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부터 6월 2일까지 프랑스 낭트에서는 제7회 <한국의 봄(Printemps Coreen)> 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브르타뉴 지방에 위치한 낭트는 19세기 조선업과 제조업을 통해 프랑스를 이끄는 주요 도시로 성장하였으나, 탈산업화로 인해 도시가 점점 쇠퇴하였다. 이후 20세기 후반부터 폐공장 및 창고 등 산업 시설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도시 재생프로젝트를 통해 문화 도시를 꿈꾸고 있다.
<한국의 봄 축제 개막 공연 및 리셉션 - 출처 : 프랑스 한국문화원 제공>
낭트 <한국의 봄> 축제는 지난 2013년부터 축제 조직위원회와 프랑스 한국문화원이 공동으로 신설한 한국문화종합축제로, 매해 5~6월 낭트 및 낭트 근교에서 개최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주요 도시 중 하나인 낭트를 한국문화를 확산하는 프랑스 서부의 역점 도시로 만들고자 전시, 공연, 영화상영, 컨퍼런스 등 매해 다른 주제를 선정하여 다양한 한국문화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현대와 전통 무용으로 낭트의 국제교류센터 코스모폴리스, 디지털미디어아트 공연장 스테레오 뤽스, 복합공연장 라파브릭 등의 무대에서 시댄스, 울산시립무용단 등 한국 아티스트와 주요 문화기관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5월 16일 축제예술감독이자 거문고 연주자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정주, 한국 무용가 안재현, 첼리스트 가스파르 클라우스 트리오의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특히 최종문 주프랑스 한국대사는 개막 축하 연설에서 낭트 <한국의 봄> 축제가 지속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조아나 홀랑(Johanna Rolland) 낭트 시장과 피에르 엠마뉴엘 마레(Pierre-Emmanuel Marais) 낭트시 의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으며, 낭트와 한국과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며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였다.
<순천대학교 두루미과학예술센터 공연 - 출처 : 한국의 봄 축제 페이스북 페이지(@PrintempsCoreen2013)>
지난 2006년 한불수교 120년 기념으로 낭트와 순천시는 상호 협력을 통해 한국의 남도 풍경을 재현한 순천 동산을 낭트에, 2009년 순천시에는 낭트 정원을 조성하였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순천대학교 두루미과학예술센터가 6월 17일과 18일 <카르트 블랑슈 인 순천(순천만 습지와 흑두루미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와 공연)>을 개최하여 많은 낭트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해당 행사는 한국국제교류진흥원의 2019년 지역 우수 문화교류 콘텐츠 발굴·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생조셉로키디고등학교에서 개최된 거문고 컨퍼런스 - 출처 : 한국의 봄 축제 페이스북 페이지(@PrintempsCoreen2013)>
또한, 문화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 분야에서도 낭트와 한국과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생조셉로키디(Lycee Saint-Joseph du Loquidy) 고등학교는 2016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한 한국어 수업을 공식과목으로 인정하여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또한, 2015년부터 매년 봄 약 10~20명의 서울양정고등학교 학생들이 생조셉로키디고등학교를 방문하고, 가을에는 생조셉로키디고등학교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양국 학생들 간 활발한 교류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번 축제에서는 이정주 축제예술감독이 고등학교에서 거문고 시연 및 컨퍼런스를 개최한 바 있다. 웨스트 프랑스는 지난 5월 24일 낭트 <한국의 봄> 축제 위원장 미라 보데즈(Mee Ra Baudez)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특히 다음 축제에 케이팝이나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소개할 의향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축제 위원장의 답변이 현실적이라 눈길을 끈다. 우리는 케이팝과 관련된 행사들을 만들고자 심사숙고하고 있다. 올해 축제에서도 ‘케이팝 아틀리에’란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실제로 젊은 관객의 눈길을 끄는 데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케이팝이나 드라마는 한국 정부에 의해 추진되어왔고, 한류의 ‘일부분’인 케이팝이나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게 하는 일종의 마케팅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축제는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어마어마한 케이팝 그룹을 소개하는 단순한 중계자보다는 (한국문화를 폭넓게 알리는) 선구자가 되고 싶다. 낭트 <한국의 봄> 축제는 매해 평균 3,000여 명의 낭트시민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 축제에서는 4,000여 명이 행사에 참여하며 프랑스 내 대표적인 한국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큰 우려와 걱정 속에서 시작된 축제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한국문화의 다채로운 모습을 낭트 시민들에게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성명 : 지영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약력 : 현재) 파리3 소르본 누벨 대학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