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부터 5일까지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의 몽골 아트 갤러리(Mongol Art Gallery)에서 ‘한-몽 미술 교류전 (The Memory of Seeing)’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몽골의 전통과 현대미술이 서로 어떻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뜻깊은 문화예술의 장이었다.
< ‘한-몽 미술 교류전(The Memory of Seeing)’ 공식 포스터 – 출처: 신 우글루 미술협회 공식 페이스북 계정(@100053255393571) >
이번 전시는 한국 대전의 ‘채원회’ 작가들과 몽골의 ‘신 우글루(Shine Ugluu) 미술협회’, ‘몽골 주락 협회(Mongol Zurag Society)’ 소속 작가 등 총 18명의 작가가 함께 마련했다. 서로 다른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적 배경 속에서 발전해 온 두 나라의 회화가 한 공간에서 만나 서로의 모습을 비추며 특별한 예술적 대화를 만들어냈다.
개막식은 8월 1일 오후 6시 몽골 아트 갤러리에서 열렸으며 이날 전시장에서는 은은한 먹향과 전통 안료 특유의 깊은 향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하얀 한지에 스며든 한국화의 먹빛과 몽골 전통회화의 색감이 어우러진 전시 공간은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옅은 회색빛 벽면을 따라 정갈하게 걸린 작품 앞에는 개막 전부터 많은 관람객이 모였다. 전통 의상을 갖춰 입은 울란바타르의 원로 미술계 인사부터 카메라를 든 젊은 대학생까지 다양한 세대의 관람객들이 작품을 찬찬히 살펴봤다. 개막 선언과 함께 양국 대표들의 축사가 이어졌으며, 축하 공연이 끝난 뒤 본격적인 작품 관람이 시작됐다.
전시장 안은 큰 소음 없이 고요했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몇 분씩 머물며 붓끝의 흔적과 색채, 화면의 구성 등을 세심하게 살폈다.
특히 전시장 중앙에는 한국화 특유의 은은한 필묵과 몽골 전통회화의 선명하고 섬세한 선이 서로 마주 보도록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서로 다른 미감이 한 공간에서 대비를 이루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전시장 전체에 고요한 긴장감과 조화를 동시에 만들어냈다.
<예술로 만난 한국과 몽골 아티스트들 – 출처 : 신 우글루 미술협회 공식 페이스북 계정(@100053255393571) >
현장에서 만난 한국과 몽골 작가들은 통역을 사이에 두고 진지하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완벽한 언어적 소통은 어려웠지만, 서로의 작품을 가리키고 한지의 두께나 안료의 배합 방식을 직접 보여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 예술을 통한 교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미술이라는 공통의 언어가 양국의 예술가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순간이었다.
한국 작가단에서는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전한국화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김종기 작가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작품 <더 스카이 오버 증약리(The Sky Over Jeungyak-ri)>(종이에 채색, 60×84cm)는 포근한 시골 마을의 하늘과 자연을 담백하게 표현하면서 조선 민화의 자유로운 조형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김종기 작가, ‘더 스카이 오버 증약리’ – 출처: 통신원 촬영>
이범주 작가의 <에브리원 해즈 데어 오운 흥(Everyone Has Their Own Heung)>(한지에 수묵채색, 116.8×80.3cm, 2026) 역시 전통 한지 위에 번지는 먹과 색의 특성을 활용해 한국 고유의 ‘흥’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
<이범주 작가, ‘에브리원 해즈 데어 오운 흥’ – 출처: 통신원 촬영>
국전 및 대전시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용이 작가는 수묵의 과감한 표현을 통해 현대 한국화의 추상적 가능성을 보여줬다. 중앙대학교 아트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해 온 노효진 작가는 밀도 높은 선과 조형적 탐구를 통해 인간의 내면세계를 차분하게 표현했다.
이에 맞선 몽골 작가단은 유목문화와 전통회화의 깊이를 보여줬다. 몽골국립문화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2017년부터 신 우글루(Shine Ugluu) 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P. Enkhtuvshin’ 작가는 대작 〈블루 엔세스터스(Blue Ancestors)〉 (종이에 수채, 180×100cm, 2026)를 선보였다. 대형 화면에 유목민의 역사와 조상들의 기억을 묵직하게 담아낸 이 작품은 몽골 전통회화의 특징과 깊이를 잘 보여줬다.
< ‘P.Enkhtuvshin’ 작가, ‘블루 엔세스터스’ – 출처 : 통신원 촬영 >
2005년생의 젊은 작가로 현재 몽골국립문화예술대학교에서 몽골화를 전공하고 있는 ‘Anu-Ujin Batbold’ 작가도 주목받았다. 그는 유목민 소년과 소녀의 정서, 그리고 광활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참신하고 현대적인 색채로 표현하며 차세대 몽골화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개막 행사에 참석한 대전 채원회 김종기 대표는 “몽골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데, 현지 작가들의 뜨거운 창작 열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전시 전 방문한 칭기즈칸 국립박물관에서 몽골 작가들이 전통적인 주락의 유산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과감하게 재해석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저 역시 조선 민화의 표현 방식을 현대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 전통을 바탕으로 관객과 소통하려는 두 나라 작가들의 태도가 국경을 넘어 오랜 친구처럼 따뜻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전시를 관람한 한 현지 대학생은 “한국의 그림은 비어 있는 공간, 즉 여백을 통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몽골의 그림에서는 유목민의 삶과 자연이 그대로 느껴져 힘이 있다”며 “두 나라의 그림이 한 공간에 함께 있으니 서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무척 신기하고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5일간의 공식 전시는 막을 내렸지만, ‘한-몽 미술 교류전’이 울란바타르에 남긴 여운은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종이와 먹, 색채를 매개로 갤러리 안에서 이루어진 양국 작가들의 만남은 앞으로 한-몽 문화예술 교류를 이어가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서로를 바라보고, 기억하고, 다시 작품으로 표현했던 이번 교류의 경험이 양국 작가들의 작업 속에 오래 남아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전시관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신 우글루(Shine Ugluu) 미술협회 공식 페이스북 계정(@100053255393571)
https://www.facebook.com/share/p/196JwRAG1L/https://www.facebook.com/share/18eT6RqsC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