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에서 종지윷까지, 사우디에서 즐기는 한국문화
- 리야드에서 열린 2026 세종문화아카데미 현장 -
케이팝과 한국 전통놀이, 200여 명이 함께한 세종문화아카데미 지난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Riyadh)의 프린스술탄대학교(Prince Sultan University) 여성 캠퍼스에서 ‘2026 세종문화아카데미’가 열렸다. 3일 동안 케이팝 댄스 수업 4회와 한국 전통놀이 수업 4회 등 총 8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며, 수강생 177명과 참관생 20명을 포함해 연인원 197명이 참여했다. 통신원은 리야드 세종학당 문화교원으로 이번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3년째 세종문화아카데미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리야드 세종학당은 올해 기존의 인기 프로그램인 케이팝 댄스와 함께 한국 전통놀이 수업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한국에서 문화전문가 정유진 한국 전통놀이 강사와 조예신 케이팝 댄스 강사가 직접 사우디를 찾았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은 역시 케이팝이었다. 총 4회의 케이팝 프로그램에는 수강생 108명과 참관생 10명 등 118명이 참여했다. 에스파(aespa)의 <위플래시(Whiplash)>를 시작으로 아일릿(ILLIT)의 <마그네틱(Magnetic)>, 에이티즈(ATEEZ)의 <배드(BAD)>와 코르티스(CORTIS)의 <고(GO)!>까지 최근 케이팝 곡의 안무를 직접 배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장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가자들의 케이팝 댄스에 대한 높은 친숙도였다. 일부 참가자는 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그날 배울 곡의 주요 안무를 이미 알고 있을 정도였다. 강사의 동작을 처음부터 하나씩 따라 배우기보다는 익숙한 안무를 확인하고 자신의 움직임을 다듬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수업이 끝났다고 해서 열기가 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수업 후에도 조예신 강사 주변에 모여 함께 사진을 찍었고, 그날 배운 안무를 다시 맞춰보며 소셜미디어에 올릴 짧은 댄스 챌린지 영상을 촬영했다.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난 뒤에도 음악을 틀어놓고 서로 동작을 맞추는 모습에서 케이팝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춤추고 공유하는 현지 팬들의 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의 패션에서도 케이팝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저마다 좋아하는 케이팝 스타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의상을 입고 수업을 찾은 참가자가 적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프린스술탄대학교 여성 캠퍼스에서 진행돼 여성 참가자만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참가자의 사진 공개에 대한 문화적·개인적 고려가 필요한 만큼 이러한 현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모두 전달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참가자들의 옷차림과 자신감 있는 춤, 챌린지 촬영 모습은 사우디의 젊은 케이팝 팬들이 이미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케이팝 문화를 적극적으로 향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 전통놀이에 대한 관심도 예상보다 뜨거웠다. 총 4회의 프로그램에 수강생 69명과 참관생 10명 등 79명이 참여했다. 케이팝에 비하면 현지에서 직접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한국문화였지만, 참가자들은 게임을 시작하자 금세 한국 전통놀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화가투로 배우고 종지윷으로 겨루다 특히 참가자들의 호기심을 끈 것은 화가투(花歌鬪)였다. 이번 수업에서는 화가투 카드를 활용해 한국의 세시풍속을 배우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세시풍속(歲時風俗)은 계절의 변화와 농사일에 따라 특정한 날이나 계절마다 반복돼 온 전통적인 행사와 생활풍습을 말한다.
참가자들은 설날처럼 비교적 잘 알려진 명절부터 머슴날, 유둣날, 섣달그믐 등 다양한 세시풍속을 카드를 맞추며 하나씩 익혀나갔다. 한국인인 통신원에게도 생소하거나 자세히 알지 못했던 풍속이 적지 않았다. 사우디 참가자들에게는 이름부터 낯선 문화였지만 오히려 카드게임이라는 방식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서로 카드를 확인하고 이름을 반복해 읽는 사이 자연스럽게 한국의 명절과 풍습을 기억해 나갔다.
이어진 종지윷놀이는 현장의 열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참가자들은 윷놀이의 기본적인 방법과 규칙을 배운 뒤 ‘2026 세종학당 종지윷 대회’에 참여했다. 대진표에 따라 경기를 펼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처음 접하는 참가자들도 몇 차례 말을 움직이자 금세 규칙을 익혔고, 윷의 결과에 환호하거나 상대의 말을 잡으며 즐거워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우승자를 비롯해 적극적으로 참여한 참가자들에게 종지윷 세트와 한국 기념품 등 다양한 상품이 전달됐다. 한국을 기억할 수 있는 선물을 받은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마치 한국 드라마 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 현지 참가자들은 특히 한국 전통놀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을 반겼다. 한 참가자는 “사우디에서도 케이팝 댄스를 접할 기회는 어느 정도 있지만 한국 전통놀이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가끔 보는 정도였다.”라며 “직접 게임을 해보니 정말 재미있었고, 마치 내가 한국 드라마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이런 행사가 꼭 다시 열렸으면 좋겠다.”라며 다음 행사를 기대했다. 한국에서 사우디를 찾은 두 강사에게도 이번 행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정유진 강사와 조예신 강사는 사우디가 처음에는 낯선 나라였던 만큼 방문 전에는 다소 걱정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참가자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두 강사는 “현지 참가자들이 정말 정이 많고 따뜻하게 대해줘 감동했다.”라며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한국문화에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세종문화아카데미에서는 한쪽에서 최신 케이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오래된 한국의 세시풍속을 카드로 익히고 윷을 던지는 풍경이 펼쳐졌다. 서로 다른 시대의 한국문화가 ‘직접 참여한다’는 하나의 방식으로 현지 참가자들과 만난 것이다. 사우디에서 케이팝은 여전히 한국문화로 향하는 강력한 입구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의 반응은 그 관심이 한국의 전통과 생활문화로도 충분히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3일 동안 함께 춤추고, 카드를 맞추고, 윷을 던지는 모습 속에서 한국문화는 ‘보는 문화’를 넘어 직접 경험하고 함께 즐기는 문화가 되고 있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세종문화아카데미 웹사이트, https://english.sejongcultureacademy.or.kr/bbs/board.php?bo_table=class&wr_id=105&sca=Saudi+Arabia - 리야드 세종학당 웹사이트, https://ksi-riyadh.org/?page_id=1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