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여름 인도네시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한국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도굴왕(Tomb Raider King)>이 예상 밖의 관심을 끌자 <나 혼자만 레벨업(Solo Leveling)>의 영향력과 인도네시아 내 한국 웹툰 애니메이션 시장의 규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 크런치롤 ‘도굴왕’ 소개 페이지. 일본어가 메인 오디오로 등재된 것에 주목 – 출처: 크런치롤 웹사이트 >
<도굴왕>은 7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작품으로, 한국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국의 레디스 스튜디오(REDICE Studio)가 웹툰화했고 이어 스튜디오 이크(STUDIO EEK)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소니 그룹 계열의 애니메이션 전문 플랫폼 크런치롤(Crunchyroll)에서 인도네시아어 자막과 함께 제공되며, 인도네시아에서 보다 쉽게 <도굴왕>을 볼 수 있는 OTT 플랫폼은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는 캐치플레이(Catchplay)다.
<도굴왕>의 이야기는 유물과 무덤을 탐사하는 레이더 서주헌이 조직의 배신으로 죽음에 몰린 뒤 15년 전으로 돌아가면서 시작된다. 서주헌은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 앞으로 등장할 유물과 무덤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차지하고, 자신을 배신했던 적들에게 복수한다. 회귀, 유물, 판타지, 액션, 복수, 성장, 압도적인 주인공이라는 요소가 결합된 작품이어서 공개 직후부터 자연스럽게 <나 혼자만 레벨업>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 아이엠디비에 소개된 ‘나 혼자만 레벨업’. 포스터의 영문 제목과 달리 소개 페이지의 작품 제목 자체가 일본어로 기재된 것에 주목 - 출처: 아이엠디비 웹사이트 >
<그런데 넷플릭스도 아닌 캐치플레이에서 제공하는 <도굴왕>에 대해 인도네시아 매체들이 7월 프리미어 스트리밍 이후 8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나 혼자만 레벨업>을 함께 언급하는 기사를 여러 차례 싣고 있는 것은 <도굴왕> 자체에 대한 좋은 반응이나 높은 평가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OTT 사용자들 사이에 <나 혼자만 레벨업>의 인기가 여전히 높음을 시사한다.
현지 대중문화 매체 ≪더틱팝(detikPop)≫은 7월 29일 <도굴왕>이 “<나 혼자만 레벨업>의 뒤를 잇는 작품(The Next Solo Leveling)”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8월 16일에는 “Tomb Raider King Melesat, Hampir Melampaui Solo Leveling”, 즉 “도굴왕이 급상승해 <나 혼자만 레벨업>을 거의 넘어섰다”는 제목의 기사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도굴왕>이 실제 시청자 수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을 추월했다는 것이 아니라 현지 팬덤과 대중문화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화제성을 강조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언론이 새로운 한국 애니메이션을 설명하면서 <나 혼자만 레벨업>을 기준점으로 삼는 것은 그만큼 <나 혼자만 레벨업>이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적 기준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성진우가 처음에는 가장 약한 헌터였지만 특별한 시스템을 통해 계속 성장해 절대적인 강자가 되어가는 <나 혼자만 레벨업>은 매력적인 스토리 전개로 한국 웹툰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대형 글로벌 지식재산권(IP)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도굴왕>과 <나 혼자만 레벨업> 두 작품 모두 강력한 능력을 가진 남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일반적인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힘과 빠른 성장, 액션과 판타지를 결합한다. 그러나 <나 혼자만 레벨업>이 ‘약자였던 주인공이 점차 절대강자로 성장하는 과정’에 핵심적인 쾌감이 있다면, <도굴왕>은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유물과 정보를 선점하고 적을 압도하는 과정’에서 시청자의 도파민을 분출시킨다. 성진우는 성장형 주인공, 서주헌은 선점과 복수에 특화된 주인공으로 묘사된다.
인도네시아에서 두 작품은 웹툰 단계에서 이미 비교되고 있었다. 2022년 인도네시아 매체 ≪어바웃 말랑(About Malang)≫은 작품의 특정 장면을 두고 “<나 혼자만 레벨업>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또한 2024년 인도네시아에서 카카오웹툰 서비스가 종료됐을 당시에도 현지 매체들은 <나 혼자만 레벨업>과 <도굴왕>을 대표적인 카카오 계열 웹툰 지식재산권으로 함께 거론했다. 두 작품은 애니메이션화 이전부터 이미 인도네시아 웹툰 독자층에서 어느 정도 같은 계열의 한국 판타지 지식재산권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 ‘도굴왕’ 374화가 ‘코미킨도’와 ‘뽀족망가’에 실렸다는 ‘어바웃 말랑’의 기사. 문제는 언급된 두 웹사이트 모두 한국 콘텐츠 불법복제 사이트란 점이다 – 출처: ‘어바웃 말랑’ 웹사이트 >
이 때문에 <도굴왕>의 애니메이션화는 기존에 한국 웹툰을 읽었던 독자에게는 익숙한 콘텐츠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것이고, 동시에 <나 혼자만 레벨업>을 통해 한국 웹툰 애니메이션을 접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된 것이다. 특히 일본 종이책 만화(manga)로부터 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마니아 팬층이 매우 두터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한국은 그간 구축된 한국 웹툰 팬덤을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을 수준 높은 퀄리티로 제공하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사의 시간이 다른 만큼 한국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콘텐츠는 수적으로 철저한 열세에 있다.
앞서 언급한 ‘<나 혼자만 레벨업>의 뒤를 잇는 작품’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작품 평가인 동시에 매우 효율적인 마케팅 카피다. 인도네시아에서 <도굴왕>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처음부터 설명하는 것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을 좋아했다면 이 작품도 보라”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새로운 콘텐츠의 진입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비교는 인도네시아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해외 대중문화 매체에서도 <도굴왕>을 ‘<나 혼자만 레벨업>의 대체작’이라는 방식으로 소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도굴왕>의 인기가 전적으로 마케팅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틱팝≫이 7월 말과 8월 중순에 반복적으로 작품을 다루고, 기사에서 틱톡과 유튜브 등에서 나타난 팬들의 반응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은 해당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직접적인 관심도 상당히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글로벌 유통을 담당하는 크런치롤 등이 작품 공개와 더빙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도 주효했다.
현재의 현상은 ‘실제 화제성’과 ‘콘텐츠 마케팅’이 서로 결합한 결과다. 제작사와 글로벌 플랫폼이 작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현지 매체가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강력한 브랜드가 된 <나 혼자만 레벨업>과 비교해 작품을 설명하며, 다시 소셜미디어에서 팬들의 반응이 확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역설적으로 <도굴왕>의 부상은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성공을 다시 확인시켜 주고 있다. 새로운 한국 웹툰 애니메이션을 설명하기 위해 현지 언론이 반복적으로 <나 혼자만 레벨업>을 기준점으로 삼는다는 사실 자체가 <나 혼자만 레벨업>이 단순히 성공한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넘어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웹툰 애니메이션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일종의 ‘기준 브랜드’가 되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 다분히 의도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게 제작된 것은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일본 애니 문법이 사실상 국제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 보인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한국 웹소설·웹툰 지식재산권을 일본의 에이원 픽처스(A-1 Pictures)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그래서 주인공 성진우와 한국적 설정을 유지하면서도 작화, 액션 연출, 음악, 성우 등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작 시스템과 미학을 적극 활용했다. 즉 한국은 강력한 스토리와 지식재산권을 제공하고 일본은 검증된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을 제공하는 결합이 글로벌 성공의 중요한 기반이 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도굴왕>에서는 이제 한국 제작사가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표현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점이다. <도굴왕>은 한국 웹소설·웹툰을 바탕으로 한국의 스튜디오 이크가 제작했지만, 캐릭터 디자인과 액션, 화면 연출 등에서는 세계의 일본 애니 팬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일본 애니메이션 문법의 모방은 일본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해 놓은 글로벌 애니메이션 언어를 한국 웹툰 지식재산권이 활용해 세계시장에 진입하는 유효한 전략이며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안타깝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소비층이 매우 큰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러한 작품이 한국 콘텐츠이면서도 익숙한 일본 애니의 외형과 문법을 갖춰 진입장벽이 크게 낮춘 것이 사실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성공은 한국 웹툰 지식재산권과 일본식 애니메이션 문법의 조합으로 글로벌 가능성을 입증했고, <도굴왕>은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킨 흐름이라 하겠다. 이는 한국이 세계적인 웹툰 지식재산권 경쟁력과 일본 애니가 축적한 제작, 미학적 자산을 결합해 새로운 글로벌 콘텐츠 영역을 만들어 가는 과정인 셈이며 인도네시아에서의 반응은 그 시도가 충분히 성공적임을 보여준다.
< 추공 작가의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 인도네시아어판 단행본 8편 – 출처: 그라메디아 웹사이트 >
추공 작가의 『나 혼자만 레벨업』 웹소설 원작은 현재 출판사 그라메디아 소속 엠앤시(m&c!) 에서 『Solo Leveling』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판해 현지 서점에 8권까지 단행본이 나와 있어 이 콘텐츠의 인기는 OTT 플랫폼과 서점 양쪽에서 계속되고 있다.
현재 한국 웹툰은 국내외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보고로 인도네시아에서도 <사내 맞선>,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이 영화 < A business Proposal >, 로컬 OTT 비디오(Vidio) 오리지널 드라마 이란 제목으로 각각 만들어진 바 있다. <도굴왕>과 <나 혼자만 레벨업>이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처럼 한국 웹툰 지식재산권들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세계에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크런치롤(Crunchroll) 웹사이트,
https://www.crunchyroll.com/id/series/GT00378123/tomb-raider-king?srsltid=AfmBOopalEUHVxKtAsoBjpobKz_fVHw2DOzZtehosR7JgXvwt2v-zPZ
- 아이엠디비(IMDb) 웹사이트,
https://www.imdb.com/title/tt2120987
- ≪더틱팝(detikPOP)≫ (2026. 07. 29). Tomb Raider King: Anime Baru yang Digadang Jadi The Next Solo Leveling,
https://www.detik.com/pop/culture/d-8594272/tomb-raider-king-anime-baru-yang-digadang-jadi-the-next-solo-leveling
- ≪더틱팝(detikPOP)≫ (2026. 8. 16). Tom Raider King Melesat, Hampir Melampaui Solo Leveling,
https://www.detik.com/pop/culture/d-8620198/tom-raider-king-melesat-hampir-melampaui-solo-leveling
- ≪크런치롤 뉴스(Crunchyroll News)≫ (2026. 07. 09). Tomb Raider King Episode 1 Now Live on Crunchyroll,
https://www.crunchyroll.com/th/news/announcements/2026/7/8/tomb-raider-king-episode-1-now-live-on-crunchyroll
- ≪어바웃 말랑(About Malang)≫ (2022. 12. 02) Manhwa 'Tomb Raider King' Chapter 374 Bahasa Indonesia, bukan di Komikindo atau Pojokmanga,
https://www.aboutmalang.com/gaya-hidup/pr-1425903834/manhwa-tomb-raider-king-chapter-374-bahasa-indonesia-bukan-di-komikindo-atau-pojokmanga
- 그라메디아(Gramedia) 웹사이트,
https://www.gramedia.com/products/solo-leveling-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