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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들이 폭염을 뚫고 장터로 향하는 이유

등록일
2026-07-23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이탈리아

  • 해당 장르

    일반

주요내용

남유럽을 강타한 이례적인 여름 폭염으로 이탈리아 전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가마솥더위에 대부분의 도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토스카나주의 작은 도시 폰테데라(Pontedera)의 금요일 아침만은 사뭇 달랐다. 매주 금요일 열리는 유서 깊은 전통시장 '폰테데라 금요 마켓(Mercato di Pontedera)'에는 이른 아침부터 현지 주민과 상인들이 몰려들며 활기를 띠었다.

폰테데라 금요 마켓은 지역 경제와 문화를 지탱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을 넘어 수십 년 동안 토스카나 주민들의 삶과 일상이 이어져 온 만남의 장 역할을 해왔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장터에는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의 활기가 가득했다. 주민들은 대형마트의 시원한 실내 대신 천막 아래 늘어선 노점을 둘러보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이어갔다.
청명한 하늘 아래 하얀 천막 노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많은 주민이 장을 보고 있는 폰테데라 금요 마켓
< 청명한 하늘 아래 하얀 천막 노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많은 주민이 장을 보고 있는 폰테데라 금요 마켓 - 출처: 통신원 촬영 >
더운 날씨에도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오가는 주민들의 모습에서는 대형 유통매장에서 느끼기 어려운 전통시장 특유의 활기와 정겨운 분위기가 엿보였다. 장터에서 만난 주민 젠니 씨(54)는 "날씨가 정말 덥죠? 하지만 금요일 아침에 여기 나오지 않으면 일주일이 시작되지 않는 기분이에요. 마트에서 파는 포장된 채소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여기서 산 재료로 요리를 해야 진짜 토스카나의 맛이 나거든요”라고 말했다.

폰테데라 마켓이 폭염 속에서도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이유는 신선한 식재료와 지역 생산자들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신뢰에 있다. 이곳은 대형마트처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기보다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축산물을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가격은 대형마트와 비슷하거나 품목에 따라 다소 높은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들은 신선도와 품질을 믿고 시장을 찾는다. 생산자들이 당일 수확하거나 직접 준비한 식재료를 판매한다는 점도 이러한 신뢰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폰테데라 마켓의 모습은 최근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진출과 중국계 초저가 이커머스(C-커머스)의 공세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가격 경쟁만으로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로컬(Local) 경쟁력이 전통시장의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가정식에 빠지지 않는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폰테데라 금요 마켓
< 이탈리아 가정식에 빠지지 않는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폰테데라 금요 마켓 - 출처: 통신원 촬영 >
시장의 식료품 코너에 들어서면 이탈리아 미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가 눈길을 끈다. 트럭 앞에 간이 판매대를 마련한 상인들은 손님을 맞이하며 치즈와 절임 식품, 각종 지역 특산물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저울 옆에는 커다란 치즈 덩어리가 놓여 있었고, 통에는 짭조름한 절임 생선이 담겨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한 상인의 트럭에는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의 별미(Specialità Campan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자신들이 판매하는 식재료의 원산지와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포르케타를 판매하는 상인. 환한 미소에서 자신이 판매하는 식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 포르케타를 판매하는 상인. 환한 미소에서 자신이 판매하는 식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탈리아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 육가공품과 델리 코너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상인은 자신이 직접 구워낸 이탈리아 전통 돼지고기 바비큐 요리인 '포르케타(Porchetta)'를 손님들에게 썰어주며 카메라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곳에서는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공포장 제품 대신, 즉석에서 손질하거나 직접 만든 육가공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지중해의 풍미를 담은 다양한 식재료가 가판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소금에 절인 대구(바칼라), 햇볕에 말린 선드라이 토마토, 굵은 소금에 버무린 케이퍼, 허브와 오일에 절인 다양한 종류의 올리브가 종류별로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손글씨로 적은 노란 가격표는 이들 식재료가 대량 생산된 공산품이 아니라 상인들이 직접 준비한 지역 식재료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치즈와 절임류를 판매하는 상인 안드레아 씨(42)는 전통시장의 경쟁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우리가 직접 키우고 만든 것만 가져옵니다. 밭에서 바로 수확한 채소와 직접 염장한 올리브, 치즈를 판매하죠. 마트보다 싸냐고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식재료는 가장 신선하고 맛있습니다. 손님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이 더위에도 우리를 찾아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안드레아 씨의 말처럼 폰테데라 마켓은 가격 경쟁보다 품질과 신뢰를 앞세운 운영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자가 직접 재배하거나 만든 식재료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은 지역 농산물의 신선함과 생산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성장 속에서 경쟁력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지역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로컬푸드 직매장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로컬 브랜딩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와 만나 신뢰를 쌓는 방식 역시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초저가 유통업체와 대형 온라인 유통망의 성장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폰테데라의 금요 마켓은 가격 경쟁보다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 지역성, 품질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꾸준히 주민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신뢰를 쌓고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이러한 운영 방식은 새로운 경쟁력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 전통시장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폭염 속에서도 활기를 잃지 않은 폰테데라의 금요 마켓은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반드시 가격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폰테데라 시장 공식 홈페이지, https://mercatopontedera.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