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방송하고 한국을 연구하는 이집트인, 자나 왈리드
- 한국 연수생에서 방송인·연구자로… 국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학술지에 논문 3편 발표 –
조금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이집트인들을 만날 일이 생기면 필자도 모르게 '얼마나 한국화되었을까'를 가늠해 보게 된다. 두 문화 중 어느 쪽이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약속을 정하고 확인하는 방식부터 시간을 대하는 태도까지, 한국과 이집트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쪽에 가깝다고 가정하고 약속을 잡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가벼운 긴장감이 있다. 그런데 자나 왈리드(Jana Walid Jahin)를 만났을 때는 그런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 고등학생 시절 한국어 연수로 시작해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이어온 그는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적응해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한국어로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한국어를 배우러 온 이집트 소녀가 한국의 방송인이 되고, 이제는 한국의 미디어 문화를 연구하는 연구자로 성장했다. 한국과 이집트, 두 문화를 넘나드는 바이컬처럴(Bicultural) 자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 자나 왈리드입니다. 건국대학교에서 미디어콘텐츠를 전공했고, 지금은 방송과 콘텐츠 제작 활동을 하면서 대학원 공부도 병행하다, 곧 석사 과정을 마무리 합니다. 한국과 이집트의 문화를 소개하는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고요, 프리랜서 활동, 행사 기획과 진행 등 미디어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한국과의 인연은 아버지에게서 시작됐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나요? 아버지가 알렉산드리아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시는 교수에요.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한국 예술가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고 한국분들과 일하는 것도, 한국 문화도 많이 좋아하셨어요. 저에게도 한국에서 공부해 보는 것을 권하셨죠. 그래서 2016년, 제가 15살 때 처음 한국에 와서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원래는 짧게 머물 계획이었지만 어학연수 기간이 길어졌고, 이후 이집트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한국 대학에 진학했어요. Q. 처음 아버지의 권유로 오게 된 한국과 지금의 한국, 자나 씨에게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네. 처음에는 참 낯설었죠. 어리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도와주셨던 좋은 어른들이 참 많았어요. 제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과 때로는 힘들었던 시간, 그리고 그것들을 이겨낸 시간 대부분이 한국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살아온 곳이라는 표현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은 단순히 공부하러 온 나라가 아니라, 저와 잘 맞는 나라, 두 번째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Q. 방송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부터 방송에 관심이 많아 미디어 콘텐츠를 전공했어요. 처음에는 카메라 뒤에서 연출이나 제작일을 하고 싶었는데, 직접 출연해 보니 카메라 앞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저랑 더 맞더라고요. 건국대 재학시절에 홍보대사 활동도 했었고요. 이후 유튜브에 게스트로 출연한 영상이 큰 관심을 받으면서, TV 프로그램 섭외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방송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한국 사람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이집트의 문화와 일상을 소개하는 데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Q. 올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학술지에 논문을 세 편이나 발표했어요. 어떤 내용인가요? 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 세 논문 모두 등재돼서 진짜 기뻤어요. 세 논문 모두 외국인 유튜버의 콘텐츠와 관련된 연구예요. 한국에서 외국인 유튜버들의 영상이 인기를 얻는 현상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했어요. 첫 번째 연구에서는 어떤 콘텐츠 주제가 인기를 얻는지 살펴봤고, 두 번째 연구에서는 표정이나 목소리, 말투 같은 비언어적 표현이 콘텐츠 성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했어요. 세 번째 연구에서는 외국인 유튜버들의 한국 관련 영상에 달린 한국어 댓글 1,500개를 분석했어요. 한국 시청자들이 외국인 유튜버에게 친근함이나 공감, 존경, 유머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Q. 한국에서 방송도 하고 연구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앞으로도 방송과 콘텐츠 분야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외국인 출연자로 머무르기보다, 한국과 이집트 두 문화를 모두 이해하고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전달할 수 있는 방송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제가 연구를 통해 배운 시청자들의 반응과 공감 방식도 실제 콘텐츠에 잘 녹여서, 한국 사람들이 이집트를 더 가깝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자나의 한국 생활은 아버지의 한국·이집트 미술 교류에서 출발했다. 그로부터 10년, 한국어를 배우러 왔던 소녀는 한국의 방송인이자 한국 미디어 문화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 됐다. 한국문화를 경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문화가 소비되고 해석되는 방식까지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류가 일방적인 전달, 양방향 교류를 넘어서, 외국인들에 의해 생산되는 이 시대에 자나의 행보는 문화교류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생각된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