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Cape Town)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남아공 컵슬리브 소사이어티(Cupsleeve Society ZA)는 현지 팬이 직접 운영하는 케이팝 행사 공동체다. 아이돌의 생일과 그룹 기념일 등을 주제로 컵슬리브 행사를 개최하고, 지역 예술가와 굿즈 판매자가 참여하는 미니마켓도 운영한다. 창립자 타이리첸 모지스(Tyreechen Moses)는 단순히 기념품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팬덤의 구성원들이 편견 없이 만나 음악과 창작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안전한 낮 시간대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듣고 구체적인 공동체의 시작과 운영 과정, 남아공 케이팝 팬 문화의 현재와 향후 계획을 물었다.
1. 공동체를 설립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공동체는 2022년 12월 31일 공식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공동체의 첫 시작으로는 꽤 흔치 않은 날짜죠. 하지만 코로나19(COVID-19) 이후에 케이팝 팬들이 어떤 특정 그룹을 좋아하는 것을 떠나 다 함께 모일 수 있는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에서 이 모든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약 2년 동안 행사 운영 방식과 실현 가능성을 조사하며 준비했고, 2025년 4월 첫 대면 행사인 ‘모아 스테이 데이(Moa Stay Day)’를 열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의 아이디어로만 존재하던 것이 실제 행사가 되고, 그 자리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모습을 보니 무척 뿌듯했어요.
2. 처음 행사를 기획하기 시작했을 당시 케이프타운의 케이팝 팬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케이프타운의 케이팝 팬 공동체에 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실제 규모가 얼마나 큰지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처음 행사를 준비할 당시에도 온라인이나 해외에서 비슷한 행사를 본 경험이 있어 컵슬리브 행사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팬들은 있었어요. 그리고 처음 시작할 당시에도 케이팝 클럽 행사와 다른 기획자들이 종종 마련하는 소규모 행사가 있었지만, 저는 야간 유흥보다는 팬들의 교류와 창의적인 활동, 축하에 초점을 맞춘 낮 시간대 행사를 더 만들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 컵슬리브 행사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어떤 행사인지 설명해 주세요. 실제 행사에서는 무엇을 경험할 수 있나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케이팝 컵슬리브 행사는 팬들이 직접 기획하는 축하 행사입니다. 보통 케이팝 아이돌의 생일이나 그룹의 데뷔 기념일, 중요한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열리지만, 팬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하죠. 저희 행사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현지 케이팝 댄스팀의 공연이 열리고, 여러 가지 공예 활동도 진행된다는 점이에요. 한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이 한국 전통 장신구인 노리개를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정식으로 유통된 앨범과 팬 제작 상품을 판매하는 여러 굿즈 판매자가 참여하며, 행사 주제에 맞춘 포토부스와 팬들이 함께 춤출 수 있는 랜덤 플레이 댄스(Random Play Dance)도 운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함께 축하하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서로 같은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참여형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4. 행사에서 다룰 아티스트나 그룹, 기념일과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행사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선정 방식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다가오는 그룹 기념일이나 멤버의 생일, 중요한 성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하지만 무엇보다 팬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충분히 다뤄지고 있다고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죠. 그리고 특정 그룹이나 아티스트가 전체 행사 콘셉트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도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 행사는 비슷한 시기에 기념일을 맞는 그룹이 여러 팀이기 때문에 한 아티스트만 다루지 않고 여러 걸그룹을 함께 조명해 볼 예정이에요. 특히 다음 행사 시기가 남아공의 ‘여성의 달(Women’s Month)’과도 겹쳐서, 서로 다른 그룹의 팬들을 하나의 주제 아래 모으는 동시에 소녀와 여성의 성장, 주체성, 우정을 함께 기념하고자 합니다.
5.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하며, 지역 업체와는 어떻게 협력하나요?
현재 모든 행사의 기획과 디자인, 조직, 소통, 전반적인 조율을 대부분 제가 담당하고 있고, 행사 당일에만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주로 행사장 설치와 참가자 등록, 물품 관리와 현장 동선 등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데 필요한 일을 함께 맡아줍니다. 그래서 크게 운영비가 들지는 않기 때문에 대부분 입장권과 굿즈 판매 수익, 판매자 참가비로 장소 대관료와 장식, 행사 물품 등의 비용을 충당하죠. 팬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가격을 유지하면서 행사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기는 해요. 그래서 현재는 현지 한국 상품점 및 기존 행사장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6. 행사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요? 시간이 지나면서 참가자의 규모나 다양성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저희 행사에는 연령과 성장 배경, 문화가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요. 이런 다양성은 첫 행사 때부터 저희 행사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였죠. 당연히 공동체가 성장하면서 참가자 수가 늘었고, 행사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케이프타운에 활발한 케이팝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도 많아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뿌듯합니다. 첫 행사에 참여한 뒤 다음 행사에도 꾸준히 다시 찾아오는 참가자도 상당히 많아서 감회가 새로운 순간들이 많아요.
7. 남아공에서 행사를 운영할 때의 어려움과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어려움은 단언컨대 적정한 가격의 행사장을 찾는 일이죠. 케이팝에 익숙하지 않은 행사장 관계자에게 행사의 성격부터 설명해야 할 때도 많아요. 남아공은 국토가 넓어 케이프타운에서 멀리 사는 팬들이 교통비와 거리 때문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적인 과제는 팬 부족이 아니라 정보와 인지도의 부족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행사를 열고, 행사장과 한국문화기관, 지역 업체 및 후원사와 장기적으로 협력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규모가 커지더라도 누구나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팬 중심의 성격은 유지할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