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를 춤추게 한 한국 거리예술
- '에이런크루', <라 메르세>에서 스페인 순회공연 마무리 –
한국의 거리 예술단체 '에이런크루' (맴버:양재원, 서진호, 장원우, 이가형, DJ 황선진)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케이-아츠 온더고(K-arts on the GO)’ 항공료 지원을 받아 약 2주간의 스페인 순회공연을 펼쳤다. '케이-아츠 온더고'는 전문가 심사를 거쳐 선정된 세계 각국의 해외 우수 플랫폼에 초청받은 국내 공연·전시의 항공료와 운송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에이런크루는 해외 거리 예술계와 꾸준히 이어온 교류를 바탕으로 스페인의 <피라 타레가(FiraTàrrega)>와 <라 메르세(La Mercè)>에 초청됐으며,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지원을 통해 두 축제를 잇는 순회공연을 실현했다. <피라 타레가>와 팜플로나를 거쳐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에이런크루는 지난 9월 26일과 27일, <라 메르세 축제>에서 두 작품을 선보이며 순회공연을 마무리했다. <라 메르세>는 바르셀로나의 수호성인(守護聖人)을 기리는 도시의 대표적인 축제로, 매년 9월 음악과 카탈루냐 전통문화, 서커스, 거리 예술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됐으며, 에이런크루는 거리예술 프로그램인 <메르세 아르츠 데 카레르(Mercè Arts de Carrer·MAC)>에 참여했다.
9월 27일 일요일 오전 11시, 트리니타트 공원(Parc de la Trinitat)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객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이날 첫 공연인 <와작>은 단단한 물체가 부서질 때 나는 소리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이다. 개별적인 각목은 쉽게 부러지지만 여러 개가 모이면 강한 힘과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연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연약한 존재들이 서로 힘을 합쳐 거대한 힘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브레이킹의 강렬한 움직임으로 펼쳐 보인다. 스트리트 댄스와 브레이킹, 파쿠르, 서커스적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역동적인 공연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스페인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품에 담긴 상징과 메시지가 언어적 장벽을 딛고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지 궁금했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관객들의 반응은 우려가 무색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공연자들이 가느다란 각목 위에서 균형을 잃거나 연출된 실패로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아슬아슬한 동작이 이어질수록 관객들은 무대 위 움직임에 집중했고, 공연자들이 다시 도전할 때마다 박수로 호응했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공연의 마지막이었다. 흩어져 있던 각목들이 모여 단단한 구조물을 이루고, 그 위에 올라선 멤버들이 서로를 끌어안자 관객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이어진 박수는 작품의 결말을 더욱 인상적으로 만들었다. 부서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던 공연자들이 마침내 서로 의지하며 함께 일어서는 모습은 작품이 전달하려는 연대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윤종연 연출은 <와작>에 대해 "브레이킹의 움직임과 각목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연약한 개인들이 함께 모여 단단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약함과 부서짐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인 만큼, 관객들이 긴 설명 없이도 신체와 오브제, 무대 위의 이미지를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바랐다고 전했다. 이날 관객들이 보여준 반응은 언어적 설명 없이도 공연자의 움직임과 무대 위 이미지가 현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공연자의 실패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마지막 장면에 감탄하는 모습은 이 전하고자 하는 연대의 의미와 맞닿아 있었다.
오후 5시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에이런크루의 두 번째 작품 <껄렁하게 춤을>은 정해진 무대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 지형과 도시 공간을 활용하는 이동형 거리 공연이다. 공연자들은 춤을 추며 공원 주변의 지하철역과 공터 등으로 이동했고, 관객들 역시 그 뒤를 따라 걷고 춤추며 공연에 동참했다. 브레이킹을 기반으로 신체극과 거리예술을 결합한 이 작품은 춤을 잘 추는 것보다 자신만의 움직임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껄렁한 자신감과 일탈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용기를 이야기한다. 이날 스페인 관객들은 공연에 열정적으로 호응했다. 한자리에 서서 공연을 감상하는 대신 공연자들을 따라 이동하며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였고, 함께 춤추며 공연을 즐겼다. 공연자들이 움직이는 곳마다 새로운 무대가 만들어졌으며, 관객들이 행렬에 합류하면서 공원 주변 공간은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이 공연에서는 정해진 안무를 정확하게 따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관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리듬에 몸을 맡겼고, 공연자들은 이러한 참여를 이끌어내며 시민들과 호흡했다. 오전 <와작>에서 관객들이 박수와 환호로 공연자들을 응원했다면, 오후 <껄렁하게 춤을>에서는 직접 몸을 움직이며 공연의 일부가 된 셈이다. 양재원 단장은 "함께 걷고 뛰고 춤추다 보면 어느 순간 관객도 하나의 크루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연자의 움직임이 관객에게 퍼져나가고, 함께 움직이는 가운데 각자가 자신만의 움직임을 드러내는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스페인 순회공연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처음에는 공연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한 명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 이동하며 춤추는 순간을 꼽았다. 양 단장은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공연에서도 이러한 작품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열정적으로 춤을 즐기는 현지 관객들의 모습은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 거리예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생동감을 보여줬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스페인 현지 관객들은 에이런크루 멤버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었고, 기념사진 촬영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공연자들을 따라 걸으며 함께 춤을 추던 관객들이 공연이 끝난 후에도 멤버들과 직접 교류하는 모습은 이날 공연의 뜨거운 분위기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이번 스페인 순회공연은 에이런크루가 국내외 거리예술 축제와 마켓에서 꾸준히 작품을 소개하고 해외 관계자들과 교류해 온 결과다. 양재원 단장은 특히 윤종연 연출이 오랫동안 유럽 거리 예술계에서 활동하며 쌓아온 신뢰와 소통이 이번 투어의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연을 통해 <피라 타레가>와 <라 메르세>의 초청 받았으며,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케이-아츠 온더고' 항공료 지원으로 두 축제를 잇는 순회공연이 가능해졌다. 두 축제 사이의 기간은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의 도움으로 팜플로나 지역의 '나바라대학교 미술관'까지 연계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팜플로나에서의 공연과 워크숍이 추가로 성사되며 에이런크루의 해외 진출은 스페인 세 도시로 확장됐다. 양 단장은 "이번 투어에서 스페인 관객들이 반응을 솔직하고 즉각적으로 표현한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피라 타레가>에서는 관객들의 집중과 환호가 큰 힘이 됐고, 팜플로나에서는 관객들이 공연자와 함께 이동하고 뛰고 춤추며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객들이 공연자의 동작을 단순히 따라 하기보다 각자 자신만의 당당함을 찾아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메인 공연이 열린 <라 메르세>에서는 앞선 두 도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 작품을 다시 선보이면서 작품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양 단장은 "투어를 시작할 때는 저희 작품을 해외에 소개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세 도시의 공연을 마친 지금은 같은 작품이 서로 다른 공간과 관객을 만나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고 실험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거리예술이 작품을 다른 장소로 옮겨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연 장소의 특성을 살피고 동선을 만들며 그곳의 관객과 새롭게 관계를 맺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축제와 예술가, 관계자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앞으로는 현지에서 함께 조사하고 연구한 경험을 새로운 작업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마지막 공연은 한국 거리예술이 현지 관객과 소통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보여줬다. 오전에는 공연자들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관객들이 박수로 격려했고, 오후에는 관객들이 공연자와 함께 도시 공간을 누비며 춤을 췄다. 부서짐과 연대의 메시지를 담은 <와작>과 자신만의 움직임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전한 <껄렁하게 춤은>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스페인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에이런크루의 순회공연은 해외 축제와의 지속적인 교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항공료 지원,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의 현지 플랫폼 연결이 어우러져 한국 거리예술의 해외 활동이 확장된 사례다. 마지막 무대에서 공연자와 함께 걷고 춤추던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모습은 한국 거리예술이 현지 공간과 관객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본 공연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케이-아츠 온더고(K-arts on the GO)>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ww.k-go.or.kr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연출 윤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