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도 본격적인 여행의 계절이 찾아왔다. 여름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어느 날 아침, 통신원은 울란바타르(Ulan Bator)를 출발해 북쪽으로 약 350km를 달렸다. 드넓은 초원과 황금빛 밀밭, 완만한 계곡이 차창 밖으로 이어지던 끝에 셀렝게 아이막(Selenge Aimag)의 명소인 투지 소나무숲(Tujiin Nars)이 모습을 드러냈다.
숲에 들어서자 공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짙은 송진 향이 코끝을 스치고, 바람에 흔들리는 어린 소나무들이 잔잔한 파도처럼 숲을 채운다. 지금의 풍경만 본다면 이곳이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산불과 무분별한 벌목으로 황폐해져 그루터기만 남았던 땅이라는 사실을 쉽게 믿기 어렵다.
< 수십 년의 땀으로 되살아난 투지 소나무숲 – 출처: 통신원 촬영 >
오늘날 투지 소나무숲은 자연이 스스로 회복한 숲이 아니다. 몽골의 산림 전문가와 지역 주민, 정부 기관, 그리고 대한민국의 기업과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함께 되살려낸 숲이다. 특히 이곳은 한국과 몽골이 자연을 매개로 서로의 경험과 문화를 나눈 한·몽 환경협력과 문화교류의 현장이기도 하다. 한국의 산림녹화 경험과 몽골의 생태환경에 대한 현지 지식이 만나 하나의 숲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협력의 숲’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투지 소나무숲은 비교적 낮은 구릉과 모래 토양 위에 형성된 소나무 숲이다. 일부 지역에는 낙엽송과 자작나무가 섞여 있지만 대부분이 소나무로 뒤덮여 있어 예로부터 ‘투지 나르스(Tujiin Nars)’라고 불렸다. 이곳은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인민혁명의 무대였던 알탄불락 솜(Altanbulag Sum) 등 주변의 역사·문화유산과도 연결돼 있다.
< 투지 소나무숲 입구에 설치된 소개문 – 출처: 통신원 촬영 >
몽골 정부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해 2002년 이 일대를 국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몬차메(Montsame)≫에 따르면 현재 보호구역 면적은 약 65,500헥타르에 이른다. 그러나 보호구역 지정 이전에는 반복된 산불과 불법 벌목으로 숲의 약 70%가 훼손됐고, 토양 유실과 사막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전환점은 2003년 마련됐다. 대한민국의 유한킴벌리와 동북아산림포럼은 몽골 정부, 셀렝게 아이막, 현지 산림 전문가들과 함께 대규모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약 10년 동안 1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종자 채취와 묘목 육성부터 토양 정비, 식재, 물주기, 생육 관리까지 장기간에 걸친 복원이 이어졌다.
< 소나무숲 중앙에 설치된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숲이 사방으로 펼쳐지는 장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투지 소나무숲 복원 과정을 연도별로 소개하는 안내문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 과정은 단순한 산림복원을 넘어 양국의 교류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국토녹화 과정에서 축적한 산림복원 경험과 기술을 공유했고, 몽골은 현지 기후와 토양, 생태환경에 대한 지식으로 화답했다. 전문가와 지역 주민, 시민사회가 함께 숲을 가꾸면서 환경을 매개로 서로의 생활과 자연관을 이해하는 문화교류도 이루어졌다. 나무를 함께 심고 숲을 돌보는 경험 자체가 새로운 형태의 한·몽 교류가 된 것이다.
현재 투지 소나무숲은 생태관광지로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숲길을 걸으며 새를 관찰하고, 자전거를 타며, 황폐했던 숲이 어떻게 되살아났는지를 배우는 경험은 고비사막과 초원 중심의 기존 몽골 관광과는 다른 매력을 제공한다. 알탄불락(Altanbulag)의 역사 유적과 셀렝게(Selenga)강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다면 역사·문화·생태를 아우르는 2~3일 코스로도 발전할 수 있다.
< 소나무숲으로 이어지는 탐방로. 잠시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최근 한국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관광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투지 소나무숲은 한국과 몽골이 함께 만들어낸 환경협력의 결과를 직접 볼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역시 단순히 나무를 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과 함께 숲을 가꾸고 환경교육과 관광, 일자리로 이어진다면 양국의 교류를 더욱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물론 숲을 관광지로 알리는 과정에서 자연을 지키는 일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소나무숲은 산불에 약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함부로 불을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동차가 숲 안으로 들어가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막아야 한다.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숲이 훼손되지 않도록 이용할 수 있는 길과 방문객 수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광을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숲을 보호하고 지역 주민을 돕는 데 사용한다면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관광을 만들어갈 수 있다.
투지 소나무숲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숲을 만드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가'라는 점이다. 숲을 훼손하는 데는 몇 년이면 충분하지만, 한 번 사라진 숲을 다시 되살리는 데는 수십 년의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푸른 숲에는 한국과 몽골의 전문가, 기업, 지역 주민들이 오랜 시간 함께 흘린 땀이 담겨 있다.
< 산불 예방을 위한 안내판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래서 투지 소나무숲은 한국이 만든 숲도, 몽골이 만든 숲도 아니다. 두 나라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함께 가꾸어 만들어낸 ‘협력의 숲’이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한·몽 문화교류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준다. 문화교류라고 하면 흔히 공연이나 축제, 전시 등을 떠올리지만, 자연을 함께 가꾸고 서로의 삶과 경험을 나누는 것 역시 두 나라를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투지 소나무숲이 생태관광과 환경교육, 청년 교류의 공간으로 발전한다면 한국과 몽골의 교류도 더욱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몽골을 찾는 한국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아름다운 숲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두 나라 사람들이 함께 숲을 되살려온 이야기를 만나고 서로의 자연과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
몽골을 여행한다면 한 번쯤 투지 소나무숲을 찾아보길 권한다.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눈앞의 나무 한 그루가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한국과 몽골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시간과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몬차메(Montsame)≫ (2024. 01. 22). СЭЛЭНГЭ: Алдарт тужийн нарс нь Монгол Улсын хамгийн нам дор газар байрладаг,
https://www.montsame.mn/en/read/335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