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우디 문화의 바탕인 이슬람 율법과 코란
사우디는 이슬람교의 2개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 이슬람 종주국으로서 이슬람이 국교인 정교일치 국가다. 따라서 사우디에서는 이슬람 사회의 모든 규범의 근원인 코란을 바탕으로 한 샤리아 법과 이슬람의 율법이 현실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또한, 무슬림의 다섯 가지 의무인 신앙고백(샤하다), 하루에 5번 예배(살라), 희사(자카트), 단식(사움), 성지순례(하지)를 포함한 이슬람의 계율을 사회 규범으로 정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엄격히 지키고 있다. 사우디 전역은 간음과 매춘행위, 음란물 유포, 음주, 돼지고기 판매, 고리대금 등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 행위를 철저히 금하고 있다. 무슬림 외의 타 종교 포교 관련 행위와 이슬람 신앙생활을 해치는 가무나 요란한 음악 등도 공식적으로 금지된다. 특히, 간통죄는 처형(미혼자는 태형 후 추방), 음주죄는 태형으로 엄하게 다스리며 이는 외국인에게도 해당한다. 아울러 입국 또는 이삿짐 송부 시 술, 돼지고기, 음란물 반입도 철저히 통제한다. 따라서 사우디를 방문하거나 거래를 하려면 종교적 특성에서 비롯된 사우디인들의 고유한 관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 종교
사우디는 이슬람 외에 타 종교 전파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므로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타 종교 전파 및 언급을 삼가야 한다. 특히 이슬람교를 비판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또한 이스라엘과의 교역 경험을 언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이긴 하지만 타종교를 존중하는 편이므로, 종교적,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비즈니스 상담이나 대화 전 이슬람 문화가 익숙지 않다는 것을 밝히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좋은 자세이다.
3) 라마단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로써, 한 달 동안 무슬림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 음료, 흡연 등이 금지되며, 음악을 듣는 등 가능한 모든 감각적 즐거움이 금기시된다. 금식은 신자들에게 인내와 자제력을 가르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영혼을 정화하며 신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희생을 실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라마단 기간에 외국인들도 무슬림 앞에서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거나, 흡연하는 등 종교 생활에 거슬리는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현지 무슬림에게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여행자의 경우 라마단 율법이 예외적으로 적용되나 무슬림은 여행이 끝난 후 금식하지 못한 기간만큼 스스로 금식을 한다고 한다. 특히, 외국인은 라마단 율법을 지켜야 할 필요는 없으나 라마단은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슬람권의 중요한 문화인 만큼 그것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금식 기간에는 호텔의 Room Service도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라마단 기간에 금식 시간(일출 후 일몰 전까지)이 끝나고 첫 번째 식사를 ‘이프타르’라고 부른다. 이는 라마단 만찬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이프타르는 비즈니스 사교의 장이 되기도 한다. 몇몇 기업들은 대형 텐트를 설치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거나, 호텔이나 식당을 빌려 거래처 및 정부 관료들을 초대한다. 이렇듯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동시에 그곳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거나 주요인사와 네트워킹을 하기도 한다.
4) 복장
남성의 경우 특별히 복장에 제한이 없으며 근무나 비즈니스 미팅 시 주로 정장 또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착용하면 충분하다. 사우디인들은 상대의 복장으로 사회적 지위, 출신 국가를 구별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현지 정부 부처, 공공기관, 바이어 상담 등 비즈니스 목적에는 정장이나 단정한 비즈니스 캐주얼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정장은 감색 등 어두운색 위주로 입는 것이 좋다. 사우디 남성의 경우 근무 또는 비즈니스 시 ‘싸웁’라고 불리는 흰색 전통복장에 머리를 덮는 빨간 체크무늬 천인 ‘셰마그’ 또는 흰색 등의 천인 ‘구트라’를 쓰고 이를 고정하는 검은 링인 ‘익깔’을 착용한다. 단, 해외 출장 시에는 정장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는 외출, 비즈니스 미팅 등에도 사우디인, 외국인 여부에 상관없이 검은색 천으로 된 ‘아바야’를 착용해야 한다. 특히, 사우디 여성이나 아랍 여성의 경우 아바야에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깝 또는 머리 주위로 얼굴에만 두르는 히잡 등을 착용한다. 여성들은 쇄골과 무릎 등을 노출해서는 안 되며 몸에 딱 붙는 옷은 삼가는 것이 좋다. 외국 여성의 경우 아바야를 착용하면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큰 지장이 없다. 사우디 정부는 2019년 9월 관광산업 육성정책 일환으로 외국인 여성의 아바야 착용 필수규정을 폐지했다. 그럼에도 아직 사회적으로 여성의 아바야 미착용 문화가 자리 잡지 않았으며, 규정이 폐지됐다 할지라도 아바야를 착용하여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옷차림 및 여성문화
옷차림의 경우 여성들은 손목과 발목 이상의 노출이 금지돼 있고, 국적이나 가풍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외간 남자들 앞에서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외출 시에는 전통 의상인 아바야에 머리를 가릴 수 있는 스카프를 하는 것이 사회적 규범이며 외국인 여성도 예외 없이 아바야를 착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종교경찰(무따와)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얼굴까지 가리는 것은 가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거리나 상가에 있는 종교경찰도 여성들이 스카프를 둘렀는지 확인한다. 남자의 경우 특별한 규정은 따로 없으나 무릎을 드러내는 반바지 등 노출이 심한 복장의 경우 쇼핑몰 등 공공장소의 출입이 금지되는 경우가 있다. 사우디는 부부 이외의 남녀가 교제하거나 서로 어울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공장소에서 같이 다닐 경우 부부라는 증명서를 휴대하고 다녀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남녀 간의 내외를 엄격하게 지켜 여자 가족에 대한 안부나 관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적 관습으로 인해 사우디를 방문한 사람들은 사우디 여성에게 말을 걸거나 사진을 찍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기혼 여성에게 말을 거는 것은 아주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이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현지의 모든 식당은 남성 독신자석(Single section)과 가족석(Family section)으로 구분돼 있으며, 일부 대형 쇼핑몰의 경우 여성 전용 쇼핑 층을 마련해놓거나 휴일 등의 특정 요일을 Family day로 지정해 남성의 단독 입장을 금지하기도 한다. 직장에서도 여성이 근무하는 경우 사무실에 여성과 남성을 격리해놓는 것이 원칙이다. 2018년 6월 24일부터 여성 운전 허용 등의 조치가 이뤄졌으며, 향후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가 전망된다.
6) 인사
코로나19 확산 이후 악수 시행 문화가 사라지는 추세이다. 현지인들 끼리는 친밀도에 따라 가벼운 포옹과 양쪽 뺨을 대는 Cheek-Kiss 문화도 있지만, 이 또한 코로나로 인해 지양하는 추세다. 악수를 희망하면 상대방 의사를 물어보고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악수할 때 아랍인들은 보통 두 손을 다 사용하며 손을 크게 흔들거나 하기보다는 손을 잡고 있는 느낌으로 한다. 왼손은 화장실에서 쓰는 손이기 때문에 왼손으로 악수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보통 악수를 할 때나 물건을 주고받을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우디 여성은 남성과의 접촉이 금지돼 있으므로 상대가 악수를 먼저 청하지 않는 이상 간단한 목례나 인사말을 건네는 것이 적절하다. 첫 만남에서 일반적인 대화 주제는 상대방의 안부이다. 이때 이슬람 인사인 '앗살라무 알라이쿰'(평화가 당신과 함께하기를)으로 인사를 건네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란, 이스라엘 등 적대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해야 한다.
7) 제스처
다음은 사우디 사람들과 만날 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제스처들이다.
- 타인에게 이리 오라고 팔을 뻗어서 손짓할 때, 손바닥이 위를 향하면 모욕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손바닥으로 아래로 하고 흔드는 편이 좋다.
- 신발이나 샌들의 밑바닥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동이다.
- 대화할 때 상대방보다 높은 장소(예: 상대방은 계단 아래, 자신은 계단 위)에서 말하는 것 역시 무례한 행동이다.
- 제스처를 취할 때 왼손을 사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 앉을 때 다리를 꼬지 않는 것이 좋다.
- 관례로 카펫이 깔린 방에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어야 한다. 확신할 수 없다면 상대방이 리드하는 대로 따르면 된다.
- 턱을 가볍게 때리는 것은 매우 화난 상황에서 쓰이는 행동이다.
- 왼손을 내밀어서는 안 되며, 악수할 때도 두 손보다는 오른손만 내미는 것이 바람직하다.
- 엘리베이터 탑승, 건물, 방 입장 시 보통 오른쪽에 있는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이 관례이다.
- 가끔 아랍인들이 대화 도중 혀를 한 번 차면서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리는 행위가 있는데, 이는 모욕적인 언사가 아닌 ‘아니오, No’의 의미이다.
8) 식사
사우디아라비아 문화에는 손님을 초대했을 때 극진히 대접하는 것을 예의이자 미덕으로 생각해 세 번 이상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통상 비즈니스 목적으로 만난 바이어의 경우,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식당으로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특별히 유의할 부분은 없으며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면 된다. 다만, 식사 시 상대방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것이 좋다. 사우디아라비아인의 전통음식은 굽거나 삶은 양고기 또는 닭과 쌀을 함께 조리한 ‘캅사’ 또는 ‘만디’가 일반적이며 바닥에 앉아 맨손으로 식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 두 다리를 포개어 앉거나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식사하면 된다. 외국인들은 식기를 사용해도 문제없다. 다만, 손으로 식사하는 경우 식사 전에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며, 오른손으로만 식사한다. 보통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손님에게 호의를 표시하기 위해 많은 양의 음식을 제공한다. 특히, 만디 같은 경우에는 양이 많으므로 남기더라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가능한 제공된 모든 음식을 한 번씩은 맛보는 것이 좋다. 사우디아라비아인을 한국으로 초청해 식사하는 경우 메뉴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사우디아라비아인을 포함한 무슬림들은 개, 돼지, 맹수, 맹금류 등을 먹지 않는다. 반드시 이슬람식 도축(할랄)이 된 고기만을 먹으며, 술을 권하는 것은 절대로 금지된다. 적절한 메뉴는 소고기, 닭고기, 생선, 채소류이다.
7) 할랄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율법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다. 육류 중에서는 이슬람식, 즉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된’ 고기(주로 염소고기·닭고기·쇠고기 등), 이를 원료로 한 화장품 등이 할랄 제품에 해당한다. 반면, 술과 마약류처럼 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 돼지고기·개·고양이 등의 동물, 자연사했거나 잔인하게 도살된 짐승의 고기 등과 같이 무슬림에게 금지된 음식을 '하람(haram)' 푸드라고 한다. 한국에서 무슬림에게 음식을 대접할 경우에는 할랄 제품으로 만든 음식이 가능한 식당을 찾아 대접하는 것이 좋다.
10) 선물
중동은 우리와는 다르게 선물을 하는 문화가 거의 없는 편이다. 특히, 뇌물은 이슬람에서 금기시되고 있어 첫 방문부터 값비싼 선물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추후 친분을 쌓고 특별한 기회가 될 때 작은 선물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지 바이어는 비즈니스와 개인적인 친분을 별개로 간주하는 편으로 선물로 인해 거래관계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때때로 주는 사람의 성의와 정성이 담긴 자그마한 선물 하나가 간혹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선물로는 인삼 제품(인삼차, 인삼 절편, 인삼 농축액 등), 한국산 IT 기기, 한국 전통문양이 들어간 수공예품 등이 무난하다. 한편, 바이어의 부인이나 자녀에게는 선물을 삼가는 것이 좋다.
11) 대화 주제
현지 무슬림과 친분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주의해야 할 대화 주제들이 있다. 첫째, 국내 정치 상황, 최고 지도자 대한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즈니스를 하는 아랍인들의 경우 체제 옹호론자들이 많고, 산유국은 대체로 폐쇄적 권위주의 정권이 장기 집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랍국가 전체에게 적국으로 간주되는 이스라엘에 대한 언급 역시 삼가야 한다. 둘째, 아랍인들은 자존심과 명예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종교, 문화 및 종족에 관한 비판 역시 삼가는 편이 좋다. 셋째, 현지 정권은 친미정권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다수 국민의 반미정서가 뿌리 깊고, 팔레스타인의 정당성에 대한 집착이 강해 이스라엘을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유대인과 이스라엘 문제를 꺼내지 않는 편이 좋다. 대신 축구를 좋아해 스포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편이 적절하다.
12) 기타
사우디 현지에는 하루 5번, 1회당 30분씩 기도 시간(살라)이 있다. 이 시간 동안에는 모든 소매점 및 음식점 등이 영업을 중단하므로 항상 이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부분의 음식점은 커튼이 설치돼 있어 주문 이후라면 예배 시간과 상관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도 중인 군중 주위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흡연하는 행위, 기도하는 방향 앞을 가로지르는 것과 같이 기도를 방해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군사시설, Check Point, 주요 산업시설(주요 공단, 항만, 공항)등 민감한 건물들 같은 경우 사진을 찍는 것이 금지돼 있다. 특히, 최근 중동지역에서는 정유공장시설 촬영, 국경 지역 촬영 등으로 인해 당국에 구금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더욱 주의를 요한다. 이와 더불어 허락 없이 무슬림 여성의 사진을 찍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또한, 사우디의 주요 산업시설에 부정한 ID를 사용해 출입하거나 근처에서 사진촬영 등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