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도서관이 ‘서울’로… 폴란드 올레시니차의 ‘한국의 밤’
- 전국 행사 ‘도서관의 밤’ 주제로 한국 선택, 부채춤·딱지치기·한국어 수업까지 -
폴란드 남서부 돌니실롱스크(Dolny Śląsk) 지방의 소도시 올레시니차(Oleśnica)에서 공공도서관이 한국 문화 축제를 열었다. 올레시니차 공공도서관(Oleśnicka Biblioteka Publiczna)은 10월 16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한국 도서관의 밤(Koreańska Noc Bibliotek)’을 열었다. 매년 폴란드 전역의 도서관이 밤늦게까지 문을 열고 독자를 맞는 전국 행사 ‘도서관의 밤(Noc Bibliotek)’에 맞춘 것으로, 도서관은 올해 주제를 한국으로 정했다. 지난해 주제는 일본이었다. 지역 매체 ≪올레시니차인포(olesnicainfo.pl)≫는 행사 뒤 “이날 도서관이 한국 문화의 활기찬 중심지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모든 행사는 무료로 열렸다. 올레시니차는 인구 3만여 명의 작은 도시로, 10일 첫 ‘코리아 데이’를 연 브로츠와프(Wrocław)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져 있다. 올해 개관 80주년을 맞은 도서관이 이 해의 가장 큰 행사로 한국을 고른 셈이다. 한국 여행은 본행사 이틀 전부터 시작됐다. 14일과 15일에는 사전 강연이 이어졌다. 아담 발라섹(Adam Walasek)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속 신화를, 다비트 그워브니아(Dawid Głownia)는 아시아 영화의 역사를 소개했다. ‘아시아 책장(Azjatycka Półka)’을 운영하는 마르티나 빌레치아우(Martyna Wyleciał)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한국 문학을 소개했다. ‘한국어 선생님(Pani od koreańskiego)’으로 알려진 마르타 니에비아돔스카(Marta Niewiadomska)는 한국의 미신과 믿음을 들려줬다. 시험 보러 갈 때 휴지를 챙기면 좋은 이유, 시험 전 미역국을 피하는 이유, 이름을 빨간 펜으로 쓰지 않는 이유 같은 이야기가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16일 본행사에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무대는 전통 부채춤이었다. 포즈난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교(Uniwersytet im. Adama Mickiewicza) 학생들로 이뤄진 그룹 해어화(Hae_eo_hwa)가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선보였다. 이어 크리스(KRIS)가 케이팝 히트곡에 맞춘 춤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무대에서는 마르타 살레프스카(Marta Salewska)가 케이드라마의 인기를, 율리아 차르노타(Julia Czarnota)가 한국 음악 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알렉산드라 카즈미에르차크(Aleksandra Kaźmierczak)가 아시아 여행 준비법을 이야기했다. 지역 단체들도 힘을 보탰다. 안나 물로프스카-플라스코타(Anna Mulowska-Plaskota)가 이끄는 스즈키 음악학교 ‘무지치니 자카텍(Muzyczny Zakątek)’ 학생들은 아시아 음악 바이올린 연주회를 열었다. 연주곡에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삽입곡 <골든(Golden)>도 들어 있었다. 교육기관 스카이 블루 에듀케이션(SkyBlue Education)의 학생들은 한국에서 열린 레고 세계대회에 다녀온 경험을 나눴고, 행사 마지막에는 딱지치기 대회를 이끌었다.
체험 공간은 저녁 내내 붐볐다. 방문객들은 케이킹덤(K-Kingdom)과 함께 가방을 만들고, 미소서(MYSOSEO) 재단 부스에서 한국 서예로 부채를 꾸몄다. 딱지와 열쇠고리를 만들고, 포켓몬 카드 게임을 배우는 자리도 있었다. 2층 열람실에서는 어학원 미래(MIRAE)가 한국어 기초를 가르쳤다. 2층에는 예술 그룹 코렐라치에(KoRelacje)의 작품 전시도 열렸다. 행사는 21일 어린이 분관 ‘포드 소벵(Pod Sową)’의 독서 워크숍으로 이어졌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폴란드 그림책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Iwona Chmielewska)의 책 『눈(Oczy)』을 읽고, 작가의 화풍을 본떠 낱말 카드에 그림을 그렸다. 흐미엘레프스카는 동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 작가다. 한국의 밤 마지막 순서를 한국에서 사랑받는 폴란드 작가의 책으로 마무리한 셈이다. 이번 행사가 눈에 띄는 이유는 장소와 주체에 있다. 그동안 폴란드의 한국 문화 행사는 바르샤바나 브로츠와프 같은 대도시에서, 한국 기관이나 한인 사회가 중심이 되어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올레시니차의 ‘한국의 밤’은 작은 도시의 공공도서관이 스스로 기획했다. 강연과 공연, 워크숍 대부분도 폴란드 현지의 블로거와 교사, 대학생, 지역 학교와 단체가 채웠다. 한국 문화가 폴란드 사람들이 직접 연구하고 가르치고 나누는 문화가 됐음을 보여 준다. 특히 대중문화 강연과 함께 한국 문학과 한국어 수업, 그림책 워크숍을 나란히 배치한 구성은 케이팝과 드라마로 시작된 관심을 책과 언어로 넓히려는 도서관다운 시도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올레시니차인포(olesnicainfo.pl)≫ (2026. 10. 20). Koreańska Noc Bibliotek w Oleśnicy. Wyjątkowa podróż do serca Azji [GALERIA], https://olesnicainfo.pl/kultura-i-rozrywka/koreanska-noc-bibliotek-w-olesnicy-wyjatkowa-podroz-do-serca-azji-galeria/327331/ - ≪올레시니차24(olesnica24.com)≫ Koreańska Noc Bibliotek w Oleśnicy. K-pop, taniec, język i kultura Korei, https://www.olesnica24.com/artykul/33715,koreanska-noc-bibliotek-w-olesnicy-k-pop-taniec-jezyk-i-kultura-korei - ≪올레시니차24(olesnica24.com)≫ Zobaczyć niewidoczne! Niezwykła lekcja wyobraźni dla uczniów w Bibliotece „Pod Sową”, https://www.olesnica24.com/artykul/33829,zobaczyc-niewidoczne-niezwykla-lekcja-wyobrazni-dla-olesnickich-uczniow-w-bibliotece-pod-sowa-f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