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왕푸징을 채운 로제(ROSÉ), 일상 속에서 마주한 한류
- 공연장을 넘어 베이징의 거리에서 만나는 케이팝 아티스트 -
지난 9월 25일, 베이징(北京)의 대표적인 번화가 왕푸징(王府井)을 찾았다. 왕푸징중환(王府中環) 앞을 지나던 중 푸른색으로 길게 이어진 대형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룹 블랙핑크(BLACKPINK)의 멤버 로제(ROSÉ)였다. 청바지를 입은 로제의 모습이 건물 앞 공간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한쪽에는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다른 쪽에는 서로 다른 데님 차림의 로제가 등장했다. 푸른색 배경 위로 리바이스(Levi's)의 로고와 ‘킵 잇 루즈(KEEP IT LOOSE)’라는 문구도 크게 적혀 있었다. 잔디광장 건너편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왕푸징은 베이징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상점과 대형 쇼핑몰,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어 현지인뿐 아니라 관광객도 즐겨 찾는다. 그런 왕푸징 한가운데에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케이팝 아티스트의 대형 이미지를 마주하니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중국 전용 모델이 아닌 글로벌 앰배서더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로제는 중국에서만 활동하는 광고모델이 아니었다. 지난 3월 리바이스는 로제를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했다. 이에 앞서 2월에는 로제를 비롯해 도이치(Doechii), 샤이 길저스알렉산더(Shai Gilgeous-Alexander) 등이 참여한 글로벌 캠페인 ‘비하인드 에브리 오리지널(Behind Every Original)’도 공개했다. 리바이스가 로제를 선택한 배경도 눈길을 끈다. 리바이스는 공식 자료에서 로제를 블랙핑크 멤버이자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소개하면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음악과 스타일로 대중과 연결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의 영향력이 음악뿐 아니라 패션과 문화에도 걸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케이팝을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아티스트가 이제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얼굴이 된 것이다.
글로벌 캠페인, 베이징 왕푸징으로 8월에는 로제가 참여한 또 다른 글로벌 캠페인 ‘킵 잇 루즈(Keep It Loose)’가 공개됐다. 리바이스에 따르면 해당 캠페인은 8월 3일 시작됐으며, 로제와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가 캠페인의 중심에 섰다. 로제는 여러 데님 제품을 직접 자신의 방식으로 조합해 선보였다. 왕푸징에서 통신원이 본 ‘킵 잇 루즈(KEEP IT LOOSE)’ 역시 이 글로벌 캠페인과 연결돼 있었다. 리바이스 중국 공식 웨이보는 9월 23일 왕푸징중환에 기간 한정 데님 공간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게시물에는 로제의 이름과 함께 ‘베이징 주말(北京周末)’, ‘베이징 팝업(北京快闪)’, ‘오프라인 행사(线下活动)’ 등의 해시태그가 붙었다. 이틀 뒤인 25일 직접 찾은 현장에서는 로제의 대형 이미지가 왕푸징중환 앞 공간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옥외광고라고 생각했지만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글로벌 캠페인이 중국의 소셜미디어와 베이징의 오프라인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베이징의 일상으로 들어온 케이팝 아티스트 왕푸징에서 로제를 보면서 궈마오상청(国贸商城)에서 만났던 리사(LISA)가 떠올랐다. 당시 궈마오상청에서는 리사와 미니소(MINISO)가 함께한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었다. 두 곳 모두 한류 행사나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평소처럼 쇼핑몰을 찾고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한국 아티스트를 마주한 것이다. 이렇게 베이징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케이팝 아티스트를 만나니,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류라고 하면 보통 케이팝 음악이나 한국 드라마, 영화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요즘은 음악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의 패션과 스타일에도 관심이 많다. 아티스트가 참여한 팝업스토어를 찾아가거나 브랜드와 함께 만든 제품을 접하면서 한국 아티스트를 만나는 기회도 많아졌다. 음악으로 시작된 관심이 자연스럽게 패션이나 다른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왕푸징은 한류 팬들만 찾는 곳이 아니다. 베이징 시민들이 쇼핑하고 식사하는 곳이고, 중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거리다. 이날도 로제의 대형 이미지 앞에는 사람들이 평소처럼 오가고 있었다. 공연장이나 특별한 행사가 아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공간에서 케이팝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베이징에서는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쇼핑몰이나 거리에서 한국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 케이팝을 통해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패션과 팝업스토어 등으로 이어지면서, 한류를 접하는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베이징의 또 어떤 공간에서 한국 아티스트와 한류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될지 기대해 본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보그 코리아(VOGUE KOREA)≫ (2026. 02. 09). 리바이스 새 캠페인 주인공, 로제, https://buly.kr/6Byg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