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건너온 창작 뮤지컬 <유앤잇>, 런던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다
-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주목받은 한국 뮤지컬, 런던에서 영국 관객과 다시 만나 -
평일 저녁, 런던(London) 시내에 위치한 킹스 헤드 극장(King’s Head Theatre) 입구에 들어서자 익숙한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극장 주변에는 한국 창작 뮤지컬 <유앤잇(You & It)> 포스터도 곳곳에 붙어 있었다. 공연을 보러 온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하나둘 극장으로 들어섰고, 극장 앞을 지나가던 일부 사람들은 포스터 앞에 멈춰 서서 궁금한 듯 공연 정보를 휴대전화로 검색하기도 했다. 창작 뮤지컬 <유앤잇>은 인간과 인공지능(AI)이 공존하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오리지널 작품이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하는 한 남성이 고인이 된 아내의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랑과 기억, 상실을 넘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에든버러에서 런던으로, 한국 창작뮤지컬의 여정 한국에서 만들어진 이 작품은 2024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영어 현지화 공연으로 소개된 데 이어 올해 런던 무대에 올랐다. 영국 공연 전문 매체들도 런던 초연 소식을 전하며 작품의 영국 진출을 소개했다. 뮤지컬 전문 매체 ≪웨스트엔드 베스트 프렌드≫는 이 작품을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상실과 사랑,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관한 뮤지컬로 소개했다. 또 다른 뮤지컬 전문 매체 ≪브로드웨이월드≫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런던 데뷔를 언급하며 두 배우가 이끄는 작품의 구성을 조명했다. 공연 시간에 맞춰 들어선 극장 내부에는 많은 영국 현지인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객석에 앉아있었다. 소규모 극장이라 무대를 매우 가까이 볼 수 있었는데, 특히 식탁 뒤 창문에는 한국 전통 창호를 연상시키는 문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무대 위 식탁과 주변 공간 역시 한국의 가정집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답게 한국적인 색채가 물씬 느껴지는 세팅이었다. 이내 극장 내부가 어두워지고 무대 조명이 켜지자 두 배우가 등장하며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 내내 보이는 한국적인 요소와 연출들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배우들은 한국식 음식을 식탁에 차려 먹고, 한국 과자 봉지를 손에 들고 얘기를 하기도 했으며 한국식 방석도 눈에 들어왔다. 부부가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 장면도 노래와 함께 등장했다. 공연 여기저기 한국의 일상적인 풍경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국 이야기의 정서를 영국 현지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의 음식과 공간 등이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적 소재와 한 무대에 놓이면서 작품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살아났다.
인공지능을 통해 다시 묻는 사랑과 기억 현장에서 직접 관람한 뮤지컬 <유앤잇>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공지능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이야기가 기술 이야기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내와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기억을 모두 저장하고 말투와 표정까지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면 이를 과연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또한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가진 존재가 다시 눈앞에 나타났을 때, 남겨진 사람은 그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도 질문하게 된다. 작품은 이러한 질문에 단순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두 인물의 관계과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관객이 직접 생각하게 만들었다. 결국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것은 인공지능의 가능성이나 기술이 아닌 사랑과 상실, 기억,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었다. 그래서인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임에도 관객들에게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기억을 붙잡고 살아가는 마음, 관계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은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을 인간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소규모 극장에서 공연이 진행되면서 두 배우의 연기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 중의 하나였다. 대형 뮤지컬처럼 많은 배우와 화려한 세트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관객들은 작품 속 두 인물의 관계와 섬세한 감정 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공연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프란시스 메일리 맥캔(Frances Mayli McCann)과 재커리 팡(Zachary Pang)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두 배우는 각각 극 중 미나와 규진을 연기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완벽하게 책임졌다. 무대 위에서 두 배우가 주고받는 대사와 노래, 움직임은 작품의 흐름을 멋지게 이끌었고, 두 사람의 환상적인 호흡은 관객들을 공연 내내 집중하게 했다. 이날 공연에서 두 배우의 깨끗한 목소리는 극장 안을 웅장하게 울리며 또렷하게 전달됐다. 영어로 번역된 뮤지컬 노래는 아름다운 멜로디, 현장의 라이브 연주와 어우러지면서 이야기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렸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영어 가사를 통해 런던 관객에게 전달되는 장면은 이 작품의 현지화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런던 관객과 만난 한국의 이야기 인터미션 없이 이어진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크고 긴 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 가운데에는 한국 문화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한국 창작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관객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영국 관객 레베카는 평소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고 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에서 먼저 해당 공연을 본 친구의 추천으로 런던 공연을 찾았다는 그는 <유앤잇>을 한마디로 “너무도 사랑스러운 공연”이라고 표현했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름다웠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는 것이 그의 감상이었다. 뮤지컬 <유앤잇>의 런던 공연은 한국 창작뮤지컬이 영국 관객에게 소개되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영국에서 현지 배우와 제작진, 영어 공연을 통해 새로운 관객과 만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서 시작된 영국 관객과의 만남이 런던 공연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영국 관객에게 한국의 공연예술은 또 다른 문화적 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든버러에서 런던으로 이어진 작품 <유앤잇>의 여정은 한국 창작뮤지컬이 영국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현지 관객과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한국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런던의 작은 극장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관객들은 사랑과 기억, 그리고 인간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고 있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웨스트엔드 베스트 프렌드(West End Best Friend)≫ (2026. 06. 23). Award-winning Korean musical YOU & IT comes to London’s King’s Head Theatre, https://www.westendbestfriend.co.uk/news/award-winning-korean-musical-you-it-comes-to-london - ≪브로드웨이월드(BroadwayWorld)≫ (2026. 07. 24). Frances Mayli McCann and Zachary Pang Will Lead South Korean Musical YOU AND IT in London, https://www.broadwayworld.com/westend/article/Frances-Mayli-McCann-and-Zachary-Pang-Will-Lead-South-Korean-Musical-YOU-AND-IT-in-London-20260724 - ≪뮤지컬 시어터 리뷰(Musical Theatre Review)≫ (2024. 08. 23). You & It: The Musical – Edinburgh Festival Fringe, https://musicaltheatrereview.com/you-it-the-musical-edinburgh-festival-fri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