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골목에서 만난 ‘꼭 먹어야 할’ 디저트, 스폴리아텔라
- 나폴리 명물 디저트, 한국 디저트 시장에 던지는 질문 -
나폴리(Napoli) 스페인 지구(Quartieri Spagnoli)의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는 작은 페이스트리 가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찾은 스페인 지구의 유명 스폴리아텔라 전문점은 물론이고, 우연히 들른 키아이아(Chiaia) 지구의 평범한 바(bar), 그리고 나폴리 중앙역 근처에서 유명하다고 알려진 가게를 일부러 찾아가 맛본 스폴리아텔라까지 모두 품질과 맛이 고르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인뿐 아니라 스페인, 독일, 미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고 이 작은 페이스트리를 사 먹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커다란 식사가 아니라 여행 중 가볍게 손에 들고 맛보는 ‘스트리트 디저트’로 소비되는 방식이 특히 눈에 띄었다. 스폴리아텔라는 겉은 얇은 페이스트리를 겹겹이 쌓아 올려 바삭하게 굽고, 속에는 리코타 치즈를 세몰리나(경질밀 가루)와 함께 채워 고소하고 부드러운 대비를 만드는 디저트다. 한입 베어 물면 겹겹의 페이스트리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리코타의 풍미가 퍼지는데, 이 식감의 대비가 관광객들에게 ‘나폴리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디저트’로 각인된 핵심 요소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 디저트의 기원이 나폴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러 이탈리아 현지 자료에 따르면 스폴리아텔라의 기원은 아말피(Amalfi) 해안의 콘카 데이 마리니(Conca dei Marini)에 있는 산타로사 수도원(Monastero Santa Rosa)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곳의 봉쇄 수녀들이 ‘산타로사’라는 이름으로 이 디저트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 레시피가 나폴리에 전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산타로사가 아말피의 경계를 벗어나 나폴리에 도착한 것은 1800년대 초, 톨레도 거리(Via Toledo)에서 여관을 운영하던 파스콸레 핀타우로에 의해서였다. 1818년 핀타우로는 산타로사의 레시피를 입수한 뒤 형태를 조개껍데기 모양으로 바꾸고 대량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으며, 그의 가게는 지금도 톨레도 거리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즉 지금 나폴리를 대표하는 이 디저트는 원래 다른 지역의 수도원 음식이었으나, 나폴리라는 도시가 이를 받아들여 대중화하고 상업적으로 완성시키면서 ‘나폴리의 것’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이 지점이 한국의 식음료 산업에 던지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는 짭짤한 요리에는 설탕을 거의 쓰지 않는 대신, 지역마다 뚜렷하게 구분되는 디저트 문화가 발달해 있다. 시칠리아(Sicilia)의 카놀리, 피렌체(Firenze)의 스키아치아타, 나폴리의 스폴리아텔라처럼 ‘이 도시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디저트’라는 공식이 관광 콘텐츠로 매우 정교하게 상품화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니라 ①역사적 서사가 있고 ②어느 가게에서 사 먹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보장되며 ③가볍게 손에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접근성을 갖췄다는 점이다.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39년 문을 연 경주 황남빵은 ‘경주에 가면 불국사와 석굴암은 물론 황남빵도 꼭 먹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과 디저트가 강하게 결합된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나폴리의 스폴리아텔라와 비교하면 확산 방식에 차이가 있다. 황남빵은 한 도시 전체가 공유하는 ‘카테고리’로 넓게 퍼지기보다는 특정 브랜드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스폴리아텔라는 스페인 지구의 유명 전문점부터 키아이아의 평범한 바, 역 근처 가게까지 도시 전역의 수많은 개별 매장에서 고르게 좋은 품질로 팔린다. 나폴리의 사례처럼 하나의 전통 간식을 역사적 서사와 함께 재발견하고, 어느 매장에서 사도 일정한 품질을 담보하도록 표준화한다면, 한국의 지역 특산 디저트나 전통 간식도 해외 관광객을 겨냥한 ‘머스트잇(must-eat)’ 콘텐츠로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이는 대형 프랜차이즈화가 아니라, 소규모 로컬 매장들이 하나의 브랜드 스토리를 공유하며 품질을 함께 지켜나가는 방식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나폴리 중앙역 근처 유명 가게를 일부러 찾아가 스폴리아텔라를 사 먹으며 느낀 것은, 여행객에게 '그 도시의 맛'을 전하는 데는 거창한 미식 경험보다 오히려 이런 작고 가벼운 간식 하나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의 식음료 산업이 참고할 만한 지점이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쿠키스트(Cookist)≫ (2025. 05. 27). La vera storia della sfogliatella napoletana, https://www.cookist.it/sfogliatella-napoletana-storia/ - 그란 카페 감브리누스(Gran Caffè Gambrinus) 웹사이트, https://grancaffegambrinus.com/en/the-history-and-the-origin-of-the-sfogliatella/ - 나폴리 시 고고학, 미술 및 조경관리국(Soprintendenza Archeologia Belle Arti e Paesaggio per il comune di Napoli) 공식 웹사이트, https://sabap.na.it/le-sfogliatelle/ - ≪나폴리 존(Napoli ZON)≫ (2017. 02. 05). La storia della sfogliatella, il lungo viaggio del famoso dolce napoletano, https://napoli.zon.it/la-storia-della-sfogliatella-dol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