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마지막 주 싱가포르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순위에서 한국 콘텐츠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2026년 7월 20일부터 26일까지의 싱가포르 TV 프로그램 톱10을 살펴보면,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한국 드라마였으며 전체 10개 작품 중 절반인 5개가 한국 콘텐츠로 채워졌다. 로맨스와 사극 중심으로 알려졌던 한국 드라마가 첩보 액션, 오컬트, 학교 폭력, 연애 예능 등으로 장르를 넓히며 싱가포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 싱가포르 넷플릭스 7월 20~26일 순위 - 출처: 넷플릭스 투둠(Netflix Tudum) 웹사이트 >
해당 기간 싱가포르 TV 프로그램 1위는 배우 소지섭이 주연을 맡은 한국 액션 드라마 <김부장(Agent Kim Reactivated)>이 차지했다. 이어 남주혁과 노윤서가 출연한 오컬트 사극 <동궁(The East Palace)>이 2위, 박은빈과 양세종 주연의 오컬트 로맨틱 코미디 <오싹한 연애(Spooky in Love)>가 3위에 올랐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액션 드라마 <참교육(Teach You a Lesson)>은 6위, 연애 경험이 없는 이들의 첫 연애 도전을 다룬 한국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Better Late Than Single)> 시즌 2는 7위를 기록했다. 최신 싱가포르 순위에서 한국 콘텐츠가 상위 3개 자리를 모두 차지한 데 이어 액션 드라마와 연애 예능까지 함께 진입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김부장>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던 전직 비밀요원 김 씨가 실종된 딸을 구하기 위해 과거의 능력을 다시 꺼내는 액션 히어로 드라마로 볼 수 있다. 소지섭이 아내를 잃은 뒤 홀로 사춘기 딸을 키우는 아버지이자 은퇴한 특수요원 역할을 맡았다. 하나뿐인 딸을 구하기 위해 은퇴한 요원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다는 비교적 익숙한 구조에 한국적인 가족관계와 부녀 간의 관계를 결합한 작품이다.
< 넷플릭스 ‘김부장’ 포스터 - 출처: 아이엠디비(IMDB) 웹사이트 >
이 작품의 인기는 싱가포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TV 부문에 처음 진입하자마자 1,050만 회의 시청 수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다음 주인 7월 6일부터 12일까지에도 910만 회의 시청 수로 2주 연속 비영어권 TV 부문 1위를 유지했다. 싱가포르에서는 7월 20일부터 26일까지 누적 5주째 톱10에 머물며 1위를 차지했다. 신작 공개 직후의 짧은 관심에 그치지 않고 한 달 가까이 현지 차트에서 인기를 이어간 셈이다.
2위에 오른 <동궁>은 7월 17일 공개된 8부작 한국 드라마다. 귀신과 소통할 수 있는 궁녀와 영혼을 베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 왕실에 얽힌 저주와 죽음의 비밀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주혁이 귀신을 퇴치하는 구천 역을, 노윤서가 영혼의 목소리를 듣는 생강 역을 맡았으며 조승우는 저주에 휘말린 왕을 연기했다. 공개 후 불과 며칠 만에 싱가포르 순위 2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한국의 궁중 배경과 전통적인 귀신 이야기가 해외 시청자에게도 흥미로운 소재로 받아들여졌음을 보여준다.
< 넷플릭스 ‘동궁’ 포스터 - 출처: 아이엠디비(IMDB) 웹사이트 >
<동궁>이 조선시대 왕실을 배경으로 무거운 미스터리와 공포를 다뤘다면, 3위에 오른 <오싹한 연애>는 귀신이라는 소재를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했다. 이 작품은 귀신을 볼 수 있는 호텔 상속녀와 검사인 남자 주인공이 우연히 손을 잡았을 때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박은빈, 양세종, 옹성우 등이 출연하며 7월 18일 공개된 뒤 첫 집계 주간에 싱가포르 3위에 진입했다. 한국어로 제작되었지만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의 더빙과 자막으로 제공하면서 싱가포르를 포함한 해외 시청자도 한국 방영 시기와 큰 차이 없이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 넷플릭스 ‘오싹한 연애’ 포스터 - 출처: 아이엠디비(IMDB) 웹사이트 >
두 작품이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싱가포르 시청자들이 한국의 초자연적 소재에 관심을 보였음을 나타낸다. 다만 같은 귀신 소재라도 <동궁>은 왕실의 권력관계와 전통 신앙을 결합한 사극이고, <오싹한 연애>는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수사와 로맨스, 코미디를 섞었다. 비슷한 소재를 서로 다른 시대와 분위기로 풀어낸 두 작품이 동시에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한국 콘텐츠가 특정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세분화된 취향을 충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6위를 기록한 <참교육>의 장기 흥행도 눈에 띈다. 이 작품은 학교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정부기관 ‘교권보호국’ 소속 인물들이 기존 교육제도와는 다른 과감한 방식으로 학교 내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다. 김무열, 이성민, 진기주, 표지훈 등이 출연했으며 액션과 사회문제를 결합한 작품으로 소개됐다. 7월 20일부터 26일까지 싱가포르 톱10에 8주 연속 포함됐고, 6월 초에는 싱가포르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성과도 컸다. <참교육>은 6월 8일부터 14일까지 글로벌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2,110만 회의 시청 수와 약 2억 2,580만 시간의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다음 주에도 1,180만 회의 시청 수로 1위를 유지했으며, 7월 초까지 6주 연속 글로벌 비영어권 톱10에 포함됐다. 단순한 학원물이 아니라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강한 액션으로 풀어낸 점이 한국 밖의 시청자에게도 관심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도 싱가포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7위에 오른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시즌 2는 연애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이른바 ‘모태솔로’ 출연자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첫 데이트와 관계 형성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연애 방식과 데이트 문화를 관찰하는 재미에 출연자들의 서툴지만 솔직한 모습을 결합했다. 드라마가 아닌 한국 연애 예능이 시즌 2까지 제작돼 싱가포르 순위에 진입했다는 것은 해외에서 소비되는 한국 콘텐츠의 범위가 극본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넘어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7월 싱가포르 차트의 특징은 한국 작품이 많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장르가 서로 겹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1위 작품은 가족 서사를 결합한 첩보 액션, 2위는 궁중 오컬트 사극, 3위는 초자연적 설정을 활용한 로맨틱 코미디다. 여기에 학교 폭력을 다룬 사회적 액션물과 일반인 연애 예능까지 순위에 포함됐다. 싱가포르에서 한국 콘텐츠가 더 이상 한두 편의 화제작이나 특정 장르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기분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청 자료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은 확인된다. 넷플릭스가 7월 16일 공개한 시청 보고서('What We Watched')에 따르면 전 세계 이용자들은 2026년 상반기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총 970억 시간 이상 시청했다. 비영어권 작품은 전체 시청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 작품 중에서는 <참교육>이 약 4,800만 회의 시청 수를 기록하며 상반기 전체 시리즈 6위에 올랐다. 이 밖에도 <이 사랑 통역 되나요?(Can This Love Be Translated?)>가 2,900만 회, <레이디 두아(The Art of Sarah)>가 2,600만 회, <사냥개들(Bloodhounds)> 시즌 2가 2,400만 회의 시청 수를 기록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국가별 월간 순위를 별도로 발표하지 않는다. 국가별 톱10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시청 결과를 한 주 단위로 집계한다. 따라서 이번 순위는 7월 전체를 합산한 월간 순위가 아니라, 7월 31일 현재 집계가 완료된 가장 최근 주간인 7월 20일부터 26일까지의 결과다.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의 순위는 해당 주간이 끝난 뒤 발표되기 때문에 7월 마지막 며칠의 시청 흐름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신 순위에서 한국 작품이 싱가포르 TV 톱10의 절반을 차지하고, 상위 3개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또한 오랫동안 순위를 지킨 작품과 공개 직후 상위권에 진입한 신작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참교육>과 <김부장>이 장기적인 관심을 이어가는 동안 <동궁>과 <오싹한 연애> 같은 7월 신작이 곧바로 그 뒤를 이었다.
싱가포르는 영어와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가 함께 사용되고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가 경쟁하는 다언어 시장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어 작품이 여러 영어권·아시아권 작품을 제치고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자막 시청의 장벽이 낮아진 것뿐 아니라 한국 콘텐츠 자체에 대한 신뢰와 익숙함이 축적됐음을 보여준다. 7월 싱가포르 넷플릭스 순위는 케이 콘텐츠의 인기가 한 편의 세계적인 흥행작에 의존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매달 다양한 장르의 신작이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일상적인 문화 소비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넷플릭스 투둠(Netflix Tudum) 웹사이트,
https://www.netflix.com/tudum/top10/singapore/tv
- 아이엠디비(IMDB) 웹사이트,
https://www.imdb.com/title/tt42127457/
https://www.imdb.com/title/tt35051401/
https://www.imdb.com/title/tt40247521/
- 넷플릭스(Netflix) 공식 웹사이트,
https://about.netflix.com/en/news/what-we-watched-the-first-half-of-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