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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로 돌아온 한국 캐릭터, 몰티즈 앤 리트리버

등록일
2026-10-28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중국

  • 해당 장르

    출판

    캐릭터

주요내용

번역서로 돌아온 한국 캐릭터, 몰티즈 앤 리트리버
- 『사랑스러운 강아지』 시리즈로 본 역수입 -

한국 캐릭터의 이야기를 한국 독자가 번역서로 읽는다. 9월 29일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나온 만화책 『사랑스러운 강아지 2: 몰티즈 앤 리트리버의 함께라서 좋은 날』(대원앤북)이 그런 책이다. 주인공은 문랩스튜디오가2020년에 만든 강아지 캐릭터 몰티즈 앤 리트리버인데, 한국어판 표지에는 ‘몰티즈 글그림, 김근희 옮김’이라고 적혀 있다. 지난 7월 나온 1권에도 ‘서미영 옮김’이 붙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캐릭터가 중국어로 이야기가 만들어져, 한국어로 옮겨져 돌아온 것이다.
대원앤북 블로그 공식 계정이 ’사랑스러운 강아지2’ 한국어판이 출간된 소식을 게재했다
< 대원앤북 블로그 공식 계정이 ’사랑스러운 강아지2’ 한국어판이 출간된 소식을 게재했다 – 출처: 대원씨아이 코믹스 네이버 공식 블로그(@daiwon_ci) >
중국어 이름을 얻은 몰티즈 앤 리트리버

국내에서 몰티즈와 리트리버는 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알려진 캐릭터다. 한국어판 출판사도 이 캐릭터를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인기를 얻은 캐릭터로 소개한다. 중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이 캐릭터는 ‘선으로 그린 강아지’라는 뜻의 셴탸오샤오거우(线条小狗)로 불리고, 몰티즈는 ‘마얼지쓰(马尔济斯)’, 리트리버는 ‘샤오진마오(小金毛)’라는 중국어 이름을 쓴다. 중국 공식 위챗 계정 이름에도, 책 표지의 저자 자리에도 셴탸오샤오거우가 적혀 있다.

책도 중국에서 먼저 나왔다. 중국 출판사 모톄(磨铁)의 원즈(文治) 브랜드는 2025년 첫 단행본 『사랑스러운 강아지(亲爱的小狗)』를 펴내며 수록 만화 38편이 모두 새로 그린 것이라고 밝혔다. 출판사 발표에 따르면 이 책은 중국 도서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의 ‘2025 올해의 그림책·만화’에 선정됐고, 시리즈는 60만 부가 팔렸다. 한국어판 1권은 그로부터 1년여 뒤인 올해 7월에야 나왔다. 쪽수(200쪽)와 수록 편수(38편)는 중국어판과 같다.

원본은 중국어판, 번역본은 한국어판

2권에서는 시차마저 사라졌다. 중국어판 『사랑스러운 강아지2(亲爱的小狗2)』와 한국어판은 같은 날 나왔고, 중국 공식 계정은 “중한 동시 발매(中韩同步发售)”를 알렸다. 중국어판은 수록작 27편이 모두 처음 공개되는 만화라고 소개하는데, 한국어판 목차도 80쪽짜리 장편 「욕실 안의 탐험가(浴缸里的探险家)」를 포함해 27편이다. 중국의 한 독서 블로거가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은 박물관 에피소드의 대사는 한국어판 178쪽에 그대로 실렸다. 이야기는 중국어로 먼저 세상에 나왔고, 한국어판은 그것을 옮긴 것이다.
사랑스러운 강아지2’ 중국어판 책 정보
< ‘사랑스러운 강아지2’ 중국어판 책 정보 – 출처: 더우반 웹사이트 >
두 나라의 책은 이 관계를 앞세우지 않는다. 한국어판 소개는 ‘한국에서 탄생한’ 캐릭터, ‘한국과 중국을 넘어’ 세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캐릭터라는 점을 내세운다. 중국어판 서지 정보에는 캐릭터 이름만 저자로 올라 있다. 한국 독자에게는 이야기가 중국에서 쓰였다는 사실이, 중국 독자에게는 캐릭터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이 잘 보이지 않는 구조다.

원본을 먼저 받아 든 중국 독자들

중국 공식 계정의 출간 공지 글은 조회 1만 5천 회, 댓글 55개를 기록했다(자료 수집 시점 기준). 댓글에는 이 캐릭터가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읽혀 왔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1권을 읽을 때는 둘이었는데, 2권이 나온 지금 함께 읽던 그녀는 곁에 없다”는 고백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달라진 책을 두고 반응은 엇갈렸다. 2권은 모험 장편으로 시작하고, 흰 바탕에 단순한 선으로 그리던 이모티콘과 달리 바닷속 풍경 전체를 색으로 채웠다. 새 이야기를 반기는 댓글이 있는가 하면 “그린 사람이 바뀐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더우반 평점은 9.2(10월 23일 기준)로 높지만, 두 강아지의 일상을 보고 싶었는데 유치원생용 모험담이 실렸다며 “이건 젤다 굿즈가 아니다”라고 꼬집은 평도 있다. 반대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기 좋은 책이라는 추천도 나왔다.

의미는 받는 쪽에서 다시 쓰인다

영국의 문화연구자 스튜어트 홀은 미디어 메시지를 ‘부호화’와 ‘해독’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보내는 쪽이 담은 의미와 받는 쪽이 읽어 내는 의미는 꼭 일치하지 않으며, 받는 쪽은 그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조건을 달아 협상하기도 하고, 아예 거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해독 역시 의미를 만드는 일이라는 뜻이다.

몰티즈의 역수입은 이 과정이 한 바퀴 더 돈 사례다. 한국에서 출발한 것은 몇 가지 표정과 짧은 말풍선으로 이뤄진 이모티콘 캐릭터였다. 중국에서 이 캐릭터는 새 이름으로 불렸고, 수십 편의 새 이야기를 얻어 단행본이 됐다. 해독이 해독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부호화로 이어진 것이다. 그 결과물이 번역을 거쳐 처음 보낸 쪽으로 돌아왔다. 한국 독자가 받아 든 것은 한국에서 보낸 메시지가 아니라, 중국에서 한 번 읽히고 다시 쓰인 메시지다.

해독은 중국 안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2권이 캐릭터를 모험의 주인공으로 세우자 일부 팬들은 ‘둘의 일상’이야말로 이 캐릭터의 본모습이라며 반론을 폈다. 홀의 말을 빌리면 협상적 읽기, 때로는 대항적 읽기다. 한국어판은 이처럼 의미를 둘러싼 협상이 진행 중인 텍스트를 옮겨 온 셈이다.

한류를 ‘순환’으로 다시 볼 때

그동안 한류는 대개 한국에서 만든 것이 얼마나 멀리 퍼졌는가를 묻는 ‘나가는 흐름’으로 이야기됐다. 드라마와 웹툰도 대체로 한국에서 완성된 이야기가 해외에서 번역되는 구조였다. 몰티즈는 반대 방향의 고리를 보여 준다. 한국에서 나간 캐릭터가 다른 사회에서 이름과 이야기를 얻은 뒤 번역서가 되어 돌아오는 순환이다.

이 순환은 ‘우리 캐릭터’라는 감각을 돌아보게 한다. 캐릭터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지금 한국 독자가 읽는 이야기는 중국 독자를 향해 먼저 쓰였다. 캐릭터가 태어난 곳과 그 의미가 자란 곳이 갈라진 것이다. 한국 문화의 일부가 국경 너머의 독자와 함께 쓰이고 있다면, 한류를 보는 질문도 ‘무엇을 내보냈는가’에서 ‘무엇이 되어 돌아오는가’로 넓어져야 할 것이다. 출처를 드러내는 일도 과제로 남는다. 원본과 번역본의 관계가 가려진 채라면 중국 독자는 이 캐릭터를 자신들의 일상 속 존재로만, 한국 독자는 온전한 한국 캐릭터로만 기억하게 된다. 이야기가 어디서 쓰였고 어떻게 건너왔는지 드러날 때, 몰티즈와 리트리버는 두 사회의 소통이 함께 빚은 캐릭터로 기록될 수 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더우반(豆瓣读书) 웹사이트,
https://book.douban.com/subject/38413066/
-  ‘线条小狗Maltese’ 위챗 공식계정(@线条小狗Maltese),
https://mp.weixin.qq.com/s/ZbxGdSgzDEVtbpNoBxcd1g
https://mp.weixin.qq.com/s/OcND8jnq-fc8G_zRlRkVTA
- 대원씨아이 코믹스 네이버 공식 블로그(@daiwon_ci), 
https://blog.naver.com/daiwon_ci/224412595492

*위챗(微信, WeChat)은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 겸 소셜 플랫폼으로, 기업·기관·언론사·개인이 '공식계정(公众号)'을 개설해 직접 글을 발행한다. 본 리포트에서 인용한 위챗 자료는 '线条小狗' IP 측 공식계정이 직접 발행한 공지로, 별도의 언론사 원문이 없는 1차 출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