은 저희를 거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관객 중 이민자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전쟁 때문에 피난민 분들도 계셨는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분들과 함께하니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 시골에 가서 공연했을 때 어르신분들이 좋아해 주셨던 기억이 있어서 그때 생각도 났고요. 작은 공연장에서 큰 반응이 있을 때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공연 중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치신 것을 봤습니다.
홍: 아마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나서 바로 저희가 갔던 투어였을 거예요. 저희가 공연으로 찾은 지역이 헝가리, 리투아니아,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우크라이나 주변국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분들이 전쟁을 피해 이동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분들께 저희 음악을 알리는 동시에 마음을 위로하는 음악이 저희 굿 음악이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죠. 그래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불렀던 노래를 편곡해 현장에서 불렀습니다. 관객분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열심히 따라 불러주셨습니다. 이것이 진짜 전쟁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악단광칠 - 출처: 악단광칠 제공 >

악단광칠이 공연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생각이 '삶은 힘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을 느낀다는 것도 그것에 반대되는 고된 시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요.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 사람들은 고통을 느낄 때 종교의 힘이나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의지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이 '굿 음악의 현대화'와 연결되는 것인데요. 굿을 영어로 번역하면 '세리머니 리추얼(Ceremony rituals)'로 굉장히 엄숙한 느낌을 줍니다. 반면 한국의 굿은 그 느낌에 더해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놀면서 참여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기운을 발산하는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한국의 토속적인 이미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이렇게 신나는 분위기를 전달함과 동시에 '전쟁은 안된다' 등의 메시지를 던지면 삶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저희 또한 이런 식으로 조금 다른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사람이라면 작동할 수밖에 없는 사랑에 대한 감정들, 그런 것들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어요.

홍: 저는 공연하면서 관객분들과 제가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말로 소통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통해 동일한 무엇인가를 하고 있고, 같은 것에 반응한다는 느낌이 직관적으로 들었습니다. 그 매개체가 춤과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고 연결된 느낌, 그리고 세상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이 느낌을 가지기가 쉽지 않은데 그럴 때마다 저에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 이 순간이 저에게는 중요한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진행하시면서 힘든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홍: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저희가 투어를 재개했는데 당시 항공사의 시스템 회복이 덜 된 시점이었습니다. 악기를 화물로 실었고 경유지에 도착했는데 악기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도착한 바로 그 다음날 저녁에 공연을 해야 하는데 악기가 안 온 것이죠. 다행히 현지에 계신 교민 분들께서 악기를 빌려주셔서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 악단광칠 - 출처: 악단광칠 제공 >

전 세계에서 한국문화 관련 활동을 하는 분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이: 개인적인 바람이긴 합니다만,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한국문화원이 다양한 악기를 보유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전 세계 투어를 진행할 때 현지에서 악기를 구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홍: 투어를 다닐 때 언어적인 도움도 필요합니다. 특히 독일이나 스위스와 같은 나라를 방문할 때 언어적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많거든요. 지금까지는 지인을 통해 통역 도움을 받았습니다. 문서를 전송하면 번역해서 다시 받는 식이었죠. 국가마다 다르지만 음향 장비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저희가 들고 다니는 장비가 작동되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적으로 저희가 짐이 굉장히 많아 현지에서 악기와 장비를 싣고 이동할 차량도 필요하더라고요.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홍: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에는 반드시 새 앨범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일단 지금 음악을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 소셜미디어를 구독해 주시면 새로운 음반 소식을 바로 접하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진출처
- 악단광칠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 최경헌[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프랑크푸르트 통신원]
약력 : 전)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문화디자인경영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