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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매트릭스' 이후, 다시 충칭에서 김명종 기획자 인터뷰

등록일
2026-08-28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중국

  • 해당 장르

    공연

주요내용

8월 13일 따스한 오후, 통신원이 지난 6월 취재를 통해 소개했던 국제영상 교류전 ‘울트라 매트릭스(Ultra Matrix)’의 기획자 김명종 씨를 충칭(重庆)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전시가 어떤 고민에서 출발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다시 충칭을 찾은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만남에서는 전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그의 관심과 생각, 그리고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김명종 씨와 오랜만에 만나 최근 근황과 전시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 김명종 씨와 오랜만에 만나 최근 근황과 전시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명종입니다. 저는 시각 예술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전시와 국제교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한국화를 전공했고, 이후 중국미술학원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 석사과정을 거쳐 설치미술과 미디어 연구를 중심으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작가로서는 이미지와 매체, 특히 기술 환경 속에서 이미지가 어떻게 변화하고 그것이 인간의 감각과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계속 탐구해 왔습니다. 동시에 최근에는 작가 개인의 작업을 넘어 한국과 중국의 예술가, 기관, 지역을 연결하는 국제교류 프로젝트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저에게 창작과 기획은 크게 분리된 영역은 아닙니다. 작품을 만들 때도 결국 제가 살아가는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전시를 기획할 때 역시 여러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의 어떤 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6월 청두(成都)에서 진행한 ‘울트라 매트릭스’ 역시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에서 시작된 전시였습니다.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라기보다는, 기술과 이미지가 너무 자연스럽게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오늘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여러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이번에 충칭에 방문하신 계기가 있다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충칭 방문은 새로운 전시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청두의 ‘울트라 매트릭스’를 하나의 독립적인 전시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확인했던 여러 가능성을 보다 확장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충칭의 도시적 특성과 장소성을 바탕으로 한국 작가들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충칭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도시입니다. 도시의 지형 자체가 매우 입체적이고, 오래된 도시의 흔적과 초고층 건축, 관광지, 생활공간이 굉장히 복잡하게 겹쳐 있습니다. 그래서 한 장의 이미지나 하나의 시점으로는 도시를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충칭이라는 장소는 제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중첩’이나 ‘동시에 존재하는 여러 현실’이라는 문제를 실제 도시 공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굉장히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전시장 답사, 작품 설치 환경 확인, 현지 관계자들과의 회의, 참여 작가와 기관 간의 조율 등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아서 이번에 충칭을 찾게 되었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다 보면 결국 기획서 안의 문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현장에서 발생합니다. 실제 공간의 크기나 빛의 방향,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방식, 주변 상권과 주민들의 생활 패턴 같은 것들이 작품과 전시의 방향을 크게 바꾸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현장을 직접 여러 번 방문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이번 방문 역시 단순한 업무 출장보다는, 전시가 실제로 놓이게 될 도시와 공간을 직접 감각하고 그것을 기획 안으로 다시 가져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울트라 매트릭스’와 관련해서 에피소드를 듣고 싶습니다. 진행 과정이나 전시가 끝난 뒤 특히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울트라 매트릭스’는 처음부터 굉장히 추상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전시였습니다. 사람은 오래전부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어왔습니다. 언어도 그렇고, 서양미술에서의 원근법과 소실점 역시 복잡한 현실을 하나의 구조 안에서 이해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세계는 다시 0과 1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통해 번역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 순간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가 단순히 ‘디지털 시대’라고 부르기에는 이미 상당히 다른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언어나 컴퓨터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순서가 있었습니다. 앞에서 뒤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는 선형적 구조입니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으며, 하나의 명령 다음에 다음 명령이 실행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지금 우리가 접하는 정보와 이미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짧은 영상, 알고리즘 추천, 생성형 인공지능, 소셜미디어의 피드 안에서는 수많은 정보가 동시에 겹치고 서로 연결됩니다. 하나의 이미지를 보고 있는 순간에도 다른 이미지와 정보가 동시에 개입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기억과 감정까지 함께 작동합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기존의 ‘매트릭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매트릭스를 넘어선 상태라는 의미에서 ‘울트라 매트릭스’라는 제목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도 특정한 기술이나 매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변화하는 사회를 민감하게 감각하는 작가들과, 반대로 그러한 변화에서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작가들을 한 공간 안에 배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디지털 영상, 인터랙티브 설치 같은 작품뿐 아니라 조각이나 회화처럼 물리적이고 전통적으로 보일 수 있는 매체도 함께 전시에 포함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오늘날 디지털 영상이나 인터랙티브 설치는 더 이상 그 자체만으로 ‘새로운 매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한때 사진이 새로웠고, 비디오가 새로웠으며, 디지털 이미지도 새로웠지만, 결국 모든 새로운 것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한 것이 됩니다. 오히려 이런 시대에는 물질적인 조각이나 회화가 디지털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새로운 장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오래된 것도 한때는 새로운 것이었다(The old was once new)”는 문장이 이 전시를 설명하는 데 꽤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작품들이 실제 공간에 들어오면서 제가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관계와 또 다른 관계가 생겨났다는 점입니다. 기획자는 물론 작품의 위치와 동선을 사전에 계획하지만, 막상 작품이 설치되고 서로 마주하게 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대화가 생깁니다. 영상작품의 빛이 다른 작품 표면에 반사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맥락으로 선택한 두 작품이 공간 안에서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런 순간들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또 관람객들이 전시를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였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누군가는 기술과 인공지능에 관한 전시로 보았고, 누군가는 이미지와 현실의 문제로 보았으며, 또 어떤 분들은 오히려 기억이나 감정, 신체에 대한 전시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저는 그것이 오히려 ‘울트라 매트릭스’가 의도했던 방향과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전시가 하나의 결론을 전달하기보다 서로 다른 작품과 감각이 동시에 중첩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전시가 끝난 이후에는 오히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들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전시를 만들 때는 ‘이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끝나고 나니 ‘그렇다면 예술은 이러한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전시 오프닝에서 관객에게 전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명종 씨와 중국 측 기획자 천쟈오쟈오(오른쪽 끝)
< 전시 오프닝에서 관객에게 전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명종 씨와 중국 측 기획자 천쟈오쟈오(오른쪽 끝) - 출처: 김명종 제공 >
이번에 준비하고 계시는 전시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충칭에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 역시 ‘울트라 매트릭스’와 완전히 단절된 전시는 아닙니다. 다만 ‘울트라 매트릭스’가 동시대 이미지와 기술환경의 변화를 비교적 개념적으로 바라보았다면, 이번에는 그 문제를 보다 구체적인 도시와 장소 안으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이미지와 현실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진을 현실을 기록하고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존재하는 사진과 이미지를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기술이 만들어지고, 나아가 생성형 이미지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미지를 만들어 그것을 다시 현실과 비교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즉 이미지는 더 이상 세계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 나란히 존재하는 또 하나의 현실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칭에서의 전시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충칭은 오래된 도시의 역사와 새로운 도시개발, 자연지형과 인공구조물, 관광객이 소비하는 이미지와 실제 주민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입니다. 저는 이런 장소에서 이미지가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도시를 직접 경험하기 전에 이미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의 이미지로 그 도시를 먼저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칭 역시 독특한 고가도로와 야경, 산을 따라 지어진 건축물 등의 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충칭에 와보면 그 이미지 안에 담기지 않는 굉장히 다양한 삶과 시간이 존재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간극 역시 중요하게 다루려고 합니다. 이미지 속의 도시와 실제 도시, 기술을 통해 이해되는 세계와 우리가 몸으로 경험하는 세계가 어디에서 겹치고 또 어디에서 어긋나는지를 여러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 작가들이 중요한 비중으로 참여한다는 점도 이번 프로젝트에서 의미 있게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국 작품을 중국에 소개하는 식의 일방향적 교류보다는, 한국 작가들의 작업이 중국의 도시공간과 만나면서 새로운 맥락을 형성하고, 동시에 중국 및 다른 국가의 작가들과 함께 하나의 전시 안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국제교류가 단순히 서로 다른 국적의 작가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만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품과 장소, 사람과 사람이 실제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명종 씨와 이번 한중 미술교류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천쟈오쟈오(좌)와의 기념촬영
< 김명종 씨와 이번 한중 미술교류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천쟈오쟈오(좌)와의 기념촬영 - 출처: 김명종 제공 >
준비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마 국제전시를 준비해 본 분들은 비슷하게 느끼시겠지만, 기획자가 처음에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작품과 개념인데 실제 업무의 상당 부분은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들입니다. 작품 운송부터 통관, 보험, 설치, 전기, 영상장비, 작가 일정, 숙박, 기관 간 계약, 홍보, 번역 등 정말 많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합니다.


특히 여러 국가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는 국가마다 작품 운송 방식과 일정이 다르고,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작은 문제가 예상보다 크게 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힘든 점을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아마 여러 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입장과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조정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작가에게는 작품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고, 전시장에서는 안전과 설치가 중요하고, 행정에서는 규정과 일정이 중요합니다. 기획자는 그 사이에서 모든 사람의 언어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합니다. 반대로 가장 뿌듯한 순간도 바로 그 지점에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전혀 관계가 없었던 작가와 기관, 사람들이 하나의 전시를 계기로 연결되고, 그 관계가 전시 이후에도 이어지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울트라 매트릭스’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이 서로의 작업을 직접 보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있었고, 전시 이후에도 몇몇 관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국제교류 전시의 가장 큰 성과는 반드시 관람객 숫자나 기사 수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시를 통해 한 명의 작가가 새로운 기관을 알게 되거나, 한 기관이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고, 그 관계가 몇 년 뒤 또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굉장히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한국 작가들이 중국의 중요한 기관이나 공간에서 좋은 조건으로 작업을 소개할 수 있도록 돕는 데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중국 미술계는 굉장히 크고 빠르게 움직이지만, 동시에 외부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중국에서 오랜 시간 공부하고 활동하면서 쌓은 경험이나 네트워크가 한국 작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당장은 충칭에서 준비하고 있는 전시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계획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길게 보면 저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 온 한국과 중국 사이의 예술교류를 단발성 전시가 아닌, 보다 지속적인 구조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전시는 보통 몇 달 동안 준비하고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열렸다가 끝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작가와 기관의 관계, 도시와 사람들의 연결이 전시 종료와 함께 사라지는 것은 굉장히 아쉽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전시뿐 아니라 레지던시, 연구, 교육, 아카이브 같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서 관계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가이자 연구자로서는 기술과 이미지를 향한 관심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특히 저는 인공지능을 단순히 새로운 이미지 제작 도구로 보는 것에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가장 큰 변화는 이미지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사고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사고방식의 변화는 결국 예술을 판단하는 기준과 예술의 영역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인공지능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러한 시대에 예술은 어떤 기준을 통해 계속 예술로 존재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술이 기술보다 빠르게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예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우리가 너무 빠르게 나아갈 때 잠시 멈추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계속 새로운 방향으로 우리를 밀어갑니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정말 우리가 가고 싶었던 곳인지는 가끔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예술이 바로 그 순간에 일종의 ‘멈춤’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멈춘 이후 다시 앞으로 갈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멈춰서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울트라 매트릭스’도 결국 그런 의미의 전시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미 매트릭스를 넘어선 새로운 환경에 들어왔다면, 그 변화를 무조건 긍정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잠시 바라보고 질문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준비하는 전시와 제 작업 역시 그런 질문을 계속 이어가는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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