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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터키 내 케이팝 정보 포털 'K-Pop TURK'에 게재된 에디터 기고문, 'K-Pop의 현재와 미래'

2018-08-3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터키의 언론 및 포털은 그동안 K-Pop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다뤄왔다. 굳이 비판적인 관점이라면, K-Pop 스타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산업화된 연습생들의 훈련 과정을 지적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며칠 전, K-Pop에 대한 장문의 비평 기사가 ‘K-Pop TURK’에 게재됐다. 기고문이 실린 곳은 ‘K-Pop TURK’, 2015년 개설 이래로 K-Pop 관련 최신 소식을 터키의 한류 팬과 공유해오고 있으며, 굿즈 또한 판매하고 있는 K-Pop 정보 포털이다. 해당 기사를 게재한 에디터는 무라트 악타쉬(Murat Aktas)’. 포털의 운영자 중 한 명이다. 기사는 K-Pop의 발전과정과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비판으로 시작한다.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K-Pop 자체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팬들의 자세 또한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함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래는 기사원문을 번역한 내용이다.


들어가는 말

본 기사는 K-Pop의 현재와 미래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다따라서 특정 아이돌이나 그룹에 대해 언급하는 대신 K-Pop을 향한 진지한 자세가 유지되도록 노력했다. 1980년대 등장한 K-Pop은 지속적으로 더욱 거대한 대중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K-Pop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이 되었고대표적인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JYP, SM )의 매출액은 1200억 달러를 넘는다이 규모는 거의 우크라이나의 연간 수입에 달하는 금액이다상황이 이와 같으니이제는 자본이 음악보다 우선순위가 되어버려 K-Pop에서는 음악의 질보다도 오히려 가시성과 광고에 더욱 집중하는 듯하다또한 앞서 언급한 대형 엔터테인먼트 외의 소규모 회사에서 트레이닝을 받는 연습생들에게는 성공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물론 그들이 성공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오직 질 높은 음악만으로 광고+외모로 무장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의 연습생들을 뛰어넘기란 충분치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Turk Pop 시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중가요 시장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니이러한 상황이 K-Pop 세계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유독 K-Pop이 높은 리스크를 지닌 것은 사실이다.

 



<기사에 실린 한국 대형 엔터테인먼트들 – 출처 : K-Pop TURK>

 

소비 음악

수년 전에 불린 노래가 여전히 사랑받기도 하는가 하면고작 1년 전에 발표된 노래가 완전히 잊히기도 하는 현실은 K-Pop이 지닌 리스크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이다한편대중으로부터 노래가 완전히 잊히는 것은 산업으로서의 K-Pop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무슨 말인가 하면마치 기업들이 매년 새로운 휴대폰 모델을 생산하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전 모델을 버리고 새 휴대폰을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K-Pop 산업 역시 동일한 논리로 영리를 취한다는 뜻이다. K-Pop 산업의 시장 논리에서 외모광고뮤직비디오 그리고 무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취급되는 반면음악의 원형(기계로 조작되지 않고 뮤지션의 보컬을 그대로 담은)과 곡에 담긴 뮤지션의 목소리와 감정의 가치는 최소화된다.

 

뮤지션이 아니라 아이돌(우상)’

뮤지션의 개념 대신 아이돌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한국의 대중음악 산업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뮤지션이 대중들이 닿을 수 없는 위치에 존재하기는 하지만대중을 설명하고대중의 마음을 예술로 표현하는 사람으로 설명된다면아이돌은 팬미팅콘서트, TV 예능뮤직비디오 등 매우 다양한 공간에서 대중과 만나지만그렇다고 결코 대중과 같은 위치에 있지는 않은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진다예를 들어, K-Pop 뮤직비디오를 보면 아이돌들은 대중들이 자신들의 일상에서 결코 시도할 수 없을 듯한 조금은 우스꽝스럽고경계가 없는 흥미로운 의상들그리고 불필요해 보이는 과장된 메이크업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뮤직비디오의 테마온갖 기술이 사용된 빈틈없는 사운드의 곡이 등장한다.

 

K-Pop 시장은 음악을 생산하는 것 외에도대중들로 하여금 아이돌의 라이프 스타일을 카피하고그들처럼 소비하고입고먹기를 꿈꾸게 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오늘날 K-Pop은 그 수입의 원천인 팬들의 맹목적인 사랑과 소비에 의해 그 자신이 이 산업의 노예가 되어버린 듯하다.

 

K-Pop의 세대 차이 그리고 미래

 



<‘K-Pop TURK’ 기사에 실린 SES와 H.O.T. - 출처 : K-Pop TURK>

 

K-Pop은 세대에 따라 아티스트들과 음악적 성격이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 K-Pop의 새로운 시도들은 많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소비문화와 대중들의 취향적 다양성으로 인해 정착에 꽤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다하지만 한 세대에 정착하는 데 성공한 K-Pop은 새로운 세대가 오면 이내 퇴출당하고 만다. K-Pop은 더이상 과거와 같이 대중들에게 음악 그 자체로 기쁨을 주지는 못한다음악 산업의 모든 것이 자본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고따라서 아이돌들은 마치 기계처럼 이윤을 만들어내는 데 사용된다. K-Pop은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아이돌과 K-Pop 그룹들에 대한 팬심그리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그들의 이름을 빌려 생산해내는 재화들(앨범포스터공연 티켓 등모두가 결국은 이윤 획득으로 이어지는 이 구조는 언젠가는 “STOP!”을 외치게 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제언

K-Pop 팬들에게 고한다음악을 듣고그 자체를 즐기는 방법을 찾아보라. K-Pop을 즐기는데 굳이 뮤지션과 관련된 재화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K-Pop은 이제 감정에 호소하는 음악이 아니라 돈으로 얽힌 그물에 호소하는 산업이 되어버렸다. K-Pop 팬들은 직접적으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아이돌을 위해 자기 자신과 주변을 잃어서는 안 되며사랑하는 것과 노예가 되는 것의 차이를 인지해야 할 것이다.

 

통신원은 ‘K-Pop을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과 주변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에디터의 제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실제 덕질또는 팬덤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들은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 낮은 자존감이 존재함을 주장한다. , 명확한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자존감이 낮은 이들이 이른바 덕후나 열성 팬이 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대중문화라는 것은 그야말로 대중의 욕구를 비추는 것인지라 그들이 비판의 의지를 상실해버리면 대중문화 또한 비판의 고삐를 풀어버리고 만다. 히피 운동이 세상을 물들였던 1960년대나 한국에서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초에 인기를 끈 뮤지션이나 곡들만 떠올려봐도 대중 그 자신이 한 시대의 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K-Pop은 할리우드 영화와 유사하게 저비용 고수입의 일반적인 시장 논리 대신 고비용 고수입의 논리를 따르는데, 뮤지션과 팬들은 K-Pop 산업이 투자된 비용을 회수하고, 마진을 최대화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이용된다. 통신원은 K-Pop이 자신의 구조적인 문제와 한계를 이미 깨닫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독자적인 소규모 레이블들이 점차 증가하는 현상이나, 뮤지션들이 뮤지션으로서의 수명을 매우 짧게 보고 일찍이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준비하는 현상은 곧 K-Pop에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함을 보여주는 전조현상이라 해석된다.

 

같은 앨범을 CD 플레이어에 담아 수백 번씩 들으며 행복해하던 과거에 K-Pop은 잘생기고, 예쁜 얼굴 없이도 빛나고 소중했다. 그때로 돌아가자고는 차마 말할 수 없겠지만, 그 어떤 요소보다 음악이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대중의 사랑받던 K-Pop의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에디터의 바람처럼 필자 또한 음악 그 자체로 대중을 즐겁게 하는 K-Pop의 컴백을 기다린다.

 

기사 원문 : https://www.kpopturk.com/2017/11/editor-yazisi-kpopun-bugunu-ve-gelecegi.html#post-page-number-1


  • 성명 : 엄민아[터키/앙카라]
  • 약력 : 현) 터키 Hacet tepe 대학원 재학, 여행에세이 작가, 주앙카라 한국문화원 번역스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