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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798예술구의 ‘포르낙스를 위한 기도’…한중 예술교류의 새로운 접점

등록일
2026-07-31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중국

  • 해당 장르

    공연

주요내용

지난 7월 18일, 베이징 798예술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문화센터에서는 현대미술 전시 ‘포르낙스를 위한 기도(Prayers to Fornax)’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국제 큐레이터 프로그램 '현대 블루 프라이즈 플러스(Hyundai Blue Prize+)’의 첫 번째 수상 프로젝트로, 과학과 기술, 신비주의, 인간의 상상력이 만나는 지점을 현대미술로 풀어낸다. 무엇보다 이 전시는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문화 플랫폼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K-팝이나 드라마, 영화처럼 익숙한 한류 콘텐츠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 문화산업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시장을 찾은 날, 공간은 다른 전시장보다 한층 조용한 분위기였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조도를 낮춰 작품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도록 구성됐고, 조명과 영상은 작품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차분한 관람 분위기를 만들었다. 화려한 미디어아트나 체험형 전시처럼 즉각적인 자극을 주기보다, 작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바라보며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였다.전시 제목에 사용된 ‘포르낙스(Fornax)’는 남반구의 별자리 이름이자 라틴어로 ‘화로’를 뜻한다. 전시는 이 상징을 바탕으로 과학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인간의 믿음, 상상력이 어떻게 공존해 왔는지를 살펴본다. 과학과 기술, 신비주의를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여러 방식 가운데 하나로 함께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현대미술 전시 ‘포르낙스를 위한 기도’가 열린 전시장 외벽사진현대미술 전시 ‘포르낙스를 위한 기도’가 열린 전시장 입구사진
< 현대미술 전시 ‘포르낙스를 위한 기도’가 열린 전시장 외관과 입구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에는 세계 각국의 예술가와 예술단체 8개 팀이 참여했다. 천문학과 점성술, 토착 신앙, 인공지능, 우주 탐사 등 서로 다른 주제를 넘나드는 작품들은 기술 중심 사회에서 인간의 믿음과 상상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중국 작가 천저(陈哲)의 ‘성골의(星骨仪)’ 연작이었다. 작가는 인간의 두개골 봉합선을 별자리와 연결해 인간의 몸과 우주를 하나의 질서 안에서 바라본다. 다소 낯설 수 있는 해골을 소재로 삼았지만, 공포를 자극하기보다 생명과 우주, 인간 존재를 차분히 성찰하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중국 작가 천저의 ‘성골의’ 연작
< 중국 작가 천저의 ‘성골의’ 연작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 다른 공간에서는 타로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전통적인 타로 상징 대신 우주 탐사, 위성, 첨단기술 이미지를 활용해 미래 사회에서 인간이 새롭게 의지하게 될 믿음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신비주의와 첨단기술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하나의 시각 언어로 풀어낸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영상 작품들 역시 과학기술과 지역 신앙, 민간 전설을 함께 다루며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고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되짚었다. 작품마다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관람객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겼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현대자동차 문화센터에 전시된 타로 작품
< 현대자동차 문화센터에 전시된 타로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장을 둘러보는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오래 머물며 영상을 감상하거나 설명문을 차분히 읽는 모습이었다. 일부 작품 앞에서는 관람객들끼리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전시장 전체에 흐르는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작품을 서둘러 소비하기보다 하나씩 곱씹으며 생각을 이어가기 좋은 환경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단순히 베이징의 한 전시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 기업이 플랫폼이 되어 중국 현지에서 큐레이터와 작가, 관람객을 연결하고, 예술과 기술, 동시대의 화두를 함께 풀어가는 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한국 현대미술계와 한중 문화교류의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그동안 한국 미술의 해외 진출이 국내 기관의 해외전이나 아트페어, 개별 작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번 전시는 기업이 매개가 되어 현지 예술 생태계와 접점을 넓힌 사례에 가깝다. 특히 중국 현대미술의 상징적 공간인 798예술구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브랜드 홍보를 넘어, 한중 예술계가 만나는 새로운 통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한중 문화교류가 대중문화 분야에서는 여러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아온 것과 달리, 현대미술과 전시, 큐레이터 교류는 비교적 유연하고 장기적인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양한 설치 작품이 전시된 공간
< 다양한 설치 작품이 전시된 공간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의 주제 역시 오늘날 한국 문화산업이 고민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첨단기술 자체를 앞세우기보다, 과학과 신비주의,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다뤘다. 기술의 발전만으로 문화적 깊이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을 인간의 감각과 서사, 사유와 어떻게 연결하느냐는 점을 되짚게 한다. 인공지능, 미디어아트,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에도 이런 문제의식은 낯설지 않다. 그런 점에서 ‘포르낙스를 위한 기도’는 베이징의 한 전시를 넘어, 한국 문화산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로 읽힌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