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그래픽 노블로 소통하는 축제 제13회 <엔트레비네타스(Entreviñetas)>
-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픽 노블 작가 김금숙 작가 콜롬비아 독자들과 만나다 -
지난 9월 2일부터 6일, 보고타(Bogotá)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 문화센터 광장에서 만화와 그래픽 노블 축제인 <엔트레비네타스(Entreviñetas)>가 열렸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이 축제는 콜롬비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 만화와 그래픽 내러티브를 다루는 주요 행사 가운데 하나이다. 이 축제는 단순히 만화를 전시·홍보하거나, 굿즈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와 독자, 출판 관계자 등 만화를 둘러싼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장을 만들어 왔고,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콜롬비아 문화부의 지원도 받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엔트레비네타스>는 올해 특히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픽 노블 작가 김금숙 작가가 초청되어 콜롬비아의 독자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엔트레비네타스>의 창립자인 알레한드라 고메즈(Alejandra Gómez)는 “김금숙 작가는 ‘하베이상(Harvey Awards)’를 수상한 최초의 한국 작가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역사적 기억과 인권을 다루며 높은 증언적 가치를 지닙니다. 또한 타인의 삶을 그리기 전 수년간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작가의 예술적 작업 방식을 존경하여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초청하게 되었습니다.”라며 김 작가를 초청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광장을 가득 채운 흰 천막 속 자리 잡은 행사장에는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사람들과 그 작품을 구경하는 사람들, 또 구매하는 사람들로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에 1,500여 명이 방문했으며, 두 차례 이어진 김 작가의 사인회에는 150여 명의 팬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5일 열린 사인회에는 작가가 도착하기 전부터 수십 명의 독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에서 소개된 김 작가의 책은 『풀』, 『기다림』 그리고 『개』 이렇게 세 권이다. 독자 중에는 세 권을 모두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었고, 한 명당 한 권만 사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친구나 가족들까지 총동원하여 사인받으러 온 독자도 있었다. 사인을 기다리는 동안 독자들은 자신들이 왜 이 책을 좋아했는지, 어떤 장면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는지 등 각자의 감상평과 감동을 작가에게 전했다. 일부 독자들은 서툴지만, 한국어로 인사말을 건네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날 『개』를 가지고 현장을 찾은 시민 나쓰야(Nasya)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반려견 ‘파피’와 ‘클로에’가 생각났어요. 둘은 어느 순간부터 제 삶의 이유가 되었고, 매일 아침 저를 웃게 해 주거든요. 이 책을 읽으며 울기도 웃기도 했어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 개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6일에는 축제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타인의 삶을 어떻게 그려내는가?’라는 주제로 김금숙 작가와 관객들의 만남이 열렸다. 현지의 그래픽 내러티브 전문가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킨테로(Ricardo Rodríguez Quintero)가 진행을 맡았고, 약 100명의 관객이 강당을 찾았다.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에서 참석자들은 같이 웃기도, 애도하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의 질문과 소감을 통해 타인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로, 다시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 공감되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은 대화가 끝난 뒤에도 이어져 원래 예정에 없던 사인회가 강당 밖 행사장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행사는 국적과 상관없이 그래픽 노블을 통해 마음이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행사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행사를 진행한 리카르도는 행사 후 “김금숙 작가의 작품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그 사건을 직접 겪은 사람들의 내밀한 시선을 통해 다루는데, 이 점이 독자들과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작가의 작품이 한국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로만 받아진 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관객들이 김 작가의 작품을 전쟁, 강제 이주, 이산가족, 그리고 기억을 보존해야 하는 필요성과 같은 콜롬비아의 경험과도 연결하여 바라보고 있었다”며 대화 진행 소감을 밝혔다.
이번 축제는 정부 주도의 문화 교류가 아닌 현지 문화단체가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보이고 직접 초청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그래픽 노블과 문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한국과 콜롬비아의 문화적 만남이 더욱 활발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나쓰야(Nasya Maialen Moreno Pereir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