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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스페인 한국영화제, 인면수심

등록일
2026-10-16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스페인

  • 해당 장르

    영화

주요내용

제18회 스페인 한국영화제, 인면수심
- 한국영화 <호프(HOPE)>를 향한 스페인의 기대 -

국영화제에서 ‘호프’ 상영을 기다리는 현지 관객들
< 한국영화제에서 ‘호프’ 상영을 기다리는 현지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10월 9일 저녁, 스페인 마드리드(Madrid) 중심가에 자리한 팔라시오 데 라 프렌사(Palacio de la Prensa) 극장 앞에는 한국영화 <호프(HOPE)>》를 관람하려는 관객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이 개최한 제18회 스페인 한국영화제의 상영작 가운데 하나인 <호프>는 이날 오후 9시 상영 예정이었다. 그러나 상영 시간이 다가오기 전부터 극장 앞은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주스페인 한국문화원 관계자에 따르면 관객들은 오후 7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으며, 상영 시작 한 시간 전에는 준비된 표가 모두 소진됐다.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았을 때도 <호프>를 관람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전석 무료, 선착순 입장으로 진행된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관심은 긴 대기 행렬과 조기 표 소진으로 나타났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필라르(Pilar)는 <호프>를 보기 위해 두 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고, 긴 기다림 끝에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영화 팬인 그는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The Wailing)>을 재미있게 감상한 경험이 있어 이번 신작에도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한 작품을 통해 형성된 관심이 같은 감독의 다음 작품을 찾아보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필라르의 이야기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단순히 한국이라는 국가나 문화에 대한 호기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 작품을 통해 감독의 연출 방식과 장르적 특징을 경험한 관객이 이후 작품까지 찾아보는 것은 영화가 관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 중 하나다. 특히 긴장감 있는 서사와 독특한 분위기가 중요한 스릴러와 공포 장르에서는 감독의 전작이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호프>는 <추격자>와 <곡성> 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신작으로, 액션과 공상과학(SF), 크리처, 스릴러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다. 외딴 마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 한국 배우들과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해외 배우들이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한국 장르영화의 독특한 상상력과 긴장감 있는 서사에 국제적인 출연진이 더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제 상영은 스페인 극장 개봉을 앞둔 시점에 이루어졌다. <호프>는 오는 10월 30일 스페인 극장에서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제에서 작품을 먼저 만나려는 관객들의 관심은 정식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영화제는 관객에게 한국영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상업 개봉을 앞둔 작품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한국영화가 현지 극장가에서 관객과 만나는 과정을 연결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스릴러와 서스펜스로 만나는 현대 한국영화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이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개최한 제18회 스페인 한국영화제는 ‘인면수심(El Monstruo de al Lado)’을 주제로 열렸다. 현대 한국영화의 스릴러와 서스펜스 장르를 중심으로 총 다섯 편의 장편영화를 선정해 현지 관객에게 소개했다.

상영작은 <경주기행(The Journey to Gyeong-ju)>, <부산행(Train to Busan)>, <호프>, <올드보이(Old Boy)>, <잠(Sleep)>이다. 범죄와 복수, 좀비와 재난, 공상과학과 심리적 공포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영화의 폭넓은 표현 방식과 서사를 보여줬다. 영화제의 주제인 ‘내 옆의 괴물’은 외부에서 나타나는 위협뿐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 일상과 가까운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공포를 생각하게 한다.

10월 8일에는 <경주기행>이 영화제의 첫 상영작으로 관객을 만났다. 9일에는 개봉 10주년을 기념한 <부산행> 4K 버전과 <호프>가 상영됐으며,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올드보이>와 <잠>이 관객을 맞았다. 각기 다른 시대와 소재를 가진 작품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소개함으로써 한국 장르영화가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탐색하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부산행>은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4K 버전으로 상영됐다. 2016년 개봉한 이 작품은 좀비 재난이라는 장르적 설정에 가족애와 생존,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선택을 결합한 영화다. 재난 상황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기심과 연대, 희생은 단순한 공포와 액션을 넘어 인간과 공동체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기념 상영은 한국 장르영화의 대표작을 다시 극장에서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드보이>는 복수와 인간 심리를 중심으로 한 서사를, <잠>은 일상에서 시작되는 불안과 미스터리를 다룬다. <경주기행>과 <호프> 역시 범죄와 스릴러, 공상과학 등 장르적 요소를 활용해 관객의 긴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서로 다른 작품을 하나의 주제 아래 묶은 이번 영화제는 한국영화가 특정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소재와 표현 방식을 통해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관계를 탐색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지 창작자들의 시선으로 확장되는 한국문화

이번 영화제는 장편영화 상영에만 머물지 않았다.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이 주최한 제4회 2026 숏폼·단편영화 콘테스트의 수상작 세 편도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매일 마지막 장편영화 상영 전에 수상작 한 편씩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스페인 현지 창작자들이 한국의 음식과 풍경, 문자와 전통문화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영상 작품으로 표현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영화를 관람하는 데서 나아가 한국문화를 소재로 창작에 참여하고, 그 결과물을 다시 현지 관객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문화가 해외에 소개되는 과정은 완성된 콘텐츠를 현지에 전달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지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창작자가 그 안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며, 그 결과물이 다시 지역사회에서 공유될 때 문화교류의 접점은 더욱 넓어진다. 영화제의 단편영화 공모전은 이러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관객을 위한 부대 행사도 마련됐다. 각 상영 회차별 선착순 입장객 100명에게 미니 팝콘과 한국 떡을 제공해 관객들이 영화 관람과 함께 한국의 먹거리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석 무료로 진행되고 별도의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방식은 한국영화를 접할 기회를 넓히는 한편, 인기 상영작의 경우 관객이 일찍부터 극장을 찾아야 할 만큼 관심이 집중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영화관 내부
< 한국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영화관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 편의 영화에서 시작되는 문화적 연결

영화는 언어와 국적이 다른 관객에게도 인물과 이야기, 감정의 흐름을 통해 다가갈 수 있는 문화 콘텐츠다. 관객은 장르적 재미를 즐기는 동시에 작품에 담긴 사회적 배경과 인간관계, 문화적 맥락을 발견한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 역시 한 편의 작품에서 출발해 감독의 다른 작품이나 새로운 장르로 확장될 수 있다.

이번 현장에서 만난 필라르가 <곡성>을 재미있게 본 경험을 바탕으로 <호프>를 기다렸다는 점은 이러한 연결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정 작품을 통해 형성된 관심이 감독의 신작을 찾아보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영화제 현장에서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험으로 나타났다. 관객이 한국영화를 수동적으로 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직접 찾아 나선다는 점에서 영화제는 문화적 관심이 구체적인 경험으로 이어지는 장소가 된다.

제18회 스페인 한국영화제는 한국 장르영화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하는 동시에 현지 창작자들이 한국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을 함께 선보였다. <호프> 상영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일찍부터 줄을 서고 상영 시작 한 시간 전에 준비된 표가 모두 소진된 현장은 한국영화를 직접 경험하려는 현지 관객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영화제에서 시작된 관심은 오는 10월 30일 스페인 극장 개봉을 앞둔 <호프>를 통해 또 다른 관객과의 만남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한 편의 영화가 관객의 기억에 남고, 같은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며, 서로 다른 문화권의 관객과 창작자를 연결하는 과정. 이번 영화제는 한국영화가 스페인에서 관객과 만나는 다양한 경로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