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5일 주튀르키예 한국문화원 야외공연장에서 ‘제15회 한식경연대회’가 열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외교부 협조를 받아 재외공관과 연계해 운영하는 이 대회에는 온라인 예선전엔 32명이 지원을 했고 이 가운데 10명이 본선에 올라 경합을 벌였다. 경연자들은 예선전에서부터 자신이 요리할 한식의 메뉴 이름과 재료, 특징, 영양까지 설명하면서 요리 전 과정을 짧게 영상으로 올렸다. 이는 경연자들이 단순히 한식의 맛과 모양을 단순히 따라 하는 정도가 아니라 한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영양까지 모두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예선전 영상에서 눈에 띈 것은 설탕 사용이었다. 튀르키예 음식에서 설탕은 주로 디저트와 음료, 제과류에 사용되며 전통적으로 일반적인 음식에는 핵심 조미료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식의 고추장처럼 단맛과 매운맛, 발효의 풍미가 결합한 조미 체계는 현지 참가자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음에도 참가자들은 설탕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이 걸리는 발효에 대한 이해도 상당해 보였다. 경연자들은 자신이 요리할 한식의 메뉴 이름과 재료, 특징, 영양까지 설명해 가면서 요리 전 과정을 짧게 영상으로 올렸다.
< 온라인 예선전에서 닭갈비 요리를 선보인 참가자 - 출처: 유튜브 ‘beyza’ 채널(@bf04) >
경연장 공간 여건에 따라 A팀 6명, B팀 4명으로 구성해 경합을 벌였다. 올해 주제는 ‘한국의 대표 발효음식을 활용한 여름철 보양식’이었다. 지난해 대회가 한국의 장을 활용한 한·튀르키예 퓨전 요리에 무게를 뒀다면 올해는 발효음식을 활용한 여름철 보양식으로 방향을 옮겨 참가자들이 한식의 발효 방식과 계절 보양의 의미를 요리로 풀어내도록 했다. 이러한 변화는 참가자들의 메뉴 구성에서도 확인됐다. 1위를 차지한 미라이 아프라 쇠큐트는 비빔국수에 닭가슴살과 채소를 올리고 시금치나물과 디저트로 과일화채를 곁들였다. 2위 슬라 메르베 카라교즈는 육개장과 깍두기를, 3위 펠린 야무르 외즈데미르는 김치 삼계탕을 선보였다. 여기에 순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김치 메밀 막국수와 된장, 고추장을 섞어 만든 쌈장 소스를 연어에 발라 구운 요리 등도 눈길을 끌었다.
< 제15회 한식 경연대회 개회식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같은 경연자들의 새로운 시도는 발효 식재료의 개념이 아직 낯선 튀르키예에서도 더 이상 한식이 단순히 맛보는 음식에 머물지 않으며, 튀르키예인 참가자들이 발효 식재료가 한식의 맛과 조리 구조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까지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필자가 만난 참가자들은 한식 요리를 단순히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식 재료들을 찾아 본래 한식의 맛을 익히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한식을 소개하며 한식 문화 전달자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한식은 이제 더 이상 멀리서 소비하는 외국 음식이 아니라 현지의 식재료와 감각으로 다시 배우고 해석하는 식문화가 되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참가자들이 발효의 원리와 여름철 계절 보양식이라는 한식 고유의 맥락까지 이해하고 이를 현지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발효와 보양식은 이번 대회를 관통한 두 축이었다. 발효는 한식의 깊은 맛을 만드는 핵심 원리지만 한국 밖에서는 여전히 설명과 체험이 필요한 개념이다.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은 단순히 짠맛이나 매운맛을 더하는 소스가 아니라 시간이 빚어낸 맛이며 오랜 발효를 거쳐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아내는 한식의 정수다. 여기에 계절의 변화와 몸의 기운을 연결하는 한국 특유의 식문화가 더해지면서, 한식은 건강한 식생활로서의 가치를 현지에 새롭게 보여줬다. 특히 여름철 뜨거운 국물과 발효 채소로 기력을 보충하는 한식의 방식은 튀르키예 참가자들에게 계절 보양식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도록 도와줬다.
< 문화원이 경연 참가자들과 응원 참석자들에게 제공한 비빔밥과 김밥 – 출처: 통신원 촬영 >
A팀의 경연이 끝나고 B팀 경연을 위한 자리가 준비되는 동안 문화원은 참가자들과 함께 응원하기 위해 온 지인들을 위해 비빔밥과 김밥을 현장에서 만들어 제공했다. 한식을 직접 만드는 과정을 눈앞에서 보는 것도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이어진 B팀 경연에서는 육전 비빔 막국수, 시금치를 곁들인 닭가슴살 비빔국수와 디저트로 과일화채, 오이냉국과 닭도리탕, 김치말이 국수와 쌈장을 곁들인 쌈밥 등이 출품됐다. 이번 경연은 발효와 여름철 보양식이라는 이 두 개념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조리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새롭게 시도하고 체험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승을 차지한 미라이 아프라 쇠큐트의 비빔국수 한 상은 그 이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직접 만든 발효장을 사용한 비빔국수에 닭가슴살을 올리고 과일화채 등을 곁들인 구성은 발효음식을 활용한 여름철 보양식의 구조를 이해하고 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우승자 쇠큐트는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직접 만든 요리 영상을 한국어로 보며 조리법을 익힌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식이 외국인이 단순히 따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한국어와 함께 배우는 한식 조리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리법을 이해하고 비슷한 재료를 찾아 집에서 다시 재현하는 과정 자체가 한식의 현지화 단계라 할 수 있다.
이어 슬라 메르베 카라교즈는 여름철에 뜨거운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들의 식문화에 착안해 육개장과 깍두기를 출품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 음식은 김칫국물과 고추장으로 맛의 깊이를 더했으며, 튀르키예 음식인 야흐니(Yakhni)와 규베치(Güveç)처럼 고기를 넣고 오래 끓이는 방식은 닮았지만 표고버섯과 숙주, 간장, 김칫국물이 더해지면서 음식의 결이 달라진다고 짚었다. 이처럼 두 나라 음식의 공통점과 차이를 이해한 뒤 자신의 방식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한식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기존의 한식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펠린 야무르 외즈데미르의 김치 삼계탕은 가장 한국적인 메뉴를 현지의 감각으로 만들어낸 사례다. 삼계탕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이고 김치는 발효를 상징하는 식재료다. 두 재료의 결합은 단순히 삼계탕에 매운맛을 더한 데 그치지 않는다. 닭고기의 담백한 국물과 김치의 산미를 통해 여름철 기력 보충이라는 한식의 논리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보양식의 개념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수상작 외에도 메밀 막국수에 육전을 올리고 된장과 간장을 배합한 오리지널 소스를 만들어 곁들인 경연작은 메밀의 구수한 풍미와 발효 소스의 조화를 고민한 사례였다. 튀르키예 내륙에서도 메밀면이 쓰인다는 설명은 양국 식문화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 이번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만든 한식 메뉴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 다른 참가자는 연어구이에 쌈장 소스와 복숭아 퓌레, 구운 김치, 떡꼬치를 곁들였다. 김치, 고추장, 된장, 간장 등 대표 발효 식재료를 한 접시에 담으려 했다는 설명은 발효 식재료를 단일 소스가 아니라 여러 맛의 층을 만드는 요소로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결과의 배경에는 참가자들의 조리 학습 방식이 있다.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튀르키예의 한식 관심이 팬심이나 외식 경험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한국인이 직접 만든 영상으로 조리법을 익히고, 실제 한식에서 쓰이는 재료와 가장 비슷한 식재료를 찾으려 했다. 집에서 한식을 만들어 가족에게 소개하고, 친구들과 외식할 때도 한식을 찾는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한식을 먹는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식을 설명한다’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김밥과 스시의 차이를 주변에 설명하고, 왜 그 음식이 한식인지 이야기하는 순간 한식은 단순한 음식에서 한류 문화로 확장된다.
< 심사평을 말하는 무스타파 악소이 교수 – 출처: 통신원 촬영 >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무스타파 악소이 하지 바이람 벨리대학교(Ankara Hacı Bayram Veli University) 미식·조리예술학과 교수의 평가는 이 흐름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했다. 그는 참가자들이 한국 발효 식재료의 특성을 여름철 음식에 맞게 성공적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과 튀르키예 모두 시간을 들여 발효시킨 식문화를 지니고 있다며 고추와 저장 음식, 발효 문화가 바로 양국의 공통점이라고 언급했다. 튀르키예의 카흐라만마라시(Kahramanmaraş) 지역과 샨르우르파(Şanlıurfa) 지역의 고추와 살차(Salça) 문화가 한국 고추장과 닿아 있다는 해석은 한식이 현지에서 이질적인 음식으로만 머물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식문화의 감각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회의 의미는 한류의 확산 양상이 미디어 중심의 소비에서 생활 문화의 재현과 전유로 전환되고 있다는 데 있다. 튀르키예에서 한류는 그동안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을 매개로 인지도를 넓혀 왔으나, 이번 현장은 발효와 여름철 보양식이라는 한식 고유의 문화적 개념이 경연 참가자만이 아니라 현지 한류 팬들의 일상 속에서도 이해되고 실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식에 대한 인식이 특정 음식의 이름이나 맛을 아는 수준을 넘어, 음식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계절적 맥락까지 포괄하는 문화적 이해로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주튀르키예 한국문화원이 정기적으로 온·오프라인 한식 강좌를 운영하고, 11월 한식 주간 행사인 ‘코리안 컬리너리 데이즈’에서 40개 이상의 한식 뷔페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경연대회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교육과 체험, 재현과 확산으로 이어지는 구조의 한 장면이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은 영상으로 배우고 집에서 다시 만들고 주변에 소개한다. 문화원은 그 과정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제 과제는 대회 이후 발효와 보양식의 원리를 이해한 참가자들이 더 깊은 조리 경험과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한식의 확산은 한 번의 화려한 행사보다 반복 가능한 교육과 체험의 구조가 얼마나 촘촘한지에 달려 있다. 이번 주튀르키예 한국문화원에서 펼쳐진 ‘제15회 한식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은 발효와 보양식이란 한식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식재료와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비빔국수 한 상, 육개장과 깍두기, 김치 삼계탕은 한식의 복제품이 아니라 현지 식문화의 감각으로 다시 빚어낸 새로운 한식이다. ‘제15회 한식경연대회’는 한식의 다음 단계가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유튜브 ‘beyza’ 채널(@bf04),
https://youtu.be/lLdv5AQq-j8?si=Mjry6-sFchEqWX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