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포 러브(MAD FOR LOVE)’ 조수미의 40년, 시드니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다
- 시드니 타운홀에서 열린 국제무대 데뷔 40주년 공연… 차세대 음악인들과 함께 만든 특별한 무대 -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국제무대 데뷔 4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2일 시드니 타운홀(Sydney Town Hall)에서 ‘매드 포 러브 – 조수미의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MAD FOR LOVE – Sumi Jo’s 40th International Debut Anniversary Concert)’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40년간 세계 무대에서 쌓아온 조수미의 음악적 여정을 돌아보는 동시에, 차세대 음악인들과 무대를 나누며 앞으로 이어질 시간을 보여준 자리였다. 이번 공연에서 먼저 눈에 띄는 점은 공연 장소였다. 조수미의 4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보다 현대적이고 대형화된 공연장도 떠올릴 수 있지만, 공연은 시드니의 오랜 역사와 시간의 흔적이 담긴 시드니 타운홀에서 열렸다. 웅장하면서도 고전적인 공간에서 대규모 무대장치보다 조수미의 목소리와 피아노, 합창 그리고 그가 걸어온 시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시드니는 조수미에게도 각별한 의미가 있는 도시다. 그는 이날 시드니를 자신에게 ‘집과 같은 곳’ 이라고 표현하며 오랜 시간 이어온 호주와의 인연을 전했다. 세계 여러 도시의 무대에 올라온 그가 국제무대 데뷔 40주년이라는 특별한 시점에 시드니 관객들과 다시 만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다. 1986년 국제무대에 데뷔한 조수미는 이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과 콘서트홀에서 활동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로 자리매김했다. 정교한 콜로라투라 기교와 폭넓은 음역, 섬세한 표현력과 무대 장악력은 오랜 시간 그의 음악을 상징해왔다. 이번 시드니 공연은 이러한 40년의 여정을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압축해서 보여줬다. 1부는 조수미가 세계 무대에서 선보여온 폭넓은 클래식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의 오페라 <연대의 딸> 중 <모두 알고 있네(Chacun le sait)>를 시작으로 비발디(Antonio Vivaldi)의 <멸시받는 아내라네(Sposa, son disprezzata)>, 레하르(Franz Lehár)의 <빌랴의 노래(Vilja-Lied)>가 이어졌다. 이어 로시니(Gioachino Rossini)의 <알프스의 양치기 소녀(La pastorella delle Alpi)>, 발프(Michael William Balfe)의 오페라 <보헤미안 걸(The Bohemian Girl)> 중 <대리석 궁전에 살았던 꿈을 꿨어요(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s)>, 들리브(Léo Delibes)의 <카디스의 처녀들(Les Fille de Cadix)> 등을 선보이며 오페라와 오페레타, 가곡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음악적 색채를 지닌 곡들이 이어졌지만, 조수미 특유의 선명한 음색과 세밀한 표현을 축으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음악과 함께 다양한 의상 변화도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공연의 흐름과 곡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화려한 의상은 무대에 시각적인 변화를 주었다. 40주년이라는 특별한 공연의 축제성을 더욱 부각했다. 매 무대에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오랜 경력의 조수미의 무대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날 공연이 조수미 한 사람의 40년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공연 곳곳에서는 차세대 음악인들과 음악을 이어간다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피처드 피아니스트 셀린 서영 강(Celine Seo Young Kang)은 구스타프 랑게(Gustav Lange)의 <꽃노래(Blumenlied, Op 39)>와 쇼팽(Frédéric Chopin)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Andante spianato et Grande Polonaise brillante Op. 22)>를 바탕으로 한 <꽃노래 – 매드 포 러브 콘서트 버전(Blumenlied – Mad for Love Concert Paraphrase)>를 연주했다. 공식 프로그램북에 따르면 이 곡은 조수미의 40주년 공연을 위해 마련된 작품이다. 섬세하게 시작된 선율이 점차 화려하게 확장되는 흐름은 국제무대 데뷔 이후 세계적인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조수미의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2부에서는 세대 간 연결이 더욱 뚜렷해졌다. 코렐리아 예술 문화협회(KORALIA Arts & Culture Association)와 함께한 코렐리아 청소년 합창단(Koralia Youth Choir)이 무대에 올라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과 이민섭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Born to Be Loved)>을 노래했다. 특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울려 퍼질 때는 조수미 역시 청소년들과 함께 노래하며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세계 무대에서 40년간 활동해 온 조수미가 차세대 청소년들과 한목소리로 노래하는 모습은 이날 공연이 단순히 자신의 지난 성취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을 다음 세대와 나누고 이어가는 무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코렐리아 예술 문화협회는 시드니를 기반으로 음악과 공연예술을 통해 한국과 호주 사이의 문화교류를 이어가고, 차세대 예술인들에게 무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예술단체다. 세계적인 성악가와 호주에서 성장하는 젊은 음악인들이 한 무대에 섰다는 점에서 이번 협연의 의미는 더욱 컸다. 이어 ‘라이징 스타 피아노(Rising Star Piano)’로 소개된 수피아 창(Soopia Chang)이 슈만(Robert Schumann)의 <어린이 정경(Kinderszenen, Op.15)> 중 <트로이메라이(Träumerei)>를 연주했다. 조수미와 젊은 피아니스트, 청소년 합창단이 한 공연 안에서 차례로 무대에 오르는 구성은 이번 40주년 공연이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미래 세대에도 시선을 두고 있음을 보여줬다. 공연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 가운데 하나는 음악이 잠시 멈춘 뒤 찾아왔다. 지난 40년 동안 조수미가 세계 각국에서 활동해 온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자, 영상을 바라보던 조수미는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였다. 젊은 시절부터 세계적인 무대에 섰던 모습과 수많은 활동의 순간들이 화면을 통해 이어지는 동안 조수미 역시 자신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듯했다. 무대에서 늘 완성도 높은 음악과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온 그가 자신의 40년을 마주하며 감정을 드러낸 장면은 이날 공연에서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40년’이라는 숫자가 단순한 경력의 길이를 넘어 한 예술가가 쌓아온 시간과 기억의 무게임을 관객들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공연은 이후 한국 가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조수미는 김동진의 <그리움>과 <진달래꽃>, 이흥렬의 <꽃구름 속에>를 연이어 선보였다. 앞서 유럽의 오페라와 클래식 레퍼토리를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음악적 궤적을 보여줬다면, 2부의 한국 가곡은 조수미의 음악적 뿌리와 한국 특유의 서정적인 정서를 시드니 관객들에게 전하는 시간이었다.
최근, 호주에서는 한국문화에 관한 관심이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문화의 해외 확산은 대중문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수미는 오늘날의 한류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클래식 음악을 통해 한국을 세계 무대에 알려온 대표적인 예술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런 점에서 시드니 중심부의 역사적인 공연장에서 한국 가곡이 울려 퍼진 장면은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의미를 보여줬다. 공연 후반부에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의 오페레타 <박쥐(Die Fledermaus)> 중 「순수함의 여신이여(Spiel ich die Unschuld vom Lande)>에 이어 벨리니(Vincenzo Bellini)의 오페라 <노르마(Norma)> 중 대표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이 연주되며 정규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화려한 기교뿐 아니라 긴 호흡과 섬세한 표현력을 요구하는 <정결한 여신>이 마지막에 배치된 것은 40주년 공연의 피날레로서도 상징적인 선곡이었다. 조수미는 이 곡을 통해 오랜 시간 무대에서 축적해 온 경험과 음악적 깊이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번 ‘매드 포 러브’는 화려함만으로 40주년을 강조하는 공연과는 다른 방향을 보여줬다. 역사적인 시드니 타운홀에서 자신의 대표적인 클래식 레퍼토리와 한국 가곡을 함께 들려줬고, 차세대 피아니스트와 청소년 합창단에 자신의 무대를 나눴다. 특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청소년들과 함께 부른 모습과 자신의 40년이 담긴 영상을 바라보며 감정에 북받친 모습은 이번 공연의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세계적인 소프라노라는 수식어를 넘어, 음악과 함께 40년을 살아온 한 예술가가 자신의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다음 세대에게 그 길을 이어주는 순간이었다. 자신에게 ‘집과 같은 곳’이라고 표현한 시드니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지난 성취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와 무대를 나누며 한국과 호주의 문화적 연결까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드 포 러브’는 조수미의 지난 40년을 돌아보는 공연이자 앞으로 이어질 음악적 여정의 또 다른 출발점이 되는 무대였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코렐리아 엔터테인먼트(Koralia Entertainment) 제공 - 왓츠 온 시티 오브 시드니(What’s On City of Sydney) 웹사이트, https://whatson.cityofsydney.nsw.gov.au/events/sumi-jo-40th-anniversary-sydney-recital-continuum - 코렐리아 예술 문화 협회 (KORALIA Arts & Culture Association) 웹사이트, https://koraliaentertainme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