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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베이징으로, 한중이 함께 만든 오페라 <리골레토>

등록일
2026-09-28
수집기관
한국콘텐츠진흥원
  • 해당 국가

    중국

  • 해당 장르

    공연

주요내용

대구에서 베이징으로, 한중이 함께 만든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
-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중국국가대극원의 공동제작, 베이징 관객과 만나다 -

9월 17일, 베이징(北京)의 중국국가대극원(国家大剧院)을 찾았다. 이날 무대에 오른 작품은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의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弄臣)>였다. 중국에서는 <리골레토>를 ‘눙천(弄臣)’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중국국가대극원 오페라극장에서 열렸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관객들이 하나둘 극장 안으로 들어섰고,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로비도 붐비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번 <리골레토>가 궁금했던 이유는 한국과 중국의 두 공연예술기관이 함께 만든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중국국가대극원이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지난 4월 대구에서 먼저 관객을 만난 뒤 약 5개월 만에 베이징 무대에 올랐다. 
 베이징 중국국가대극원에서 열린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 현장
< 베이징 중국국가대극원에서 열린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175년 전 오페라, 현대적인 무대에서 만나다

<리골레토>는 베르디가 1851년 발표한 작품으로,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희곡 <왕은 즐긴다(Le roi s'amuse)>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궁정 광대 리골레토와 그의 딸 질다(Gilda), 만토바 공작을 중심으로 사랑과 배신, 복수가 얽히며 비극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올해로 초연 175년을 맞은 작품이기도 하다. 

오래된 고전이지만 이날 무대는 예상보다 현대적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무대 뒤편을 가득 채운 대형 화면이었다. 거대한 궁전의 내부와 천장, 건축물이 화면에 펼쳐졌고 이야기가 진행될 때마다 배경도 계속 달라졌다.

반면 배우들의 의상과 무대 위 소품에서는 고전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현대적인 영상과 전통적인 의상이 한 무대에 놓여 있었지만 생각보다 이질적인 느낌은 크지 않았다. 실제 무대장치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화면이 전환되면서 전혀 다른 공간처럼 보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번 작품은 이탈리아 오페라 연출가 다비데 리베르모레(Davide Livermore)가 연출했다. 무대에는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화면과 3차원(3D) 영상 기술을 활용해 16세기 이탈리아 궁정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장면에 따라 화면의 색과 빛도 달라지면서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의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냈다. 
대형 영상과 고전적인 의상이 어우러진 오페라 ‘리골레토’의 무대
< 대형 영상과 고전적인 의상이 어우러진 오페라 ‘리골레토’의 무대 - 출처: 통신원 촬영 >
익숙한 선율에 이어진 관객들의 박수

<리골레토>의 음악 중에는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곡이 있다. 만토바 공작이 부르는 아리아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이다. 익숙한 선율이 흘러나오자 자연스럽게 무대에 집중하게 됐고, 노래가 끝난 뒤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이어졌다. 이 곡은 중국에서도 <여인선변(女人善变)>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것은 네 명의 인물이 함께 노래하는 4중창 장면이었다. 각자 다른 감정을 노래하는데도 목소리가 묻히지 않고 하나의 음악으로 이어졌다. 혼자 부르는 아리아와는 또 다른 오페라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공연을 본 뒤 중국 관객들의 온라인 후기도 찾아봤다. 대형 화면을 활용한 무대를 인상적으로 봤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전통적인 의상과 현대적인 영상이 함께 사용된 점에 관심을 보인 관객들도 있었다. 특히 4중창과 <여자의 마음> 등 잘 알려진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시작된 무대가 베이징까지

이번 공연을 보고 나니 무대 자체만큼이나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에도 눈길이 갔다. <리골레토>는 완성된 한국 공연을 중국으로 가져온 작품이 아니다. 중국국가대극원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공동으로 제작·배급했으며, 제작 과정에서도 양측이 무대 제작과 기술적인 문제를 함께 조율했다. ≪중국망≫은 두 기관이 언어와 공연장 환경, 국경을 넘는 무대 운송 등의 문제를 함께 해결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먼저 막을 올렸다. 그리고 9월에는 같은 작품이 베이징으로 건너와 중국 관객을 만났다. 한국과 중국의 공연장이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고 양국의 도시에서 차례로 선보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해외 초청 공연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최근 베이징에서 한국 공연예술을 접할 수 있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반갑다. 특히 이번 <리골레토>는 어느 한쪽이 만든 작품을 다른 나라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과 중국의 공연예술기관이 제작 단계부터 함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연이 끝나고 출연진이 다시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공연장을 나오면서 한중 문화교류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거창한 행사만이 문화교류는 아닐 것이다.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고, 대구와 베이징에서 차례로 공연하고, 서로 다른 도시의 관객들이 같은 음악을 듣고 박수를 보내는 것 역시 문화가 오가는 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75년 전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리골레토>가 한국과 중국의 두 공연장을 거쳐 다시 만들어지고, 베이징 관객 앞에 섰다. 9월 17일 중국국가대극원에서 만난 <리골레토>는 고전 오페라 한 편을 감상하는 시간이면서, 한중 두 공연예술기관이 함께 만든 무대가 실제 관객에게 닿는 순간을 볼 수 있었던 자리이기도 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중국국가대극원 웹사이트, 
https://www.chncpa.org/
- 바이두 백과(百度百科) 웹사이트,
https://baike.baidu.com/item/%E5%BC%84%E8%87%A3/67681713
- ≪중국망(中国网)≫ (2026. 09. 18). 中韩联合制作歌剧《弄臣》在中国国家大剧院上演,
https://baijiahao.baidu.com/s?id=1876653363346488455&wfr=spider&for=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