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지 문화에 익숙해지고 이곳의 공휴일이 조국의 국경일보다 먼저 떠오르는 일이 생기고는 한다. 그럼에도 한국인으로서 잊지 말아야 할 날이 있다면 바로 광복절이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듯 미얀마 또한 과거 영국과 일본의 통치를 받았기에 독립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가 광복을 맞이한 날이 1945년 8월 15일인 반면 미얀마는 1948년 1월 4일에 독립을 맞았다. 미얀마에서는 매년 대사관과 한인회, 기업이 모여 광복절을 기념한다. 특히 이번 광복 80주년에는 다수의 미얀마인들도 함께 참여해 그 의미를 나눴다.
< (좌)제80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의 김치 축제 포토존, (우)뷰티 체험 부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8월 15일 미얀마 양곤 롯데호텔에서 제80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열렸다. 미얀마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우윈툰쪼(U Win Htut Zaw) 장학금 전달식과 김치 축제도 함께 진행됐다. 행사장 입구에는 K-뷰티를 소개하기 위한 화장품, 메이크업 도구가 마련돼 있었고 한복 체험 공간도 있어 현지 참가자들이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김치 축제를 기념하는 포토존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념식은 개회 선언,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묵념, 대통령 경축사 대독, 기념 영상 상영, 광복절 노래 제창과 만세 삼창 순으로 이어졌다. 장학금 전달식에서는 한국에서 일하다 사고로 인해 뇌사에 빠진 뒤 한국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생을 마감한 우윈툰쪼 씨를 기리는 장학재단이 마련한 장학금이 미얀마 학생 21명에게 수여됐다. 이는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슴 따뜻한 교훈과 더불어 깊은 울림을 전했다.
< (좌)제80주년 광복절 기념식, (우)행사에서의 만세삼창 - 출처: 통신원 촬영 >
마지막으로는 김치 축제를 통해 행사에 참여한 한국인과 미얀마인들이 함께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를 직접 만들고 맛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행사장 입구에 높인 안내 책자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장에서는 시연과 통역을 통해 김치 만드는 과정을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한류 열풍과 더불어 '한국인은 김치를 먹는다'는 인식이 미얀마에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 김치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행사는 미얀마인들에게 특히 의미 있는 체험이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김치는 집집마다 맛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만든 김치를 가져가 가족과 나눠 먹는다면 더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김치를 만드는 미얀마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신기함과 즐거움이 가득했고 서툰 손길을 본 한인들이 다가가 도우며 김치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따뜻한 장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배추에 빨간 양념을 정성껏 버무리며 "맛있겠다.", "나도 만들었다."는 반응을 보이며 한국문화 체험을 즐겼다.
< (좌)김치 강좌, (우)한복 체험 공간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식뿐만 아니라 미얀마인들과 함께한 장학금 전달식, 한국문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포함하면서 의미와 즐거움을 모두 담은 행사로 성황리에 진행될 수 있었다. 타국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이었지만 한국인들만의 자리가 아닌 미얀마인들과 함께한 자리였기에 더욱 뜻깊었다. 또한 이번 행사를 계기로 미얀마인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교류를 통해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며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성명 : 곽희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얀마/양곤 통신원] 약력 : KOTRA 양곤무역관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