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의 마드리드 공연을 앞두고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는 이미 거대한 보랏빛 축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공연이 열리는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Riyadh Air Metropolitano)와 공식 팝업스토어뿐만 아니라 도심의 한국식 디저트 카페와 아시아 카페, 한국 음식점, 화장품 매장, 아시아 식료품점, 약국까지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ARMY)’를 맞이하고 있다. 팬들은 공연 당일 무대만을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방탄소년단과 연결된 장소를 직접 찾아다니며 도시 곳곳을 팬덤 문화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6월 26일과 27일 이틀간 마드리드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Riyadh Air Metropolitano)에서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 공연을 연다. 현지 음악 매체 «로스40(LOS40)»은 이번 공연이 방탄소년단의 마드리드 첫 대규모 단독 공연으로, 티켓은 수개월 전에 매진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공연일마다 7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 각국에서 이동하는 팬들로 인해 마드리드와 인근 지역 호텔도 사실상 만실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연을 앞둔 열기는 이미 마드리드 도심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팀랩스(TeamLabs)에 마련된 공식 방탄소년단 팝업스토어(BTS POP-UP)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의 긴 줄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전시 공간과 투어 한정 굿즈를 보기 위해 모인 팬들로 일부 상품은 빠르게 소진됐으며, 마드리드 시내 카야오(Callao) 광장의 엘 코르테 잉글레스(El Corte Inglés) 인근에서는 마드리드 한정 공식 핀을 받으려는 팬들의 대기 행렬도 눈길을 끌었다. 현지 매체가 “아미(ARMY)가 마드리드를 점령했다”고 표현한 이유를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 주간의 특징은 공식 행사장 밖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마드리드의 한국식 디저트 카페와 아시아 카페들은 ‘방탄소년단 주간(BTS Week)’, ‘방탄소년단 특별 주간(BTS Special Week)’ 등의 이름으로 팬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었다. 방탄소년단 멤버나 앨범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은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컵홀더 이벤트와 포토카드 증정, 팬 메시지 보드, 포토존 등을 마련해 팬들을 맞이했다. 카페 안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보라색 의상이나 멤버를 상징하는 액세서리를 착용한 팬들은 공연 일정과 굿즈 정보를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처음 만난 팬들도 포토카드를 교환하고 서로의 '최애' 멤버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팬들의 이동 경로는 SNS에서 ‘아미 루트(ARMY Route)’라는 이름으로 공유되고 있다. 한국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콘서트 메이크업에 어울리는 화장품이나 여행용 스킨케어 제품을 구매한 뒤, 아시아 식료품점에서 한국 과자와 음료를 고르는 식이다. 약국 역시 선크림과 진통제, 발 피로 완화 제품, 휴대용 위생용품 등을 준비하려는 팬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됐다. 서로 다른 업종의 상점들이 방탄소년단 공연 주간에는 팬들의 일상적 필요를 채우는 동시에 한류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소비 활동에 머물지 않는다. 팬들은 카페에서 공연 전후의 동선을 공유하고, 식당에서는 좌석과 입장 시간에 관한 정보를 나누며, 화장품 매장에서는 콘서트 메이크업에 어울리는 제품을 추천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팬들은 메뉴판과 제품 포장에 적힌 한글을 읽어 보고, 방탄소년단을 계기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팬들은 음식과 뷰티 제품을 통해 보다 일상적인 한국을 경험한다. 공연을 중심으로 모인 팬들은 자연스럽게 마드리드의 한국·아시아 상권을 오가며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팬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었다.
<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방탄소년단 팝업스토어 - 출처: 통신원 촬영 >
마드리드 중심가의 스타벅스에서 만난 중국인 아미(ARMY)들의 이야기는 이번 공연의 국제적 성격을 잘 보여줬다. 이들은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마드리드까지 왔다고 말했다. 마드리드 공연을 관람한 뒤에는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7월 6일 런던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공연까지 이어서 관람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연을 위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하고, 다시 다음 공연 도시를 찾는 이들의 여정은 방탄소년단 팬덤의 높은 이동성과 글로벌 팬덤의 규모를 실감하게 했다.
이들은 공연 며칠 전 마드리드에 도착해 공식 방탄소년단 팝업스토어(BTS POP-UP)를 방문하고, SNS에서 본 카페 행사와 팬들이 추천한 장소들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연만 보고 떠나는 짧은 여행이 아니라, 방탄소년단과 연결된 도시 공간을 따라가며 한국 음식과 뷰티, 팬덤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여행인 셈이다. 방탄소년단이 한 도시에서 공연을 연다는 사실이 숙박과 교통은 물론 공연장 주변 상권, 카페와 식당, 뷰티 매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과거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레스토랑에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팬들은 단순히 유명인이 다녀간 장소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경험한 음식과 문화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식당을 찾고, 방문 경험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SNS에 공유한다. 이처럼 한류 스타의 일상적인 방문은 지역의 한국 음식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한국 음식과 문화를 직접 경험하려는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방탄소년단 마드리드 공연은 스타디움 안에서만 완성되는 행사가 아니다. 공식 팝업스토어의 긴 대기 줄, 카페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주간(BTS Week)', 한국 식당과 화장품 매장, 약국을 잇는 '아미 루트(ARMY Route)', 그리고 상하이에서 마드리드와 런던까지 이어지는 팬들의 여정이 어우러지며 도시 곳곳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공연 전부터 시작된 이러한 열기는 방탄소년단이 음악을 넘어 세계 각지의 팬들을 연결하고, 한국 음식과 뷰티, 생활문화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문화적 매개체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주말 마드리드는 방탄소년단 공연을 기다리는 도시를 넘어, 전 세계 아미가 한류를 함께 즐기고 교류하는 문화의 장이 되고 있다.