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맨해튼에 위치한 첼시는 세계적인 갤러리, 화랑, 예술가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한 시대를 논하는 현대 예술가들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고 싶어 뉴욕 갤러리의 문을 두드리는 많은 작가들과 눈 높은 컬렉터, 관광객, 뉴욕 현지 시민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런 첼시 갤러리에는 매년 다양한 한국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노고 뒤에는 한국인 작가들의 작품 진가를 알아보는 갤러리스트는 물론 아트 디렉터와 관련 전문가들의 힘이 숨어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갤러리에서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면 빛을 보지 못한다.
이렇게 치열한 뉴욕 첼시 갤러리 촌에서 한 명의 열정 넘치는 한국인 아트 디렉터가 있다.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세계를 돌아다니며 매주 뉴욕에서 재능 있는 한국인 작가들의 작품을 뉴욕 현지 시민들에게 공개하며 유명한 컬렉터들을 불러 그들의 진가를 높이는 갤러리스트 신디 최(Cindy Choi)는 그 열정처럼 뜨겁고 단단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독특한 배경은 물론 자신만의 철학으로 한국인 작가들의 세계적 도약을 이루어내는 그녀. 신디 최는 오늘도 뉴욕에서 열심히 작품들을 검토하고 첼시 화랑의 거물들에게 한국인 작가들의 우수한 작품을 보여주며,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뜨겁게' 응해주었다. 그녀가 전하는 아트 디렉터이자 갤러리스트로의 삶과 '예술 한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들어보도록 하자.
<신디 최 아트 디렉터>
<마이애비 비치 아트 바젤에서 신디 최 아트 디렉터 모습>
<스위스 아트 바젤에서 핀란드 갤러리 대표(우)와 함께 포즈를 취한 신디 최 아트 디렉터(좌)>
<뉴욕 K&P 갤러리에서 아트 디렉터 신디 최(좌측에서 두번째)와 현지 관람객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디 최(Cindy Choi) 아트 디렉터입니다. 한국에서 숙명여대 산업디자인과 졸업, 4학년 재학 당시 삼성 제일기획 디자인팀으로 인턴십에 뽑혀 일하게 되고 이후 뉴욕 디자인 학교인 파슨스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교수의 제안으로 레지던트 빌딩 인테리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결과 함께 참여한 인테리어 및 건축회사 CEO 추천으로 월스트리트 건축회사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 5년 동안 인테리어 회사에 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클라이언트의 추천으로 뉴욕 부동산 중개 자격증(New York real estate license)을 취득한 후 인테리어 디자이너 프리랜서로 일하며 동시에 뉴욕의 대표 부동산에서 일했습니다. 수입을 반 이상을 취미인 그림을 수집하면서 컬렉터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갤러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뉴욕에서 수 많은 부자들, 좋은 집안에 좋은 학벌에 아이비리그 출신들 훨씬 대단하신 분들이 너무 많지만, 혈혈단신으로 아무도 없는 뉴욕에 유학생으로 와서 뉴욕의 치열한 회사생활과 사회생활 등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는 정말 많은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어요. 다 설명할 순 없지만 상당한 재력가들 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부를 이루신 분들 대부분이 갤러리를 운영했었고, 현재에도 상당한 자본이 있어야만 갤러리 운영이 가능한 현실에서 대단한 배경 없이 평범한 모습으로 크진 않지만 한국의 실력 있고 앞으로 잘 되실 훌륭한 잠재 능력이 있는 작가분들이 이 뉴욕 첼시에서 기죽지 않고 전시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밤낮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부자이거나 넉넉한 경제적 상황에서만 갤러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선입견을 깬 유일한 한국형 뉴욕 아트디렉터일 수도 있는 저는 뉴욕에서 힘들게 유학하고 있거나 배경이 없는데 갤러리스트가 되는 게 꿈인 분들께 많은 희망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는 한국의 작가들과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을 위해서 현지 뉴욕 작가들과 소통하며 유명 대형 갤러리들의 큐레이터 및 디렉터들과 미팅을 하며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또한 뉴욕의 문화를 비롯하여 높은 안목의 뉴요커 관객들과 활발한 교류를 돕기 위해 K&P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 중입니다. 작가들을 위해 뉴욕에서 가장 큰 부동산 회사 ‘더글라스 에일만(Douglas Elliman)’의 최상위 클라이언트들과 인맥을 끊지 않고 있으며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로서도 컬렉터들과 작가들을 연결해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K&P 갤러리는 어떤 갤러리이며 현재 무슨 전시를 진행 중인가요? 뉴욕의 갤러리 동네라고도 불리는 맨해튼 첼시의 중심부에는 랜드마크 아트갤러리 빌딩으로 유명 갤러리인 아퍼튜어 갤러리(Aperture gallery)와 순다람 타고레 갤러리(Sundaram Tagore gallery)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으며, 당당하게 5층에 자리 잡고 있답니다. K&P 갤러리는 사실 한국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1986년에 한국 서울에서 문을 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예술가들의 설 자리를 마련하고 국제적인 무대에서 작품들을 대표하기 위해 2015년 뉴욕으로 이전했고 지금까지 K&P 갤러리는 실력 있고 훌륭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현대 미술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드로잉 퍼포먼스와 샌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아티스트 주홍 작가를 초대하여 <얼굴(Face)>이란 주제로 전시하고 있으며, 멀티 종합예술인으로서 판소리, 영화 연극배우, 다도 사범으로 전 세계 광장을 누비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며 활동 중인 국근섭 선생님도 함께 참여하며 멋진 퍼포먼스를 진행 중입니다.
갤러리의 목표 및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한국 작가들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 중입니다. 한국의 모든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세계 작가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열어나가는 것이 K&P 갤러리의 개장 목표입니다. 또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미국 뉴욕 첼시에서 한국 작가들이 함께 느끼며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꿈이고요. 현지 대형 갤러리들과의 경쟁, 높은 유지비, 부족한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첼시에서는 유일하게 매주 오프닝을 여는 가장 바쁜 갤러리로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주면서 색다른 전시를 알리고 있습니다. 한국 작가들의 뉴욕 진출과 나아가서는 독일, 핀란드, 런던의 갤러리들과 뉴욕에 그림을 사러 오는 수많은 세계 컬렉터들을 연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예술이 뉴욕을 비롯한 미국·북미 지역에서 어떤 수준이며,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뉴욕에서 거의 20년 정도 살고 있지만 사실 갤러리스트로서 아직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입장이긴 하나... 부족한 소견으로 몇 마디 드린다면 최근 전 세계 아트 페어의 하나인 스위스 아트 바젤에 다녀온 이후 한국 작가들과 미술 수준을 보는 관점이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한국예술이 한국 기준 유명 작가 말고는 정말로 실력 있는 한국 작가들의 홍보나 진출 면에서 조금은 과대평가되는 면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예술의 수준을 더 높일 수 있고 알릴 수 있는 루트가 사실상 많이 열려 있지 않고 평가받을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이전에 언론에서는 대가이신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선생님의 단색화를 대대적으로 다루며 붐이 일었습니다. 세계 유명 아트 페어나 전시장에서도 반갑고 자랑스럽게 한국 작가로서 위상을 알리고 있어서 작품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열기는 계속되어 이우환 선생님의 모노그램 작품은 웃돈을 주고도 못 살 만큼 뉴욕에서 전시장의 인기도 대단한 게 사실입니다. 독일에서 유일하게 한국 젊은 작가로서 개인 회고전을 가지는 양혜규 작가나 김수자 선생님, 너무 훌륭하신 분들이라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몇몇의 세계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작가를 제외하고는 막상 현실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력 있는 작가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자기 작품을 알리고 싶은 작가들이 수많은 아트 페어나 현지 갤러리에서 전시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작년 마이애미 아트 바젤에 다녀왔을 때에도 한국 분들이 주관하고 행사하는 다양한 루트로 한국 작가들이 많이 진출하고 알려지는 것 같아 반가웠지만, 어찌 보면 이 좋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그냥 해외에 나가있는 우리끼리만의 잔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막상 해외 방문객들은 그 전시의 이름이나 한국 작가들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것을 많이 보았고, 제가 느끼기엔 안타까운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어쨌든 미국과 북미 지역에서는 어떤 수준이나 평가를 논하기 전에 한국 작가들이 더 해외에 더 많이 진출하는 루트를 개선해서 형편이 되는 작가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실력은 있는데 힘들게 작업하고 있거나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데 루트를 몰라서 또는 재정적인 형편이 안되는 못 나오는 한국 작가들을 평가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더 우선인 거 같습니다.
저는 우리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정말, 음식도 한국 음식이 최고인 것처럼 최고라고 생각한답니다! 미국에 오래 살면서 느낀 건 한국 사람들이 어느 면으로나 뛰어나지만 발표나 표현력이 풍부한 미국 사람들과는 달리 너무 겸손해서 탈인 그런 상황들을 작가들을 보면 많이 느낄 수 있어 안타깝습니다. 그들의 실력에 비해 너무 겸손하게 행동한다는 것이 미국 사람들이 볼 땐 자신감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그들을 대신 표현해주고 보호해주고 그들의 작품을 멋지게 설명해줄 수는 있는 갤러리스트, 저의 자리가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거 같습니다.
한국예술이 뉴욕에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까요? 한국에서 뉴욕 진출을 꿈꾸는 예술인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사실 뉴욕 현지에서 갤러리스트, 디렉터,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언론을 보면 한국은 국가적인 차원으로 나라에서 문화예술 부분으로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고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나 막상 뉴욕에 전시를 하러 온 수 많은 작가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형편이 어렵거나 생계의 기본적인 문제 때문에 뉴욕에 진출은 그저 꿈에 불과하고 여기 갤러리를 운영하다 보면 여기도 사실상 재정적으로 높은 렌트비와 유지비 때문에 현실상 대관 갤러리의 불명예를 안고 가고 있습니다. 갤러리 차원에서의 지원은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예술가들이 뉴욕에서 더욱 발전하기에 앞서 국가 차원에서 유명한 작가 이미 대가들을 홍보하고 그들만 알리기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숨어있는 실력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야 합니다. 이러한 발굴을 갤러리뿐만 아니라 국가와 함께 인재를 양성하고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뉴욕이나 해외에 진출할 때 교수 작가들한테는 약간의 지원금 정도가 나라에서 나온다고 들었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작품 운송비나 현실에서 필요한 대관료들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더불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실력 있는 예술가들의 발굴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원금 심사과정이 너무 까다롭기도 하고, 작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해외의 좋은 프로그램, 실력 있는 해외 큐레이터들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 등등 너무나도 많은 부분들이 현실에 막혀 있습니다. 이 부분에 집중해서 좋은 방법들을 모색해주신다면 더욱 발전을 넘어 유명 작가들의 세계 진출을 꿈꿔볼 수 있을 듯합니다. 뉴욕의 친한 유명 갤러리의 디렉터 지인은 작가 또한 키워주기 나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아직 이름이 알려있지 않은 수많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뉴욕을 발판으로 세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돕고 싶습니다.
뉴욕 진출을 꿈꾸는 예술인들에게 팁보단 뉴요커로서 한 말씀 드리자면, 일단 오셔서 부딪히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제 넘는 말이겠지만 뭔가를 두려워한다는 것 자체가 예술가로서 자세는 아닌듯합니다. 여기에 힘들게 전시하러 오신 수 많은 작가들도 항상 “어려웠지만 오기를 너무나 잘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우리 갤러리의 대놓고 홍보는 아닙니다(웃음). 우리 갤러리가 아니더라도 일단 눈 높은 뉴요커들과 까다로운 예술가들의 직접 부딪히고 소통하며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이 첫 단계인 거 같습니다. 전시와 동시에 느껴도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한 달 정도 싼 게스트하우스에서 천천히 관광을 하시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됩니다. 일반 관광이 아니라 뮤지엄과 첼시에만도 300개가 넘는 갤러리가 있으니 그들의 벽이 얼마나 높고 내가 눈은 얼마나 낮은지도 체험해보시는 것만으로 일단 뉴욕 진출을 위한 첫걸음이자 경험이라고 생각하고요. 부족하지만 이 인터뷰를 읽으시고 첼시에 오시는 작가님들이 계시면 꼭 갤러리에 들려서 저를 찾아주시면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에 첼시 갤러리들의 따뜻한 알짜배기 숨겨놓은 정보들을 드릴 것을 약속하겠습니다(웃음).
아트 디렉터로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능력 있는 아이비리그 출신 디렉터들, 유럽 쪽에서 다양한 경험과 어마어마한 재력을 겸비한 인재들, 상상 이상의 명문가의 집안 출신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 뉴욕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큰 미국에서도 우리 갤러리가 위치한 첼시야말로 그런 곳입니다. 전 사실 뉴욕에서 순수 예술 쪽을 전문으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그들과 여러 면에서 부족하지만 우리 한국의 유능하고 실력 있는 작가들을 위해서라면 나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열정에 면에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부자임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20년 전에 미국 처음 올 때 아버지 말씀이 생각납니다. 보수적이시고 말씀이 거의 없으시던, 무서웠던 아버지가 딸이 먼 미국으로 유학 간다고 하니 맘에는 안 드셨고 계속 화나계시다가 딱 한 말씀 하셨습니다. “기죽지 말아라”
미국에 처음 와서 언어와 낯선 환경 정말 기죽을 상황이 너무 많았었죠. 그리도 정말 상상 이상으로 높은 유명 첼시 갤러리들의 벽은 사실 저도 기죽을 일이 너무 많았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 관계자분들 몇몇은 내 친구가 되며 세월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한국 작가님들이 이 뉴욕 첼시에 오셨을 때 내가 겪은 기죽을만한 일들을 겪지 않으시고,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작품을 알릴 수 있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도와드릴 것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이 자리에서 살아남게 되어 한국 작가들을 도와드리는 게 나의 꿈이자 목표입니다. 작가님들께 말씀드리고 싶네요. 기죽지 마세요! 뉴욕에는 신디 최가 있습니다(웃음). |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및 신디 최 아트 디렉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