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여왕>의 방영과 인기

<방송국 ‘아스타나 TV’에서 방영 중인 한국 드라마 ‘선덕여왕’ - 출처 : 아스타나 TV>

역사가 말해주듯, 한국과 카자흐스탄에서는 역사적으로 여성 왕비가 존재했다. 물론 일반 사람들과 역사학자들은 과거에는 여왕의 역사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그 이유는 두 나라 모두 식민지 시기를 겪었고, 여성 통치자에 대한 개념,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독립 이후,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올바른 역사관을 세우고 교육하기 위해 과거를 다시 살피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사료를 다시 읽고, 연구하며 사람들이 여성 왕비를 조명하고, 말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는 왕비들이 나라를 오랫동안 통치했고, 권력을 위해서 왕자들과 다투기도 했다. 왕위에 올랐던 여성들, 혹은 궁 안의 여성들은 자신의 아들이 권력을 쥘 수 있도록, 또 왕위에 앉힐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궁내의 권력 다툼을 다루는 한국드라마가 카자흐스탄에서 방영되고 있다. 바로 《아스타나 TV(Astana TV)》에서 방영 중인 <선덕여왕>이다. <선덕여왕>은 카자흐어로 더빙되어 매일 밤 11시 10분부터 1시간동안 방영된다. 방영 요일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다. <선덕여왕>은 2009년 한국 《MBC》에서 62부작으로 방영된 작품으로, 최고시청률은 43.6%를 달성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한편, 동 드라마는 이전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다르다. 우선, 주인공, 특히 여성 주인공이 그려지는 방식에서 기존의 드라마와 큰 차이를 보인다.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여성이 대부분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권력을 잡고 있다. 남성 권력자의 권한보다 여성 권력자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 쌍둥이로 태어난 주인공은 쌍둥이가 태어나면 성골 남성의 씨가 마른다는 예언 때문에 왕실을 지키고자 했던 진평왕은 아이를 멀리 보내버린다. 자신의 신분을 알지 못한 채 중앙아시아에서 평범한 삶을 살다, 15년 이후 자신이 신라 태생임을 알게 된 주인공은 결국 신라로 되돌아오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것이 <선덕여왕>의 주요 내용이다.

<‘아스타나 TV’의 본방송을 제외하고도, 카자흐스탄의 여러 유튜브 채널은 동 드라마의 편집본을 게재하고 있다 – 출처 : 유튜브 채널(@_kulfi_tv_ YouTube)>

카자흐스탄 역사에도 기원전 3세기인 고대 사카 때, ‘토미리스(Tomiris)’라는 사카 여왕이 존재했다. 토미리스의 역사는 헤로도투스의 저술에 남아 있는데, 남편인 마사게타이 왕의 사후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토미리스 여왕은 페르시아군을 공격해 승리를 얻은 왕으로도 유명하다. 카자흐스탄 아칸 사타예프(Akan Satayev) 감독은 2019년, 토미리스 여왕에 관한 영화 <토미리스(Tomiris)>를 제작했고, 동 작품은 카자흐스탄 영화 역사상 최초로 여왕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처럼 카자흐스탄의 영화 <토미리스>, 한국드라마 <선덕여왕>은 여성 왕의 이야기를 여성 중심 서사로 풀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카자흐스탄 시청자들의 <선덕여왕>을 향한 반응은 꽤 좋은 편이다. 기존 한국드라마의 인기 행진에 이어 <선덕여왕> 역시 흥미로운 내용과 배우진의 연기력도 호평받고 있다. 특히 극의 초반, 선덕여왕이 아닌 ‘덕만’이라는 이름으로 친모라고 믿고 살던 소화와 함께 타클라마칸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교역장에서 성장한다는 배경, 늘 위험해보이는 사건에 휘말리지만 현명함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흥미를 느끼는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한다. 덕만이 고국인 신라를 계속 생각하고, 책을 읽으며 생업에 종사한다는 초기 설정은 특히 현지 여성들에게 공감대를 자아내기도 했다.

최근 카자흐스탄에서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지속됨에 따라, 드라마 역시 꾸준히 편성되고 있다. 특히 현지에서 방영 중인 한국 드라마의 대부분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제작된 사극이며, 사극은 유사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카자흐스탄에서도 적잖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성별에 상관없이, 시청자들은 사극을 선호하고 지속적으로 시청하고 있다. 한국식 역사드라마가 앞으로도 현지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참고자료
https://astanatv.kz/ru/serials/105/
https://gramho.com/explore-hashtag/%D0%B1%D0%B0%D1%82%D1%8B%D1%80%D0%BB%D0%B0%D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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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 정보

성명 : 아카쒸 다스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카자흐스탄/누르술탄 통신원]
약력 : 현) 카자흐스탄 신문사 해외부 한국 담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