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출품작들이 반짝인 한국인 기획 쇼츠 영화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영화제가 올해로 벌써 3회째를 맞았고, 인도네시아의 한 대학에서 열리는 이 행사를 한국 공관이나 기관의 제휴 없이 한국인 개인이 주최한다고 들었다면 누구나 그 공신력을 의심하기 쉽다. 지난 6월 13일 토요일, 남부 자카르타의 나시오날대학교(Universitas Nasional, 이하 UNAS)에서 열린 ‘제3회 GTG x UNAS 영화제(GTG x UNAS Film Festival)’에 참석하기 전 필자의 생각도 그랬다. 하지만 실제 시상식 현장의 분위기와 수상작들의 완성도는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UNAS, 특히 한국어학과가 행사를 적극 지원했고, 영화 정책 수립 부처인 창조경제부에서도 차관보가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이번 행사에는 학생들뿐 아니라 아마추어 영화인들도 응모했으며, 60초에서 200초 정도 짧은 러닝타임 안에 수상작들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함축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영상미까지 갖춘 작품들은 명실상부한 한 편의 영화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쇼츠는 일반적으로 1분 안팎의 짧은 영상을 뜻한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 출품작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흔히 접하는 쇼츠나 릴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감독과 각본은 물론, 의상, 미술, 조명, 특수분장, 특수효과 등 영화 제작의 다양한 요소를 갖췄으며, 전문적인 촬영기법까지 더해져 상업영화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한국 영화제작사 GTG 픽쳐스는 2024년부터 UNAS와 협력해 대학생은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출품작을 공모하고, 심사를 거쳐 시상식을 개최해 왔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영화제에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283편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1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일부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작품도 접수됐지만, 완성도가 심사 기준에 미치지 못해 최종 수상작은 모두 실사 영화가 차지했다. 감독상과 남녀 주연상, 분장상, 미술·특수효과상, 촬영상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상작이 선정된 가운데, 특히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엄마가 원하는 것(Yang Ibu Mau)>과 최우수작품상을 공동 수상한 <모든 춤꾼들(Para Penari)>, <파멸(Verdoemenis)>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들 작품 모두 현재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호러 장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더운 날씨에도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오가는 주민들의 모습에서는 대형 유통매장에서 느끼기 어려운 전통시장 특유의 활기와 정겨운 분위기가 엿보였다. 장터에서 만난 주민 젠니 씨(54)는 "날씨가 정말 덥죠? 하지만 금요일 아침에 여기 나오지 않으면 일주일이 시작되지 않는 기분이에요. 마트에서 파는 포장된 채소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여기서 산 재료로 요리를 해야 진짜 토스카나의 맛이 나거든요”라고 말했다. 폰테데라 마켓이 폭염 속에서도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이유는 신선한 식재료와 지역 생산자들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신뢰에 있다. 이곳은 대형마트처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기보다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축산물을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가격은 대형마트와 비슷하거나 품목에 따라 다소 높은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들은 신선도와 품질을 믿고 시장을 찾는다. 생산자들이 당일 수확하거나 직접 준비한 식재료를 판매한다는 점도 이러한 신뢰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폰테데라 마켓의 모습은 최근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진출과 중국계 초저가 이커머스(C-커머스)의 공세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가격 경쟁만으로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로컬(Local) 경쟁력이 전통시장의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된 심사위원단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심사위원단은 "단순한 아마추어 작품의 수준을 넘어, 상업 영화나 글로벌 OTT 플랫폼에 공개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플롯의 완성도와 영상미, 독창성을 갖춘 작품들이 출품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는 남부 자카르타 빠사르밍구(Pasar Minggu)에 위치한 UNAS 메인 캠퍼스 A동 건물 4층 아울라 홀(Aula Hall)에서 열렸으며, 약 200명이 참석했다. 행사에는 창조경제부 창의미디어 담당 쩨쩹 루끈디(Cecep Rukendi) 차관보와 도니 스티아완(Doni Setiawan) 영화·애니메이션·비디오 국장, UNAS 나나 울리아나(Nana Yuliana) 언어문학부 학장, 한국어과 고유경 교수, 정희석 성결대학교 총장 등 학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성결대학교는 내년 열리는 제4회 영화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GTG 픽쳐스의 송상민 감독은 “이번 영화제는 양국 청년들의 예술적 열정과 정부 및 학계의 협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오는 11월 제4회 영화제를 개최해 규모와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범아시아를 아우르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송상민 감독은 IT 컨설턴트와 바이럴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한 뒤 영화 제작과 연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인물이다. GTG 픽쳐스를 설립해 <로또쉐어>, <튜브펫 주식회사>, <코넬의 상자> 등의 독립·상업 영화 제작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인도네시아 국영방송 «티브이아르아이(TVRI, Televisi Republik Indonesia)», 현지 영화제작자 MD 픽쳐스 등과 협력해 반둥의 ‘낸시(Nancy) 괴담’을 토대로 한 로컬 호러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낸시'는 식민지 시대 반둥의 HBS 엘리트 학교를 다니던 금발의 네덜란드 소녀로, 원주민 남학생과의 비극적인 사랑 끝에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전설 속 인물이다. 이후 식민지 시대가 끝나고 네덜란드가 철수한 뒤 반둥 제5공립고등학교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밤마다 그녀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음악실 피아노에서 스산한 선율이 흘러나온다는 괴담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이번 행사가 열린 UNAS는 인도네시아가 독립전쟁을 거쳐 주권을 회복하기 직전인 1949년 10월 설립된 자카르타 소재 사립대학이다. UNAS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 또는 한국문학 정규 학사과정(S1)을 운영하는 데폭(Depok) 소재 인도네시아국립대학교(UI), 족자카르타 소재 가자마다대학교(UGM), 반둥 소재 인도네시아교원대학(UPI) 등과 비교해 훨씬 이른 1994년 한국어과를 설치했으며, 그동안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해 왔다. 이번 행사 역시 한국어과 학생들이 사회를 맡아 유창한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 두 언어로 진행됐다. 올해로 3회째를 맞으며 예년보다 규모가 커졌지만, 이 쇼츠 영화제는 현지 대학가나 교민사회에도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UNAS 학내 행사와 같은 성격도 일부 엿보였다. 현재는 GTG 픽쳐스가 중심이 돼 행사를 조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당국과 현지 영화제작사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한국 측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다음 제4회 영화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의 보다 전문적인 영화산업 교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젊은 영화 지망생들과 아마추어 영화인들의 반짝이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홍보와 지원이 이어져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영화 새싹들이 함께 성장하고 교류하며 영화적 역량을 겨루는 경연의 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GTG 픽쳐스 제공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