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패션과 트렌드의 중심지 밀라노. 최근 본 통신원은 밀라노 중앙역에 위치한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Sephora)’ 매장을 방문했다. 디올(Dior), 시슬리(Sisley),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 랑콤(Lancôme) 등 유럽과 미국을 대표하는 전통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빼곡히 들어선 매장 한가운데, '코리안 스킨케어(KOREAN SKINCARE)'라는 선명한 문구를 내건 대형 독립 매대가 눈에 띄었다. 전통적인 화장품 강국이자 소비자들이 눈높이가 높은 이탈리아 뷰티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K-뷰티'라는 독자적인 카테고리로 진열돼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밀라노 중앙역 세포라 매장 한가운데를 차지한 K-뷰티 코너 - 출처: 통신원 촬영 >
밀라노 세포라 매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코리안 스킨케어(KOREAN SKINCARE)' 전용 매대였다. 매장 상단에는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 시세이도(Shiseido), 시슬리(Sisley), 디올(Dior) 등 세계적인 뷰티 브랜드들의 로고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노비타(NOVITÀ, 신상품)'라는 붉은색 안내 문구와 함께 대형 '코리안 스킨케어' 매대가 마련돼 있었다. 과거 글로벌 브랜드들의 프로모션 공간으로 활용됐을 법한 핵심 진열 구역에 한국 화장품 전용 공간이 조성된 모습은, 현지 뷰티 시장에서 높아진 K-뷰티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 독립 매대는 단순히 몇몇 제품을 진열해 놓은 수준이 아니었다. 토너와 세럼 같은 기초 제품부터 크림, 선케어(SPF), 립 케어, 마스크팩까지 한국식 스킨케어 루틴을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제품군이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었다. 진열대 전면에는 국내외에서 인지도를 쌓은 한국 브랜드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라네즈(LANEIGE)를 비롯해 한방 콘셉트의 스킨케어 브랜드 조선미녀(Beauty of Joseon), 한국적 감성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예포다(YEPODA)가 상단에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그 아래에는 메디컬 코스메틱과 진정 케어 제품으로 알려진 메디큐브(MEDICUBE), 어성초 토너로 인지도를 높인 아누아(ANUA), 콜라겐 마스크팩 등을 앞세운 바이오던스(BIODANCE) 등 다양한 한국 브랜드가 진열돼 있었다. 국내 올리브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기 브랜드들이 밀라노 세포라 매장 한가운데에 나란히 진열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과거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스킨케어 시장은 클렌징과 안티에이징 중심의 비교적 단순한 관리 루틴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세포라 매대에 표시된 안내 문구에서는 한국식 스킨케어 루틴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열대에는 제품의 기능과 사용 단계를 이탈리아어로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이드라탄티(Idratanti, 수분·보습)', '안티에타(Anti-età, 안티에이징)', '데테르젠티 에 토니치(Detergenti & Tonici, 클렌징 및 토너)', '트라타멘티 라브라 콜로라티(Trattamenti labbra colorati, 컬러 립 트리트먼트)' 등 피부 고민과 관리 단계에 따라 제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특히 한국 화장품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알려진 '유리 피부(Glass Skin)'를 강조하는 '스타 루틴(STAR ROUTINE)' 안내와, 주·야간 관리 루틴을 제안하는 '트라타멘토 조르노 에 노테(Trattamento giorno e notte)' 등의 표현은 한국식 스킨케어 방식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뷰티 트렌드로 소개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 밀라노 중앙역 세포라에 있는 두 번째 K-뷰티 코너 - 출처: 통신원 촬영 >
두 번째 사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글로우 레시피(GLOW RECIPE)' 전용 매대다. 한국계 미국인이 창업해 K-뷰티의 스킨케어 철학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한 이 브랜드는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데 이어 이탈리아 세포라에서도 독립 매대를 운영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코리안 스킨케어 - 글로우 레시피(KOREAN SKINCARE - GLOW RECIPE)'라는 간판 아래, 수박과 아보카도 등 천연 과일 성분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대형 포스터와 제품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핑크빛 조명과 함께 진열된 세럼(Sieri, 시에리), 토너(Tonici, 토니치), 보습제(Idratanti, 이드라탄티), 그리고 '일루미난티(Illuminanti, 광채·브라이트닝)' 라인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한 세포라 직원은 "최근 젊은 이탈리아 고객 가운데 틱톡(TikTok)이나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한국인들의 결점 없는 피부를 보고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브랜드는 순한 성분과 수분감, 피부에 광채(Glow)를 더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재구매하는 소비자도 많다"며 "감각적인 패키지 덕분에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뷰티 시장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프랑스와 미국 등 전통적인 뷰티 강국의 영향력이 큰 시장이다. 이러한 보수적인 시장에서 K-뷰티가 세포라와 같은 대형 유통 채널의 핵심 공간을 차지했다는 것은, 한국 화장품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주요 스킨케어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넷플릭스를 통한 K-드라마의 세계적 인기를 비롯해 케이팝 스타들의 활약은 한국식 피부 관리와 스킨케어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뛰어난 기술력과 혁신적인 성분,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브랜드들이 유럽의 까다로운 화장품 인증(CPNP)을 충족하며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 K-뷰티는 이탈리아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 패션과 뷰티 트렌드를 이끄는 도시 밀라노. 그 중심에서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과 나란히 경쟁하며 입지를 넓혀 가는 K-뷰티의 존재감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및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세포라 이탈리아(Sephora Italy) 공식 홈페이지, https://www.sephora.it/cerca/?q=c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