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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와 웃음으로 채운 70분...런던에서 만난 김보람의 <관통시팔>

등록일
2026-11-03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영국

  • 해당 장르

    공연

주요내용

숨소리와 웃음으로 채운 70분...런던에서 만난 김보람의 <관통시팔>
- 영국 관객을 사로잡은 유머와 고뇌...몸으로 전한 삶의 희로애락 -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저녁, 흰색 유럽풍의 런던 코로넷 극장(The Coronet Theatre)에 들어서자 김보람의 솔로 공연을 찾은 관객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극장 외부에는 <관통시팔(Gwantong 18)> 공연을 알리는 홍보물이 크게 걸려있었고, 건물 꼭대기에는 이번 한국 공연을 환영하듯 태극기도 휘날리고 있었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무대와 가까운 앞자리를 중심으로 객석은 빠르게 채워졌고, 생각보다 많은 현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관객들은 입구에서 받은 브로슈어를 한 장씩 넘기며 공연 정보를 보고 있었고,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눈으로 무대 곳곳을 여기저기 살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대 위에는 여러 개의 캐리어가 쌓여 있었고, 한쪽에는 작은 분홍색 소파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무대 양쪽 끝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전시되어 있어 이곳에서 과연 어떤 공연이 펼쳐질지 궁금증을 한껏 자아냈다. 

앞서 서울 공연을 마치고 영국 런던으로 이어진 김보람(Boram Kim)의 솔로 공연 <관통시팔(Gwantong 18)>이 현지 관객들을 처음 만나게 되는 날이었다.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코로넷 극장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 활동해 온 무용가의 작품을 영국 관객에게 선보이는 자리이자, 댄서 김보람이 한국과 런던에서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솔로 도전이었다. 7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이어진 무대는 한 사람의 몸과 움직임, 그리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교차하는 유머와 고뇌로 채워졌다.
김보람의 솔로 공연이 열린 영국 런던 코로넷 극장김보람의 솔로 공연이 열린 영국 런던 코로넷 극장
< 김보람의 솔로 공연이 열린 영국 런던 코로넷 극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18개의 장면을 관통하는 한 사람의 삶

코로넷 극장의 공식 소개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모두 18개의 장면으로 구성돼 유머와 기억, 탈진과 저항을 오간다. 무대 곳곳에 배치된 물건들은 김보람의 삶과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실제로 공연이 시작된 뒤에는 조명을 활용해 무대 곳곳에 숨겨진 번호가 하나씩 드러났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번호를 찾아보는 일은 관객에게 작은 재미를 더했다. 빈틈없이 이어진 18개의 장면은 일상의 단편과 신체의 움직임, 음악과 소품이 서로 이어지며 한 사람의 삶을 느슨하면서도 연속적인 흐름으로 만들어냈다.

김보람은 공연에 앞서 가진 코로넷 극장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단순히 안무된 무용이라기보다 자신이 춤을 통해 살아온 삶에 관한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18개의 장면을 따라가며 관객과 함께 "김보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탐색하고 싶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순간, 그는 일상의 모든 것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고도 말했다. 그에게 공연은 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여정인 셈이다.

이러한 설명을 알고 무대를 바라보면 작품의 독특한 구성도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관객들은 무용가의 몸이 만들어내는 감각과 생각을 따라가며 장면마다 저마다의 의미를 더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저 움직임 자체를 바라볼 수도 있다.
영국 런던 코로넷 극장에서 열린 김보람의 솔로 공연 현장영국 런던 코로넷 극장에서 열린 김보람의 솔로 공연 현장
< 영국 런던 코로넷 극장에서 열린 김보람의 솔로 공연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반복되는 일상에서 격렬한 고뇌까지...몸이 들려주는 이야기

현장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상적인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장면이었다. 별다른 설명 없이 반복되는 동작은 처음에는 익숙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반복 자체가 하나의 감각으로 다가왔다.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다시 똑같은 일상을 시작하는 사람의 모습은 현대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작은 행동 하나가 반복되고 속도감에 의해 변형되는 동안 관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 움직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게 된다.

반면 어떤 장면에서는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격렬함이 무대를 채웠다. 몸을 비틀고 바닥을 오가며 이어지는 움직임 속에서 김보람의 숨소리는 객석까지 생생하게 전해졌다. 격렬한 움직임 속에 땀이 흩뿌려지는 모습도 뚜렷하게 보였다. 동작의 정확성과 속도, 그리고 이를 계속 이어가는 무용가의 체력과 집중력까지 관객들이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종종 벌어지는 장난스러운 행동과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에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지한 표정과 격렬한 동작을 지켜보던 관객들은 어느 순간 다 함께 실소를 터뜨렸지만 다시 숨이 가빠질 만큼 이어지는 움직임 앞에서는 한껏 집중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결국 이 공연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되는 일상과 예상치 못한 즐거움, 스스로를 향한 질문과 고통스러운 순간이 서로 얽히는 모습은 한 무용가의 경험이자 우리 모두의 삶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런던 코로넷 극장에서 열린 김보람의 솔로 공연 현장 런던 코로넷 극장에서 열린 김보람의 솔로 공연 현장
< 런던 코로넷 극장에서 열린 김보람의 솔로 공연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용가, 무대 위에서 자신을 묻다

김보람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Ambiguous Dance Company)의 창립자이자 예술감독, 안무가로 활동해 왔다. 코로넷 극장 공식 소개에 따르면 그의 움직임은 힙합과 스트리트 댄스에서 출발해 현대무용과 발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그는 특정한 장르에 자신을 가두기보다 몸이 무엇을 표현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데 관심을 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은 이번 공연 <관통시팔>에서도 잘 드러났다. 김보람이 표현한 무대 위의 몸은 정형화된 아름다움만을 넘어 때로는 거칠고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정교한 기술과 놀라운 균형감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몸을 바닥으로 낮췄다가 다시 일으켜 세우고, 움직임의 속도와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는 무용가의 엄청난 노력과 공이 엿보이기도 했다. 

공식 인터뷰에서 김보람은 이번 공연이 자신의 신체적 한계에 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 8년 전 이 작품을 공연한 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몸이 이 작품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오랜 시간 춤에 헌신해 온 한 무용가가 70분 동안 자신의 몸과 경력을 돌아보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며 18개의 장면을 풀어낸 김보람의 런던 공연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며 18개의 장면을 풀어낸 김보람의 런던 공연
<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며 18개의 장면을 풀어낸 김보람의 런던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런던 관객과 만난 한국 무용...언어를 넘어선 가능성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 먼저 선보인 작품이 영국 런던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앞서 영국 코로넷 극장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와 이미 여러 차례 인연을 맺어 왔기에 이번 공연 역시 한국의 동시대 무용을 런던 관객에게 꾸준히 소개해 온 관계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날 첫 공연 이후 영국 현지 매체의 리뷰에서도 이러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영국의 공연예술 전문 매체 ≪에브리싱 시어터(Everything Theatre)≫는 김보람이 몸으로 직접 세계와 자신이 무용가로서 차지하는 자리를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공연에서 보여준 움직임의 생생함과 유머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이 예술의 가치와 창작에 따르는 희생, 일상의 무의미함과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의 노력을 함께 다룬다고 해석했다.

영국의 무용 전문 매체 ≪시잉 댄스(Seeing Dance)≫ 역시 작품 속 다양한 움직임과 신체적 기술,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을 적극 소개했다. 이 매체는 김보람에 대해 흥미로운 무용가이자 유머 감각을 지닌 이야기꾼을 만난 듯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런던 현지 관객들 앞에서 70분 동안 이어진 김보람의 솔로 공연 <관통시팔>은 몸의 움직임으로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색다른 공연이었다. 객석에 가득 울려 퍼지는 가쁜 숨소리와 땀으로 드러나는 신체의 한계, 예상하지 못한 행동에서 터져 나온 웃음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언어와 국경이 달라도 반복되는 일상과 고뇌, 유머와 성찰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무대가 끝난 뒤에도 각자 생각할 거리를 남기게 해준 작품이었다. 

본 공연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케이-아츠 온더고(K-arts on the GO)>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ww.k-go.or.kr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코로넷 극장(The Coronet Theatre) (2026. 10.). Boram Kim: Gwantong 18, 
https://www.thecoronettheatre.com/whats-on/boram-kim-gwantong-18/
- 코로넷 극장(The Coronet Theatre). An interview with Boram Kim,
https://www.thecoronettheatre.com/conversations/an-interview-with-boram-kim/
- 에브리싱 시어터(Everything Theatre) (2026. 10.). Review: Boram Kim: Gwantong 18, Coronet Theatre,
https://everything-theatre.co.uk/2026/10/review-boram-kim-gwantong-18-coronet-theatre/
- 시잉 댄스(Seeing Dance) (2026. 10. 25.). Boram Kim’s Gwantong 18: Who Is Boram Kim Anyway?
https://www.seeingdance.com/boram-kim-gwantong-18-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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