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국제 뮤직 필름 페스티벌(NIMFF) 황혜숙 집행위원장 인터뷰
- 첫 무대를 연 나이아가라 국제 뮤직 필름 페스티벌, 지역과 대학을 잇는 문화 축제를 꿈꾸다 -
지난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제1회 나이아가라 국제 뮤직 필름 페스티벌(NIMFF)이 막을 내린 지 한 달이 지났다. 한국인이 중심이 되어 만든 이 영화제는 캐나다 현지의 대학·지자체·한인 사회, 그리고 한국의 영화 단체와 어떤 접점을 만들었을까. 본 통신원은 지난 22일 온라인으로 황혜숙 집행위원장을 만나 축제 이후 이어지는 한국과 캐나다의 문화 교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Q1. 영화제를 간단히 소개해 주시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어떻게 돌아보시는지 들려주세요. 지난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나이아가라 국제 뮤직 필름 페스티벌(NIMFF)은 영화와 음악이 만나 스토리텔링의 감동을 나누고자 기획한 음악 전문 영화제입니다. 4일간 장·단편 20편의 국내외 음악 영화를 상영하고, 라이브 공연과 체험형 세미나를 함께 열었습니다. 돌아보면 첫 회는 나이아가라 국제 뮤직 필름 페스티벌이 어떤 영화제인지 보여 주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예산 없이 늦게 시작해 홍보가 부족했고 관객이 많지 않았던 점은 아쉽지만, 오신 분들이 모두 좋아해 주셨습니다.
Q2. 한인이 중심이 되어 나이아가라에서 ‘국제’ 영화제를 만드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 케이팝과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주목받지만, 제 생각에는 한국 문화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독립영화, 전통 음악, 공연처럼 더 다양한 콘텐츠를 캐나다 현지는 물론 세계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토론토(Toronto)에서 한국 영화제를 구상했지만 팀 논의를 거치며 여러 나라가 함께하는 음악 영화제로 넓혔습니다. 토론토에는 토론토 국제 영화제(TIFF)를 비롯한 영화제는 많아도 음악에 특화된 곳은 드물었고, 나이아가라의 자연과 와이너리가 잘 어울리겠다고 봤습니다. 영화와 음악이 나란히 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하나가 되어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영화제, 부모님과 아이들까지 누구나 쉽게 접하는 문화예술로 자리 잡는 영화제를 지향합니다. Q3. 영화뿐 아니라 음악 공연과 체험 행사도 많이 열렸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그곳에서 경험한 한국 영화와 한국 음악에 대한 반응이 궁금합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공연과 체험, 대화까지 함께하는 분위기를 좋아해 주셨습니다. 개막 오프닝은 <아리랑>으로 열고, 4일간 캐나다 현지 연주자, 레게 음악인, 나이아가라(Niagara) 지역 뮤지션이 함께해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자리가 됐습니다. 한국 영화와 음악에 대한 반응은 와이너리에서 열린 ‘한국 영화의 날’에서 특히 잘 확인됐습니다. 한국 퓨전 밴드 도깨비(Dokebi)의 라이브로 시작해 한국영화감독조합(DGK) 감독님들의 음악 다큐멘터리 <디지게구린크로마뇽(The Insanely Lame Cro-Magnons, DGK Band)>을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는데, 영화 사운드트랙과 해외 곡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관객들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평소 카리스마 있게 현장을 이끄는 감독님들이 밴드에서는 지도를 받는 입장이 된 모습도 재미있게 비춰서, 어떻게 그렇게 해 낼 수 있었느냐는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와이너리 관계자들도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들과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것을 보고 내년을 또 기약해 주셨습니다. Q4. 한인 커뮤니티가 중심이 된 영화제는 한인 이민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한복을 입고 개막식부터 4일 내내 오신 나이아가라 한인 할머니께서 “이 먼 타국에서 한국인들이 영화제를 열어 줘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나이아가라 지역 한인 협회에는 처음 연락했을 때 참여 방법을 몰라 못 오신 분들이 있었는데, 올해 사례를 보여 드렸으니 내년엔 더 함께할 수 있을 겁니다. 토론토 한인 몇 분은 올해 본 행사 중 가장 가슴을 울린 행사였다며 돕겠다고 하셨고, 오로지 문화를 나누는 축제라는 점을 좋게 봐 주셨습니다. Q5. 현지와 한국 양쪽에서 어떤 기관과 협력하셨고, 그 인연은 이후 어떻게 이어지고 있나요? 극장이 세인트캐서린스(St. Catharines)에 있어 먼저 그 시에 연락했습니다. 5월쯤이라 행정·지원 일정이 이미 끝나 올해 지원금은 어려웠지만, 내년에는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영화·예술 관계자와 다운타운 협회를 연결해 홍보를 도와주셨고, 시장님은 개막 전날 참석이 어려워져 축하 영상과 프로그램 북 메시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행사 뒤에는 시에서 먼저 내년 계획을 묻는 메일을 보내 왔는데, 후속 연락이 내년을 보장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학교에는 영화·음악 관련 기관에 메일을 많이 보냈고, 나이아가라 칼리지 연기과 학생들이 개막식에 단체로 왔으며 한 고등학교 애니메이션 프로그램도 단체 관람을 왔습니다. 캐나다 영화음악 협회는 올해 토론토 국제 영화제와 겹쳐 오지 못했지만 내년에 교류를 넓히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나이아가라 쪽으로도 협력을 본격적으로 넓힐 계획입니다. 한국 쪽에서는 처음 영화진흥위원회에 연락했을 때 아무것도 없는 첫 회라 비전이 와닿지 않으셨을 겁니다. 영화제를 연 뒤에는 위원회가 가진 전 세계 영화제 목록을 부탁드렸고, 토론토 국제 영화제 기간에는 한국 영화 관련 행사에 초청받아 우리 영화제를 직접 소개했습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님들은 20년 지기 영화 동지들로, 이준익, 봉만대, 장항준 감독님이 축하 영상을 보내 주셨습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우리 영화제의 모토가 된 영화제입니다. 스태프와 출품자로 참여한 인연이 있어 비전을 설명하고 협약을 맺어 협력할 방안을 논의했는데, 올해는 그쪽 행사로 바빠 더 이어가지 못했고 차차 이야기를 나눌 계획입니다. 주토론토 총영사관 임광한 부영사님은 개막식에 오셨고, 처음엔 지원 신청이 끝나 홍보만 도울 수 있다고 하셨지만 영화제를 보시고 내년 지원 검토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Q6. 대학 강연은 어떻게 성사되었고, 이후 어떤 인연이 이어지나요? 토론토대학교 스카버러 캠퍼스(UTSC)와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교(TMU)에서 영화·다큐멘터리 연출과 음악을 가르치는 사이러스 수다르 싱(Cyrus Sundar Singh) 교수님 덕분입니다. 영화제를 준비하며 보낸 메일에 흔쾌히 응해 주셨고, 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장과 워크숍, 시상식을 맡아 4일 내내 함께하셨습니다. 지난 15일 ‘비커밍 어 프로듀서(Becoming a Producer)’ 수업에서 ‘아이디어가 어떻게 실제 영화제가 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2주에 걸쳐서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강연을 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고, 열정이 가득하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강조한 것은 생각에 머무르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이번 영화제가 성공 사례가 되어 나눌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교수님은 내년 영화제에도 함께하겠다고 하셨고, 영화 제작과 음악을 모두 하시는 분이라 앞으로 작업을 같이 할 수도 있습니다. Q7. 한국 감독과 영화음악가들에게 해외 영화제는 어떤 기회가 되며, 이번 영화제는 한국 문화 산업에 어떤 시사점을 던진다고 보시나요? <디지게구린크로마뇽(DGK Band)>은 저작권 문제로 국제 영화제 한 곳에서만 상영되고 다른 곳에서는 보여 주지 못했던 작품인데, 문제가 풀려 오랜만에 상영됐습니다. 감독님들은 축하 영상에서 10년 전 작품이 해외 관객에게 소개되는 게 새롭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기회가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좋은 작품이 많은데 소개될 기회가 적고 관객도 볼 기회가 없어서, 큰 영화제와 상업관만이 아니라 작은 영화제 같은 플랫폼에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창작자들은 틀을 깨고 나오기를 어려워하는데, 저도 기반 없이 시작했으니 경험을 나누고 아래 세대의 길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공연하시는 분이 내년 영화제 무대에 서고 싶다며 연락해 와서 해외 지원 프로그램 신청을 돕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와 음악은 이미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작은 콘텐츠가 해외 현지에서 어떻게 소개되고, 누구를 만나 반향을 일으키는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작은 영화제였지만 오신 분들이 모두 좋아해 주셨고, 내년에 스태프나 영화제 참여를 원한다는 연락이 개인적으로, 또 홈페이지 메일로 왔습니다. 당장 한국 산업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영화제가 문화 교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8. 제2회는 어떤 모습으로 준비하고 계신가요? 올해가 나이아가라 국제 뮤직 필름 페스티벌이 어떤 영화제인지 보여 주는 출발점이었다면, 내년에는 더 예술성 있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품과 공연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 가려고 합니다. ‘한국 영화의 날’처럼 이탈리아·일본 등 나라별 섹션으로 넓히고,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늘릴 계획입니다. 올해는 토론토 국제 영화제를 찾은 영화인들이 일정을 연장해 와 주길 기대했는데, 오히려 토론토 국제 영화제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분이 많았습니다. 내년에는 토론토 국제 영화제와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사이러스 교수님이 지금의 구성 그대로 내년에 해도 성공할 것이라고 격려해 주셔서 힘이 됩니다. 지속 가능하게 이어 가는 것이 목표이고,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 가는 단계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번 나이아가라 국제 뮤직 필름 페스티벌은 한국인이 중심이 되어 시작했지만,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여러 문화권의 창작자와 관객이 음악과 영화로 만나는 자리가 되었다. 아리랑이 ‘한국의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받아들여졌고, 와이너리에서 열린 ‘한국 영화의 날’에서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관객들이 한국 음악 다큐멘터리에 공감했다. 한국 문화가 현지에서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장면이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행사 이후다. 세인트캐서린스시의 후속 연락, 내년 영화제를 함께하겠다는 대학 교수의 약속, 한국에서 내년 무대에 서고 싶다는 공연자의 연락은 한 번의 영화제가 현지 지자체와 대학, 한국의 창작자를 잇는 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한인 이민 사회에서도 한복을 곱게 입고 4일 내내 행사장을 찾은 어르신의 모습처럼, 한국인이 낯선 땅에서 문화 행사를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를 가졌다. 한국의 독립영화와 전통 음악 같은 작은 콘텐츠가 해외에서 어떻게 소개되고 누구와 만나는지를 보여 준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첫 회는 예산과 준비 기간의 한계 속에서 홍보와 관객 수에 아쉬움을 남겼다. 시와 학교, 한국 기관과 맺은 인연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지원과 지속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때, 나이아가라 국제 뮤직 필름 페스티벌은 한국과 캐나다를 잇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더 단단히 뿌리내릴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 첫발을 내디딘 이 작은 영화제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한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나이아가라 국제 뮤직 필름 페스티벌(NIMFF)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