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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우리를 어떻게 연결하는가" <아쿠아 천국> 참여 작가 3인을 만나다

등록일
2026-09-29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호주

  • 해당 장르

    공연

주요내용

"물은 우리를 어떻게 연결하는가" <아쿠아 천국> 참여 작가 3인을 만나다
- 2026 투어링 케이-아츠 시드니 전시 현장에서 보고 듣는 물과 인간, 자연의 이야기 -

'아쿠아 천국' 호주 전시 홍보 포스터
< '아쿠아 천국' 호주 전시 홍보 포스터 -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 >
지난 9월 11일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에서 2026 투어링 케이-아츠 <아쿠아 천국> 전시가 개막했다. 오는 11월 2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물'을 매개로 인간과 자연, 역사와 생태의 관계를 탐구하며 현대 시각예술을 통해 기후 위기와 지구환경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아쿠아 천국>은 한국의 우수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해외 진출과 국제 교류를 지원하는 '2026 투어링 케이-아츠'의 일환으로 마련된 해외 순회 전시다. 2026년 6월 16일부터 8월 19일까지 인도 델리에서 관객들과 만난 데 이어, 9월 11일부터 11월 20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이번 전시는 주시드니 한국문화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재단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후원한다.
환영사를 전하고 있는 윤선민 주시드니 한국문화원 원장
< 환영사를 전하고 있는 윤선민 주시드니 한국문화원 원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축사를 전하고 있는 김명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재단 사장
< 축사를 전하고 있는 김명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재단 사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김명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재단 사장은 한국의 우수 창·제작 콘텐츠를 해외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의미를 강조했으며, 윤선민 주시드니한국문화원 원장은 이번 전시가 한·호 양국이 환경과 생태계 보전, 기후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통신원은 개막 현장에서 에코 오롯(정은혜), 부지현, 권혜원 작가를 만나 작품 속 '물'의 의미와 창작 과정, 해외 순회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의 관객들과 만나는 경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출품작 '바다의 눈물'을 설명하고 있는 에코 오롯의 정은혜 작가
< 출품작 '바다의 눈물'을 설명하고 있는 에코 오롯의 정은혜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정은혜 작가의 '바다의 눈물'
< 정은혜 작가의 '바다의 눈물' - 출처: 통신원 촬영 >
에코 오롯의 정은혜 작가의 '플라스틱 만다라'
< 에코 오롯의 정은혜 작가의 '플라스틱 만다라' - 출처: 통신원 촬영 >
Q. 먼저 이번 <아쿠아 천국>에서 선보이는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정은혜: 저는 커뮤니티 아트 그룹 에코 오롯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 함덕 해수욕장에서 수거한 작은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을 재료로 한 <플라스틱 만다라>와 <바다의 눈물>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만다라>는 플라스틱 조각을 만다라 문양으로 배치해 관계와 연결을 표현하고, <바다의 눈물>은 플라스틱을 천장에서 매달아 물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설치 작업입니다.

부지현: 제 작품은 하나의 물이 서로 다른 세 구조를 통과한 뒤, 다시 하나의 수조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입니다. 같은 물이 각 구조를 지나면서 양과 속도, 떨어지는 방식이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같은 자원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흐름과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한 구조에서는 일정량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종소리가 울려 관객의 감각을 환기합니다.

권혜원: 저는 영상 설치 작업 <액체 비전(Liquid Vision)>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외계 탐사 로봇의 시점에서 지구의 수 생태계를 바라보는 작업으로, 낯선 외계의 눈으로 지구의 물과 우리 몸 내부의 순환 구조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광주천과 무등산, 무등산 습지 등을 중심으로 연구원들과 협업하며 작업했습니다.
출품작 '액체 비전'을 설명하고 있는 권혜원 작가
< 출품작 '액체 비전'을 설명하고 있는 권혜원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권혜원 작가의 출품작 '액체 비전
< 권혜원 작가의 출품작 '액체 비전' - 출처: 통신원 촬영 >
Q. 작가님에게 '물'은 어떤 의미이며, 작품에서는 이를 어떻게 표현하셨나요?

정은혜: 한국에서는 외로움을 표현할 때 '섬처럼 떨어져 있다'라는 말을 쓰지만, 바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오히려 물을 통해 모두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다에서 떠밀려온 플라스틱 역시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쓰레기가 북극으로 가고, 다른 나라의 쓰레기가 한국으로 올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 물은 사람뿐 아니라 식물과 동물, 해양생태계까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잇는 거대한 연결망입니다.

부지현: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자원이면서 동시에 한정된 자원입니다.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기 때문에 무한하다고 느끼기 쉽지만, 그렇지 않죠. 중요한 것은 같은 '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다시 내보내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순회 전시를 통해 각 나라의 물 성분과 환경도 다르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저 자신 역시 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습니다.

권혜원: 저에게 물은 익숙한 감각과 환경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매개체입니다. 우리는 육지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공기와 중력에 익숙하지만, 물속에서는 보고 듣는 방식과 움직임의 감각이 모두 달라집니다. 이런 차이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육지 중심적인 감각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출품작 'Where is it going'을 설명하고 있는 부지현 작가
< 출품작 'Where is it going'을 설명하고 있는 부지현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부지현 작가의 'Where is it going'
< 부지현 작가의 'Where is it going' - 출처: 통신원 촬영 >
Q.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질문은 무엇인가요?

정은혜: 에코 오롯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만드는 과정'입니다. 플라스틱을 줍고, 분류하고, 씻고, 설치하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의 손길이 들어갑니다. 바다에서 오래 머문 플라스틱은 알록달록하고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예쁘다"라고 말하지만, 곧 불편함이나 죄책감도 느끼게 됩니다. 예술을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기쁨과 우리가 초래한 환경 문제에 대한 불편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지현: 작품 제목 자체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흐르는 물을 향한 것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답을 전달하기보다 관객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권혜원: 관객들이 자신에게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물의 환경을 조금 낯설게 바라봤으면 합니다. 지구의 수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순환과 유사한 과정이 우리 몸 안에서도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몸의 내부와 외부,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함께 생각하고 감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작품을 감상할 때 특별히 주목해서 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정은혜: <플라스틱 만다라>는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제주에서 가져온 플라스틱을 보면서 처음에는 자신과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시드니의 해변에도 비슷한 플라스틱이 있을 겁니다. 작품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바다와 다른 지역의 바다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부지현: 작품에는 물의 정화 장치와 물이 이동하는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는 평소 물을 사용하면서 그 물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크게 의식하지 않습니다. 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다시 버리는 양을 줄이는 방식에 대해 일상에서도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권혜원: 다양한 '물의 감각'을 포착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부력과 투명도, 물속의 시각과 청각 등을 다양한 촬영 방식으로 담았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제가 경험한 물의 여러 감각을 관객들도 함께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Q. <아쿠아천국>이 '2026 투어링 케이-아츠'를 통해 여러 국가의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데, 이번 해외 순회 경험은 어떠셨나요?

정은혜: 같은 작품을 같은 작가들과 여러 지역에서 선보이면서 관객들의 반응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에코 오롯의 작품은 참여형이기 때문에 현지 관객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었는데, 지역마다 사람들의 성향과 문화가 작품에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그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부지현: 제 작품에는 실제 물이 사용되기 때문에 각 나라의 수질과 물 성분 차이가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전시 순회 국가가 바뀔 때마다 그곳의 물을 다시 공부하고 작품도 현지 환경에 맞게 조금씩 보완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며 작품 역시 조금씩 발전해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권혜원: <액체 비전>은 광주천이라는 매우 지역적인 장소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그런 로컬한 작업이 국경을 넘어 다른 관객에게 전달될 때 무엇이 사라지고, 반대로 예상하지 못한 무엇이 새롭게 생겨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Q. 이번 시드니 전시에 대한 소감과 함께 호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정은혜: 시드니에서는 사람들이 작품을 한 번 보고 지나가기보다 꽤 오랫동안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전시도 천천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에코 오롯의 작품에는 직접 참여해보시고, 그 경험을 통해 호주의 바다와 한국의 바다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상상해 보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제주에서 왔고, 호주 역시 바다로 둘러싸인 곳입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결국 같은 바다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호주의 바다와 생태환경을 걱정하듯, 호주에서도 한국과 다른 지역의 바다를 함께 염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지현: 작품의 의미를 먼저 찾아내려고 하기보다 물이 올라가고 떨어지고 다시 흐르는 모습을 ‘물멍’하듯 바라봐주셔도 좋습니다. 물은 너무 익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전시가 익숙했던 물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권혜원: 이번 호주 전시는 지금까지 순회한 곳들 가운데 전시장 환경도 좋고 공간도 넓어 작품을 보여주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느꼈습니다. 시드니 도심에 있고 바로 앞에 하이드 파크(Hyde Park)가 있어 많은 분이 자연스럽게 전시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가 열심히 준비한 전시인 만큼 호주 관객분들도 많이 찾아와 편하게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막식이 열리고 있는 현장
< 개막식이 열리고 있는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장을 찾은 마이클 볼드윈(Michael Baldwin) 호주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한국과 호주가 예술을 통해 생각을 나누는 긍정적인 문화 교류의 장으로 바라봤다. 또한 작품을 관람하며 물과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참여 작가들의 문제의식에도 공감을 표했다. 

제주 바다에서 건져 올린 플라스틱, 물의 사용과 순환을 보여주는 구조물, 그리고 외계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 광주천의 수 생태계까지 세 작가의 접근 방식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세 작품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국경을 넘어 흐르고 순환하는 물처럼 인간과 자연 역시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아쿠아 천국>은 너무 익숙해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물,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 의식 없이 사용하고 대했던 '물'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물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의 생태계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자문하게 한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