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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영화 제작사들이 한국인 배우 대신 유튜버를 캐스팅하는 이유

등록일
2026-07-20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인도네시아

  • 해당 장르

    영화

    방송

주요내용

한국인 SNS 셀럽이 출연한 두 편의 인도네시아 영화 <한국의 음산한 병원 402호실
< 한국인 SNS 셀럽이 출연한 두 편의 인도네시아 영화 <한국의 음산한 병원 402호실> – 출처: '아이엠디비(IMDb)' >
최근 몇 년 사이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서는 한국을 소재로 하거나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작품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병원이나 기업, 관광지, 대학, 케이팝, 한국 귀신 이야기 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으며, 작품 속에는 자연스럽게 한국인 등장인물이 배치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기보다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혹은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영화 <도와주세요(Tolong Saya Dowajuseyo)>에 출연한 김게바와 <한국의 음산한 병원 402호실(402 Rumah Sakit Angker Korea)>에 출연한 장한솔(유튜브 채널 '코리아 레오밋(Korea Reomit)' 운영)은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두 사람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현지인 구독자들을 보유하고 인도네시아어로 SNS 콘텐츠를 만들어 채널을 운영하는 유명인들이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한국 뷰티와 한국 식품, 한국 패션, 케이팝이 한 공간에 펼쳐졌다. 부스마다 현지 관람객들로 북적였고,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하는 호기심보다는 이미 익숙하게 즐기는 분위기가 더 강했다. 한류가 오랜 시간 자리 잡은 베트남답게 새로운 한국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곳은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푸드테크 특별관이었다. 자동 라면 조리기에서는 이른바 '한강라면 체험'을 진행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기계가 물을 끓이고 면을 익혀 그릇째 제공하는 모습에 관람객들은 연신 사진을 찍으며 신기해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한강 라면'을 직접 만들어 먹어볼 수 있다는 점도 큰 호응을 얻었다.
장한솔 유튜브 채널은 7월 초 기준 구독자 568만 명에 영화 소개 영상을 게재한 지 하루 만에 10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장한솔은 영화 캡처 장면 윗편 맨 오른쪽 인물이다
< 장한솔 유튜브 채널은 7월 초 기준 구독자 568만 명에 영화 소개 영상을 게재한 지 하루 만에 10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장한솔은 영화 캡처 장면 윗편 맨 오른쪽 인물이다 – 출처: '코리아 레오밋(Korea Reomit)'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
유명 배우를 섭외하는 것보다 유튜버나 신인 배우를 기용하는 편이 비용 부담이 훨씬 적은 것은 사실이므로 이러한 캐스팅이 제작비 절감에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선택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영화시장의 구조와 관객들의 소비 성향, SNS 중심의 홍보 방식, 앞으로의 국제 공동제작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전략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유명한 한국 배우'가 아니라 '실제 한국인'이 등장해 영화의 신뢰도와 사실성을 높이는 것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유튜브, 한국 드라마, 케이팝을 늘 접하는 인도네시아 젊은 세대들은 한국인의 외모와 말투, 생활방식에 매우 익숙해 영화 속 한국인 캐릭터가 어색한 한국어를 사용하거나 현지 배우가 한국인을 흉내 내는 모습은 몰입을 깨뜨리는 요소가 된다. 

반면, 설령 한국에서는 무명 배우일지라도 실제 한국인이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사용하며 등장하면 인도네시아 관객들은 훨씬 높은 현실감과 신뢰감을 느낀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작품의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얼굴이 널리 알려진 한류스타를 섭외하는 것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선택이지만, 반대로 인지도 낮은 한국 배우는 어차피 현지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다. 유명한 유튜버가 훨씬 나은 선택일 수 있는 이유다.
도와주세요'에 출연한 한국인 인스타그래머 김게바의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도와주세요'에 출연한 한국인 인스타그래머 김게바의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
< '도와주세요'에 출연한 한국인 인스타그래머 김게바의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 – 출처: '아이엠디비(IMDb)', 김게바 인스타그램(@bungkorea) >
인도네시아 상업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한국 영화에 비해 훨씬 작아 한국의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면 출연료는 차치하고 매니지먼트 계약, 항공료, 숙박비, 통역, 보험, 일정 조율 등 다양한 추가 비용이 현지 제작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쉽다. 반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SNS 유명인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섭외가 가능하며, 제작사는 '한국인이 출연하는 영화'라는 홍보 포인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도 높은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투자 대비 효율(ROI)이 매우 뛰어난 선택인 셈이다.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는 강력한 홍보 채널이기도 하다. 대형 채널을 운영하는 장한솔이나 적잖은 팔로워를 가진 김게바처럼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은 이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수십만~수백만 명에 이르는 구독자와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다. 영화에 출연하는 동시에 이들은 촬영 현장 브이로그, 비하인드 영상, 배우 인터뷰, 촬영 에피소드 등을 자신의 SNS에 지속적으로 공개하며 자연스럽게 작품을 홍보한다. 그래서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들 한 명을 캐스팅하면 대형 광고 플랫폼 하나를 확보하는 홍보 효과를 얻는 셈이다. 

유튜버들이 가진 팬덤의 특성도 기존 배우나 한류스타들과는 다르다. 영화배우의 팬들은 배우를 존경하거나 동경하지만, 유튜버의 구독자들은 매주 새로운 영상을 보고 댓글로 소통하며 보다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친밀감이 영화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평소 즐겨 보던 유튜버가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들은 극장을 찾게 되며, 제작사는 개봉도 하기 전 일정 숫자의 기본 관객층을 미리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흥행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매우 중요한 상업적 장점 중 하나다. 

현지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한국인들이 인도네시아 문화와 언어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영화사들이 이들을 기용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어린 시절 동부자바에서 학교를 다닌 장한솔처럼 인도네시아어는 물론 자바어 방언까지 모국어처럼 자유롭게 구사하는 한국인은 단순히 대사를 암기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문화와 유머, 사회적 분위기를 이해하므로 다른 유명 한국 배우들보다 더 자연스럽게 극 전개에 스며들기 유리한 입장에 있다. 

그런데 이 유튜버, 인스타그래머들의 연기력은 신뢰할 수 있을까? 

제작사들이 연기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작품 속 한국인 캐릭터가 대부분 의사, 교수, 회사원, 경찰, 연구원, 관광객 등 비교적 제한된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깊이 있는 감정 연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한국어와 실제 한국인이 가진 분위기가 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관객들도 이러한 역할에서는 뛰어난 연기력보다 문화적 진정성과 현실감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위에 언급한 두 편의 영화 속 한국인 출연자들은 꽤 핵심적인 배역을 소화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보이는 현상처럼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이라는 단어 자체는 하나의 강력한 문화 브랜드가 되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영화에 한국인이 출연하거나 아예 한국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그 영화에 출연한 한국인 유튜버, 인스타그래머가 최소한 해당 국가의 국민들에겐 웬만한 한류스타 못지않게 유명하고 인기도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제작사들은 이러한 소비 심리를 매우 정확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영화의 차별화 요소로 적극 이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제 공동제작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국인이 출연한 작품은 언론 홍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인도네시아 협업 작품'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고, 향후 한국 OTT 플랫폼이나 해외 배급사와의 협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즉, 현재의 캐스팅 전략은 단기적인 흥행뿐 아니라 장기적인 국제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 유명 유튜버가 출연한다고 해서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20만 명을 보유한 김게바 출연 <도와주세요>는 2026년 1월 29일 개봉해 불과 3만 285명의 관객을 들이며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다. 7월 9일 개봉한 <한국의 음산한 병원 402호실>에 출연한 장한솔은 김게바의 30배 가까운 568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데, 과연 이 영화에 어느 정도의 위력을 더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의 음산한 병원 402호실>은 7월 9일(수) 기준 시네마 21(Cinema XXI) 상영관 체인에서 66개 도시 상영으로 풀스케일 개봉이지만, 자카르타에서는 14개 극장만 동원해 이전 <군체>나 <살목지>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시작했다. CGV 시네마스 기준으로는 거의 전부인 71개 상영관이 개봉일에 맞춰 이 영화 상영에 나섰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아이엠디비(IMDb) '한국의 음산한 병원 402호실(402 Rumah Sakit Angker Korea)' 
https://www.imdb.com/title/tt39073191/mediaviewer/rm1400098306/?ref_=tt_ph_1_1
- 아이엠디비(IMDb) '도와주세요(Tolong Saya! Dowajuseyo') 
https://www.imdb.com/title/tt42795849/mediaviewer/rm951438850/?ref_=tt_ov_i
- 아이엠디비(IMDb) '도와주세요(Tolong Saya! Dowajuseyo') 
https://www.imdb.com/title/tt42795849/mediaviewer/rm4033400322/?ref_=tt_ph_1
- 장한솔 유튜브 채널 Korea Reomit 'RSJ ANGKER DAN HOROR', https://www.youtube.com/watch?v=IeDxdChVPC4
- 김게바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ungkorea/
- 씨네포인트(Cinepoint) 'Tolong Saya' https://cinepoint.com/pages/directory/detail/3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