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Mexico City) 역사지구 한복판에서 한국의 전통과 현대, 그리고 미래를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 현대미술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멕시코시티 국립 세계문화박물관(Museo Nacional de las Culturas del Mundo, MNCM)에서는 오는 9월 27일까지 ‘전통을 번역하다, 미래를 상상하다: 한국 현대미술(Tradición traducida, futuro imaginado. Arte contemporáneo de Corea)’ 전시가 무료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과거의 유산으로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회화와 민속, 한복, 한지, 문학, 전통 문양 등을 현대적인 시각언어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롭게 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11명의 한국 작가가 참여해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전통적 소재와 현대미술, 디지털 미디어가 만나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한국 문화가 변화하고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장에서는 익숙한 한국의 문화적 소재가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된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작품들은 전통과 첨단기술이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적 표현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오늘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전통을 번역한다’는 제목의 의미를 공간 전체에서 보여준다.
개막식에서 호세 루이스 페레아 곤살레스(José Luis Perea González)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 기술사무총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과 미래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을 유물로 만들지 않고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 기억과의 연결을 끊지 않으면서 어떻게 미래를 상상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를 정의하는 것을 지키면서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이어 이번 전시가 한 문화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 재창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멕시코 문화부(Secretaría de Cultura),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 서울 사비나미술관,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등 양국 문화기관의 협력으로 마련됐다. 이주일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는 개막식에서 문화가 양국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문화예술 교류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2026년 월드컵을 계기로 멕시코에서 확대되고 있는 한국 문화교류의 흐름이라는 맥락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는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멕시코에서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행사는 ‘연결하는 열정(Pasión que Une)’, ‘연결하는 빛(Luz que Une)’, ‘연결하는 시선(Miradas que Unen)’, ‘연결하는 리듬(Ritmos que Unen)’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한국 현대미술을 비롯해 미디어아트, 전통 연희, 태권도, 케이팝 커버댄스 등 다양한 장르가 소개됐으며, 멕시코시티를 비롯해 과달라하라(Guadalajara)와 몬테레이(Monterrey) 등 월드컵 개최 도시를 중심으로 문화교류가 이어졌다. 이 과정의 중심에는 해외 공관을 중심으로 한국의 관계 기관들이 협력하는 ‘케이 이니셔티브 협의체(K-Initiative Council)’가 있다.
지난 6월에는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공원(Bosque de Chapultepec)의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에 한국 홍보관이 운영됐고, 한국의 전통과 현대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과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브랜드 뮷즈(MU:DS) 특별전 등이 마련됐다. 연희집단 ‘더(The) 광대’와 태권도 시범단 ‘케이 타이거즈(K-Tigers)’ 등의 공연도 진행됐다. 다만 이들 월드컵 연계 프로그램은 6월을 중심으로 진행된 행사인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한국 현대미술 전시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한국의 전통문화를 멕시코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통은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지, 기술은 전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기억하게 만들 수 있는지, 한 문화가 자신의 뿌리를 간직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예술을 통해 질문한다.
케이팝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확산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미술과 전통문화, 공연예술 등으로 넓어지는 가운데 멕시코시티의 이번 전시는 그 변화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한국과 멕시코가 예술을 매개로 전통과 미래에 대한 질문을 공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인포바에(Infobae)》 (2026. 06. 18). Para conocer Corea del Sur sin salir de la CDMX: esta exposición sobre el futuro, la tecnología y el arte del país asiático es el plan ideal,
https://www.infobae.com/mexico/2026/06/19/para-conocer-corea-del-sur-sin-salir-de-la-cdmx-esta-exposicion-sobre-el-futuro-la-tecnologia-y-el-arte-del-pais-asiatico-es-el-plan-ideal/
- 《룹투라(Ruptura)》 (2026. 06. 17). Exposición coreana abre diálogo cultural en la CDMX,
https://ruptura.mx/exposicion-coreana-abre-dialogo-cultural-en-la-cdmx/
- 《엘 솔 데 멕시코(El Sol de México)》 (2026. 06. 24). Arte contemporáneo y tradición de Corea en CDMX: lo que debes saber de la nueva exposición,
https://oem.com.mx/elsoldemexico/tendencias/arte-contemporaneo-y-tradicion-de-corea-en-cdmx-lo-que-debes-saber-de-la-nueva-exposicion-30725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