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n

이탈리아가 K-드라마 <참교육>에 열광하는 이유

등록일
2026-07-14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이탈리아

  • 해당 장르

    방송

주요내용

2026년 여름, 이탈리아 넷플릭스(Netflix) TV쇼 부문 상위권에 한국 드라마 한 편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6월 5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이탈리아 서비스명: Lezioni vere / 영어 제목: Teach You a Lesson)이다. 학교 폭력과 교권 약화로 무너진 교실을 바로잡기 위해 교육부 산하의 특별 감독관이 파견된다는 설정의 이 작품은 공개 직후 이탈리아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며 현지에서 사회적·문화적 논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과 문화 전문 매체들은 작품의 흥행 요인을 단순한 오락성에서 찾지 않았다. 보도에서는 드라마가 다루는 핵심 주제가 현재 이탈리아 사회가 직면한 교육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비디거(MovieDigger)'에 소개된 드라마 ‘참교육’ 관련 보도자료
< '무비디거(MovieDigger)'에 소개된 드라마 ‘참교육’ 관련 보도 - 출처: '무비디거(MovieDigger)' >
영화·드라마 전문 매체 «무비디거(MovieDigger)»는 지난 5월 기사에서 “이 드라마는 한국뿐 아니라 현재 이탈리아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교권의 약화와 학교 폭력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비디거»는 교실에서 교사들이 통제력을 잃은 상황에서 정부가 특수 부서를 신설해 질서를 회복한다는 설정이 현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또한 경직된 교육 시스템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비판하는 서사가 액션 장르와 결합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고, 이것이 이탈리아 대중의 공감을 얻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탈리아 문화·시사 전문 매체 «아그르프레스(Agrpress)»는 작품을 이탈리아 영화사의 맥락에서 해석했다. «아그르프레스»의 조반니 쿠라도(Giovanni Currado) 평론가는 지난 6월 17일 자 칼럼에서 <참교육>의 서사 구조를 1970년대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했던 장르인 ‘폴리지오테스코(Poliziottesco, 이탈리아식 형사 액션 영화)’에 비유했다.
‘참교육’을 이탈리아 고유 장르인 '폴리지오테스코'와 비교 분석한 평론 기사
< ‘참교육’을 이탈리아 고유 장르인 '폴리지오테스코'와 비교 분석한 평론 기사 - 출처: '아그르프레스(Agrpress)' >
«아그르프레스»는 “공권력과 법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권력자가 보호받으며, 피해자들이 홀로 남겨질 때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개인적 고통으로 무장한 주인공이 법망을 우회해 악을 처단하는 구조는 1970년대 이탈리아 대중이 열광했던 도시 스릴러의 문법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970년대 이탈리아가 ‘납 탄환 시대(Anni di piombo)’의 정치적 혼란과 범죄에 시달리던 시절 법을 넘어 범죄자를 응징하던 이탈리아식 형사상이, 2026년 한국의 교육 감독관 나화진(김무열 분)으로 재해석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제도가 실패했을 때 영웅이 개입한다”는 서사가 국경과 시대를 초월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이탈리아 언론과 평단은 흥행의 이면에 담긴 정치적·윤리적 함의에도 주목했다. 과거 원작 웹툰이 서구권 독자들 사이에서 과도한 폭력성과 징벌적 훈육 방식으로 논란을 빚었던 점을 언급하며, 드라마가 제공하는 카타르시스가 폭력의 정당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다.

«아그르프레스»는 과거 이탈리아의 폴리지오테스코 장르가 제도의 한계에 좌절한 대중의 감정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피의자의 권리를 축소하고 공권력 남용을 정당화하는 우파적 프로파간다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던 역사적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참교육> 속 교육부 특별 감독관들이 장관의 묵인 아래 사법 절차를 우회하는 설정에 대해 "시스템이 스스로 예외적인 폭력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무법자 형사보다 더욱 체계적인 권력 행사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작가의 의도가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려는 데 있었다 하더라도, 대중이 이 서사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권위주의적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관객들이 <참교육>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현상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유럽에서 K-콘텐츠가 수용되는 방식이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자본주의의 문제를 극단적인 서사로 풀어내 세계적인 공감을 얻었다면, <참교육>은 한국 교육 현장의 모순을 소재로 하면서도 이탈리아 시청자들의 현실 인식과 맞닿으며 공감을 얻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청소년 범죄와 교내 교사 폭행 사건 등이 사회적 이슈로 꾸준히 제기되면서 교육 현장의 통제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이탈리아 통계청(ISTAT)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사이의 ‘불리시모(Bullismo, 학교 폭력)’ 양상은 점차 복잡해지고 있으며, 이에 비해 교육 및 사법 체계의 대응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드라마가 제시하는 이른바 '사이다식' 해결 방식은 현지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현지 매체들은 시청자들이 나화진의 강경한 대응에 호응하는 현상을 현실의 제도적 한계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평단이 제기한 문제의식처럼, 이 작품을 바라보는 현지의 시선은 오락적 쾌감과 민주적 가치에 대한 경계 사이에 놓여 있다. 이탈리아 대중은 작품을 통해 현실의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는 한편, 자국이 과거 경험했던 권위주의의 역사도 함께 떠올리고 있다. 결국 <참교육>의 이탈리아 내 흥행은 한류 드라마의 외연 확장을 넘어, 현대 이탈리아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 시스템의 한계와 제도적 불안, 그리고 대중의 욕구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경을 넘어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가 던진 묵직한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이를 받아들이는 이탈리아 시청자들의 해석에 달려 있다.
참고자료 및 사진 출처     
- «아그르프레스(Agrpress)» (2026.06.17). Teach You a Lesson: quando il K-drama incontra il poliziottesco all’italiana, https://agrpress.it/teach-you-a-lesson-netflix-poliziottesco/
- «무비디거(MovieDigger)» (2026.05.07). LEZIONI VERE, il trailer italiano della nuova serie k-drama di Netflix con protagonista Kim Moo-yul, https://www.moviedigger.it/lezioni-vere-serie-netflix/#google_vign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