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영상 창작자들이 공공지원금의 결과를 기다리다 재단 사무실을 점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화예술 전문매체 《임비조 매거진(Imbizo Magazine)》에 따르면 지난 7월 6일부터 요하네스버그 호튼(Houghton)에 위치한 국립영화영상재단(National Film and Video Foundation·NFVF) 사무실에 영화인들이 모여 제6차 대통령 고용촉진 프로그램(Presidential Employment Stimulus Programme·PESP6)의 선정 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평화적 농성에 들어갔다. 현지 문화예술 매체들은 참가자들이 침낭과 물품을 준비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들은 다음 단계인 제7차 대통령 고용촉진 프로그램(PESP7)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이전 사업의 수혜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투명성과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했다.
< 국립영화영상재단 사무실에서 농성 중인 영상 창작자들 – 출처: '임비조 매거진(Imbizo Magazine)' >
제6차 대통령 고용촉진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문화산업을 다시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실과 스포츠예술문화부가 추진하는 공공지원 정책이다. 영상 분야는 스포츠예술문화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립영화영상재단이 집행한다. 2025년 10월 공고된 영상 부문 예산은 총 2억 3,000만 랜드(약 212억 원)로, 제작·후반작업, 기술교육, 마케팅과 영화제 참가, 영상자료 디지털화 등에 배분됐다. 정책상 목표는 1만 5,360개의 일자리 창출이다. 특히 청년과 여성, 장애인, 과거 차별을 받은 집단의 고용을 우선하고, 장편은 최소 20명, 단편 등은 최소 10명을 고용하도록 설계됐다. 단순한 작품 지원이 아니라 한 편의 제작을 통해 배우, 촬영·조명·음향 인력과 후반작업자에게 소득을 분배하는 고용정책인 셈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영화인들은 애초 2026년 4월 또는 7월로 이해했던 결과 발표가 거듭 미뤄졌다고 주장했다. 국립영화영상재단도 지난 3월 반복된 행정 지연을 인정하며 한때 발표 시점을 10월 말로 제시했다. 제작 일정이 확정돼야 계약과 고용이 시작되는 프로젝트 산업에서 몇 달의 지연은 단순한 행정상의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프리랜서의 생계, 배우와 스태프의 일정, 촬영 장소와 장비 계약이 연쇄적으로 멈추고, 다른 투자자를 확보할 가능성까지 낮아질 수 있다. 남아공처럼 공공재원이 신인과 소규모 제작사의 핵심 종잣돈 역할을 하는 시장에서는 '언제 지원되는가'가 '얼마를 지원하는가'만큼 중요하다.
농성 직후인 7월 8일 국립영화영상재단은 공식 성명을 내고 일반 제작, 기술개발, 마케팅·배급 분야의 심사가 끝났으며 실사 절차를 7월 13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결과 발표일도 기존 9월에서 8월 15일로 앞당겼다. 대형 제작 부문의 발표는 9월로 별도 예고했다. 재단에 따르면 접수된 신청은 1,787건으로 대통령 고용촉진 프로그램 시행 이후 가장 많았다. 이는 남아공 영상 창작 열기가 높다는 신호인 동시에 민간투자와 안정적 일자리가 부족해 공적 지원에 수요가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국립영화영상재단 최고경영진의 잦은 교체와 의사결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어, 이번 갈등은 개별 공모의 지연을 넘어 문화행정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 사안의 문화적 의미는 창작자를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집행을 감시하고 일정을 바꾸게 만드는 행위자로 드러냈다는 데 있다. 항의가 모든 지연의 직접적인 원인이거나 일정 단축의 유일한 계기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농성과 공식 발표가 잇따라 이뤄지면서 지원 절차의 투명성이 공론장에 올랐다. 영상산업은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 성과가 보이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단기·프로젝트 일자리를 만든다. 따라서 문화지원의 성패는 최종 선정작 수뿐 아니라 신청, 심사, 실사, 교부가 예측 가능한 시간표 안에서 움직였는지로도 평가돼야 한다.
한국에도 분명한 시사점이 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제작비 확대뿐 아니라 독립·예술영화와 신진 제작자가 기다림의 비용을 감당하지 않도록 하는 행정 설계가 필요하다. 한국 영화정책 전담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Korean Film Council, KOFIC)는 사업 공지를 공고·접수·결과로 구분해 공개하고 있지만, 남아공 사례는 여기에 단계별 처리기한, 지연 사유, 변경 일정, 담당 의사결정 구조까지 상시 공개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지원금의 성과를 작품 편수나 해외 수상만으로 측정하지 않고 실제 고용 인원, 취약계층 참여, 지역별 일자리, 지급까지 걸린 시간으로 함께 평가해야 한다. 한국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은 성공작을 선별하는 능력뿐 아니라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창작자에게 예측 가능한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적 신뢰에서 출발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임비조 매거진(Imbizo Magazine)》 (2026. 07. 07). Creatives Stage Sit-In at NFVF Offices Over Delays in PESP 6 Announcements, https://imbizomag.co.za/2026/07/07/creatives-stage-sit-in-at-nfvf-offices/
- 《국립영화영상재단(National Film and Video Foundation)》 (2026. 07. 08). Press Release: NFVF Sixth Presidential Employment Stimulus Programme (PESP6) Status Update,https://www.nfvf.co.za/press-release-nfvf-sixth-presidential-employment-stimulus-programme-pesp6-status-update/
-《국립영화영상재단(National Film and Video Foundation)》 (2025. 10. 01). The Call for the Sixth Presidential Employment Stimulus Programme (PESP 6) Focused on the Audio-Visual Industry Is Open, https://www.nfvf.co.za/the-call-for-the-sixth-presidential-employment-stimulus-programme-pesp-6-focused-on-the-audio-visual-industry-is-open/
- 《영화진흥위원회(Korean Film Council)》 (2026. 07. 06). 사업공지,https://www.kofic.or.kr/kofic/business/prom/promotionBoardList.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