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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신행정수도 오페라 하우스에 가다

2026-05-2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이집트 신행정수도 오페라 하우스에 가다

카이로의 복잡한 도심을 뒤로하고 신도시 뉴카이로를 지나 동쪽으로 30여 분을 더 달리다 보면, 사막 한가운데 새로운 도시의 모양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이 새로운 도시는 바로 2015년부터 대규모 건설이 시작되어 지금은 도시의 모양을 거의 갖추게 된 신행정수도이다. 뉴카이로도 20년 전부터 사막 위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이었는데, 또 사막에 도시가 생겼다. 이집트에서는 이제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보다는 '10년이면 사막에 도시가 생긴다’는 말이 더 적절해 보인다.

신행정수도는 2015년 공식 발표 이후 이집트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핵심 사업이다. 카이로의 인구 과밀과 교통 체증을 해결함과 동시에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시티(smart city,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을 도시 인프라에 접목하여 교통,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를 구축하여 중동과 아프리카의 경제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이번 이집트 정부의 구상이다. 이 도시의 중심 업무 지구에는 높이 393.8미터, 총 77층 규모의 '아이코닉 타워(Iconic Tower)'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 최고층 빌딩으로서 현재 외관 공사를 마무리한 상태이고, 신행정수도의 한가운데 우뚝 서서 도시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신행정 수도에서 행정과 사업 기능만큼이나 이집트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분야가 바로 '문화'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축구장 약 70개 규모를 상회하는 약 51만 제곱미터 부지에 조성된 '예술문화도시(International City for Arts and Culture)'이다. 통신원이 신행정수도를 직접 방문했을 때, 가장 관심을 끈 곳은 이 구역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였다.
        
1988년 일본의 지원으로 세워진 구도심 자말렉의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가 그동안 이집트 공연 예술의 자존심을 지켜왔다면, 신행정수도의 오페라 하우스는 그 규모와 설비 면에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듯하다. 아직 이곳은 정식 개관 전이지만, 굵직한 공연들은 이미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지난 2월 세계적인 테너인 호세 카레라스(Josep Maria Carreras i Coll)와 플라시도 도밍고(Plácido Domingo) 및 이집트의 소프라노 파트마 사이드(Fatma Said)가 함께 무대에 올라 성황리에 공연을 마무리했고,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의 공연도 5월 26일 예정되어 있다.  
    
신행정수도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리는  공연 포스터 

        - 출처: 신행정수도건설공사(ACUD)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acud.eg)

< 신행정수도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리는 공연 포스터
- 출처: 신행정수도건설공사(ACUD)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acud.eg) >

운영 면에서도 기존 오페라 하우스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집트 정부의 문화부가 직접 운영하는 자말렉 오페라 하우스의 입장권이 통상 10달러(약 1만 5,000원) 내외인 것에 비해, 이곳 신행정수도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공연은 약 100달러(약 15만 원) 내외 수준의 입장료를 책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이 공연장이 지향하는 목표 관객층과 서비스 수준이 완전히 다름을 의미한다. 또한 이곳의 운영 주체는 정부 부처인 문화부가 아니라 신행정수도의 건설과 운영을 총괄하는 국영 기업 '신행정수도건설공사(ACUD, Administrative Capital for Urban Development)'다. 즉 국가 행정 기관이 아닌 기업 중심의 효율적이고 상업적인 운영 체계를 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관계자의 안내를 통해 직접 살펴본 내부 설비는 한국의 공연 기획자나 예술 단체들이 주목할 만한 요소들이 가득했다. 약 2,200석 규모의 메인 오페라 홀은 다층 구조의 객석 설계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여 시야 확보를 극대화했다. 무대 상부의 기계 시스템과 정교한 조명 뱅크(Lighting Bank)는 복잡한 연출이 필요한 대형 뮤지컬과 오페라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규격이라고 한다. 내부 설비 중 가장 강조된 부분은 음향 기술이었는데, 특히 공연장 벽면을 따라 설치된 '사운드 커튼(Sound Curtain)'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공연의 성격에 따라 커튼을 펼치거나 접어 잔향 시간을 물리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음의 잔향이 중요한 오케스트라 연주 때는 커튼을 숨기고, 명료한 대사 전달이 필요한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시에는 커튼을 사용하여 소리의 반사를 제어한다. 최신 건축 음향 공법에 이러한 가변적인 설비가 더해져 장르별로 최적화된 음향 환경을 구현하도록 설계됐다.
     
오페라 홀과 콘서트 홀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좌) 오페라 홀과 콘서트 홀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우)

< 오페라 홀과 콘서트 홀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1,2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은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무대 정면에 설치된 4,044개의 파이프를 가진 거대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어 오케스트라 및 독주회에 특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650석 규모의 드라마 극장은 가변형 무대 구성이 가능해 실험적인 연극이나 현대 무용 공연에 적합하며, 모든 공연장에는 다국어 동시 통역실과 고해상도 영상 송출 설비가 완비되어 있다.

오페라 하우스가 위치한 예술문화도시 단지 전체의 구성도 유기적이다. 단지 내에는 고대 이집트부터 이집트 역대 수도들의 역사를 조명하는 '수도 박물관'을 비롯해 대규모 도서관, 예술 창의 센터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관계자는 이 도시가 단순히 일회성 공연을 관람하는 장소를 넘어, 예술 교육과 전시, 그리고 기록 보존이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복합 문화 인프라(infra)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신행정수도 전체가 완공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예술문화도시가 보여주는 하드웨어적 위용은 상당하다. 한국의 우수한 공연 콘텐츠가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할 때, 이곳은 가장 현대적이고 최적화된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부처의 공식적인 문화 교류를 넘어, 신행정수도건설공사(ACUD)라는 기업 주체의 운영 체제 하에서 더 다양한 상업적, 예술적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첨단 설비를 갖춘 이 대규모 문화 거점이 향후 이집트의 문화 지형과 국제적인 문화 교류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신행정수도건설공사(ACUD)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acud.eg),
https://www.instagram.com/p/DTv731Ljn5O/?igsh=NTU5ZXNrNDh4az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