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7~8월은 학교 방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로, 시민들은 실내 공연장보다 야외에서 휴식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시기에는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연장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휴식기에 들어가며 공연 일정도 크게 줄어든다. 이런 공연계의 비수기 속에서도 한국 공연팀 ‘더 크레인(The Crane)’의 무대는 현지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한국 전통악기인 해금과 장구가 서양 악기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독창적인 사운드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연주가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더 크레인은 바이올린(조혜운), 피아노(민주신), 해금(고수정), 장구(이경민), 더블베이스(김대경)로 구성된 앙상블로, 클래식과 재즈, 한국 전통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가는 크로스오버 팀이다. 팀명 ‘더 크레인’은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 ‘학’에서 착안했으며, 학이 세계를 향해 날아오르듯 한국의 전통과 현대의 음악을 세계에 전하고, 음악으로 문화와 사람을 잇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전통음악과 클래식, 재즈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창작 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부산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벨기에 공연 성사에 대해서 더 크레인의 조혜운 리더는 “2025년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 쇼케이스를 통해 벨기에 공연기획사 ‘러브투아츠 국제문화센터(Love2Arts International Cultural Center)’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후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2026년 벨기에 초청 공연이 성사되었다. 이번 공연은 부산문화재단의 지원과 국제교류 사업의 결실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 ‘더 크레인’의 벨기에 공연 현장 – 출처: ‘러브투아츠 국제문화센터’ 진승연 대표 제공 >
이번 벨기에 공연은 항구도시 앤트워프(Antwerp)에서 열렸으며, 7월 9일 성 바오로 성당(St. Paulus Church)을 시작으로 10일 성 베네딕토 성당(St. Benedictus Church), 11일 더 뮤즈 재즈 카페(De Muze Jazz Café), 마지막으로 12일 러브투아츠 국제문화센터에서 차례로 진행됐다. 성당과 재즈클럽, 문화센터 등 서로 다른 공간에서 열린 공연은 각 장소의 특색과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조혜운 연주자는 “벨기에 관객들은 한국 전통악기와 클래식, 재즈가 어우러진 새로운 사운드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공연이 끝난 후 연주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음악과 한국 문화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관객들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익숙해진 크로스오버 형식이지만, 벨기에 관객들에게는 한국적인 정서와 전통음악의 색채가 한층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 공연장마다 관객들의 집중도와 호응이 매우 좋았으며, 특히 해금 독주로 시작되는 〈상주아리랑〉을 연주할 때는 객석의 깊은 몰입과 고요한 집중이 무대 위 연주자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였다. 한국인의 한과 그리움을 서정적인 선율로 담아낸 이 곡은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 감정과 정서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음악이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관객들과 깊이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러브투아츠 국제문화센터 진승연 대표는 “이번 공연을 기획하면서 솔직히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 더 크레인의 공연은 클래식과 재즈, 그리고 한국 전통음악을 하나로 연결하는 매우 창의적인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공연이 열린 앤트워프의 성당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공연장으로, 세계적인 클래식 연주자들이 꾸준히 공연해 온 장소이며, 특히 오르페오 콘서트 시리즈(ORFEO Concert Series)는 오랜 시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아 온 전통 있는 공연이다. 실제로 성 베네딕토 성당에서의 공연은 관객의 상당수가 오랫동안 클래식 공연을 즐겨 온 연령층이 높은 관객들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내심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자 그 걱정은 곧 기쁨으로 바뀌었다. 객석 뒤에서 바라본 관객들은 공연 내내 놀라울 정도로 높은 집중력을 보였고,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따뜻한 박수와 큰 환호로 연주자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한국의 정서와 이야기가 언어를 넘어 벨기에 관객들의 마음에도 그대로 전달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보람이자 감동이었다. 이번 벨기에 투어는 한국 전통음악이 클래식과 재즈라는 세계 공통의 음악 언어와 만나 국경을 넘어 공감과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벨기에 관객들은 “이별과 그리움의 감정이 느껴진 〈상주아리랑〉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든 사람들이 몰입해서 음악을 들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다. 이 공연팀이 벨기에 재즈 축제에 참가해서 공연하면 좋겠다”면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닌 연주자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조화를 이루며 국경과 장르를 넘어서는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더 크레인은 벨기에 공연을 계기로 해외 공연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조혜운 연주자는 “내년 일본공연과 동시에 일본에서의 음반 제작도 준비 중이다.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한국 전통음악과 클래식, 재즈를 접목한 새로운 공연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국제 교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더 크레인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음악적 시도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롭게 담아낸 무대로 현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특히 언어가 달라도 음악으로 서로의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이번 벨기에 투어는 단순한 해외 공연을 넘어 한국 크로스오버 음악의 가능성을 유럽 무대에 알리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공연 비수기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연이어 성공적인 공연을 펼친 더 크레인은 뛰어난 연주력과 독창적인 음악성으로 벨기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국제 무대에서 한국 크로스오버 음악의 새로운 매력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더 크레인(The Crane)’ 조혜운 연주자 제공
- ‘러브투아츠 국제문화센터(Love2Arts International Cultural Center)’ 진승연 대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