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심 도시 대한민국 광주와 유목 문화의 깊은 유산을 간직한 몽골 울란바타르(Ulaanbaatar)가 '예술'이라는 거대한 스펙트럼으로 하나의 빛을 이뤘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주최하고 몽골 국립현대미술관이 협력한 2026년 글로벌 교류전 <서로에게 비추는 빛>이 울란바타르 중심가 수흐바타르 광장(Sukhbaatar Square)에 위치한 몽골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성황리에 열려 현지 미술계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 '서로에게 비추는 빛' 글로벌 교류전 포스터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6월 3일부터 25일간 이어진 이번 전시회는 광주시립미술관이 2015년부터 지속해 온 국외 교류전 프로젝트의 하나다. 광주는 그동안 중국 광저우, 미국 샌안토니오, 독일 베를린, 일본 후쿠오카, 이탈리아 토리노, 태국 방콕 등 세계 여러 문화예술 도시와 교류하며 광주 미술의 독창성을 세계에 알려왔다. 올해 종착지인 울란바타르는 한국과 직선거리 2,176km, 시차 1시간의 물리적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번 전시는 두 도시 예술가들의 내면세계와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미디어아트, 드로잉, 회화, 설치미술을 아우르는 한·몽 대표 아티스트 12인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조우다. 한국 측 대표 작가로 참여한 이이남은 미디어아트가 전통 한국화의 미학을 재해석하는 효과적인 매체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는 고전 회화 속에 담긴 정신의 투영을 디지털 기술로 시각화해 시선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특히 그는 2025년 경주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의 주요 정상 공간에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하며 세계 정상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거장으로, 이번 울란바타르 전시에서도 현지 관람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 이이남 작가의 '고사관수도'(2026, LCD TV,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프로젝터, 4분 3초)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와 조응하는 몽골의 투굴투르 연돈잠츠(T. Yondonjamts)는 몽골 국립예술문화대학교에서 전통 불교 회화인 탕카(Thangka)를 전공한 뒤 독일 베를린예술대학교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을 거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예술가다. 광주비엔날레와 아시아 아트 비엔날레에 이어 올해 2026 베니스 비엔날레에 이름을 올린 그는, 이번 전시에서 몽골의 대지와 전통문화를 독자적인 기호와 철학적 드로잉으로 풀어낸 신작을 선보이며 한 차원 높은 정신세계를 공유했다.
전시장은 양국 작가들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로 가득했다. 문창환 작가는 기후 위기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 지구 생태계를 직시하며, 고도 문명을 이룩한 인간이 만든 인위적 공간과 실제 자연환경의 대척점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질문한다. 이와 대비되는 매력을 선보인 몽골의 게렐쿠 간볼드(G. Ganbold)는 고고학적 유물과 만화, 애니메이션적 상상력을 융합한 '하이브리드적 감각'을 바탕으로 인류의 영혼과 사회적 환경을 복합적인 회화 캐릭터로 표현하며 현대 미술의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정덕용 작가는 일상에서 관찰되는 평범한 현상을 하나의 '사건'으로 포착하는 미디어 영상 작업을 통해 익숙한 공간 속 신체 움직임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구조를 풍자했다. 몽골 현대미술의 대부이자 격동의 사회주의·민주주의 전환기를 모두 겪은 도르지데렘 다와 작가는 조각적 기반 위에 혼합 매체를 활용한 화폭을 선보이며 거장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그의 작품은 현재 싱가포르와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등 국제적 소장처가 증명하듯 몽골 현대사의 깊은 고뇌를 담고 있다.
< 정덕용 작가의 '아니요, 모르겠는데요'(2026, 설치, 혼합 매체, 90x90x190cm) – 출처: 통신원 촬영 >
미디어 중독성과 사회적 모순을 영상과 뉴미디어 설치로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비판한 임용현 작가의 작업은 수많은 미디어 장치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현대 울란바타르 시민들에게도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했다. 반면 몽골의 전통 회화 양식인 '몽골 주라그(Mongol Zurag)'를 현대적 드로잉과 텍스타일 설치로 변주한 노민 볼드(N. Bold) 작가는 청년 세대의 정체성 붕괴와 전통과 현대 사이의 내면적 갈등을 묵직하게 다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전시 후반부는 인간을 치유하는 자연의 숭고함과 정체성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박상화 작가는 단채널 비디오 작품 <포스트네이처-광주>를 통해 인간 문명의 대안으로서의 자연을 제시하며, 인간이 자연의 일부가 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이상향을 영상미로 구축했다.
이처럼 한·몽 예술가들은 각자의 독창적인 색채와 의미를 담은 작품을 몽골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정희석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도록 서문을 통해 "참여한 12인의 아티스트는 비록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환경, 지리적 위치는 저마다 다르지만 예술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서로를 비추며 연대하고 있다"라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협력하는 이번 전시는 울란바타르와 광주 시민 모두의 가슴에 깊은 울림과 조응을 만들어낼 것이다"라고 전시의 의미를 강조했다.
< 박세희 작가의 '버스데이 파티(Birthday Party)'(2026, 디지털 안료 프린트, 80x120cm(x2), 60x90cm(x2))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는 (주)티와이로지스틱스가 정교한 예술품 운송을 맡고, 디자인큰세상, 윤아트, 블루썬 등 양국 전문 기술진이 설치와 촬영에 협력하며 긴밀한 인프라 협력까지 이뤄냈다. 도심 한복판 수흐바타르 광장에 울려 퍼진 한·몽 예술가들의 시각적 대화는 단순한 미술 전시를 넘어, 향후 양국이 함께 걸어갈 문화적 동반자 관계의 미래를 비추는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